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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독일 검찰은 지지난 주 금요일 95세인 여성을 살인방조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나치 시절, 수용소에서 속기사로 일했던 경력 때문입니다. 지난 주 월요일에는 나이가 100세인 남성을 나치 시설 수용소 경비원으로 일한 경력을 문제삼아 기소했습니다. 그들이 비록 속기사와 경비원에 불과했다 할지라도 수용소의 기능을 유지토록 도와서 살인에 일조했다는 거죠. 독일 검찰이 유사한 케이스를 여전히 수사 중인 건이 20건이 넘습니다. 이미 늙고 병들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100세 노인을, 어린 시절 당국에서 시킨 업무를 수행했을 뿐인 그들을, 독일 검찰은 왜 끝까지 법정에 세우려고 하는가. 자연인으로서 그들 개인을 문제삼는 게 아니라 반인류 전쟁범죄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역사에 교훈으로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최순실 관련 의혹을 받는 많은 사람들의 답변이 이렇습니다. "지시를 따랐을 뿐이다." 2차 대전 후 수백 만을 학살한 전쟁범죄에 대해 전범들은 같은 논리로 자신을 변호했습니다. "지시를 따랐을 뿐이다." 그때 그 전범들에 대해 서구는 이렇게 판결을 했습니다. "공직을 맡는다는 것은 그 공직이 요구하는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자질을 전제한다. 그런데 범죄지시를 그냥 따랐다는 것은 그 공직에 요구되는 자질이 자신에게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자격요건의 위반을 스스로 자백하는 것이다. 자격이 없는 자가 공직을 맡아 사회에 중대한 해악을 끼쳤으므로 처벌한다." 이 판결은 이후 서구 법(法)정신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됩니다. 이제 다음 달이면 최순실 관련 재판이 시작됩니다...
0의 개념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었다. 0의 두 가지 기능 0에는 '숫자로서의 0'과 '자리지킴이로서의 0' 이렇게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숫자로서의 0은 말 그대로 없음(無, empty)의 0이다. 가령, 탁자 위에 사과가 한 개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과를 먹고 나면 남은 사과의 갯수는 0이다. 이것이 없음의 0, 숫자로서의 0이다. '자리지킴이로서의 0'을 이해하기 위해 이번에는 탁자 위에 사과 스무 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숫자로 20이라고 나타내는데, 여기서 0은 숫자 2가 일의 자리가 아닌 십의 자리에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다. 즉, 일의 자리가 비었음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되는 자리지킴이로서의 0이다. 이런 0은 자리를 차지한다하여 placeholder 또는 placekee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