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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소위 '문자폭탄'이라 불리는 문자 항의에 대해 고소, 고발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옵니다. 작년 촛불부터 탄핵, 파면, 대선을 거치는 7개월여 기간은 시민들이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확인해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우리 케이스 이전에 어떤 폭력 행위도 없이 합법적으로 정권과 그 지지기반을 근본부터 무너뜨린 사례는 지난 100여 년간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의 벨벳혁명이 유일했습니다. 벨벳혁명은 구소련 몰락이라는 선행사건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사례가 지난 100여 년간 사실상 유일한 경우입니다. 이 과정을 겪으며 시민들은 때로 촛불을 들고, 때로 글을 쓰고 전파하고 공유하며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쓰는 법 또한 스스로 학습했습니다. 문자 항의 역시 그렇게 스스로..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대통령은 탄핵 후 구속됐고, 정권실세들 역시 구속됐으며, 황교안 대행체제도 이제 40일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탄핵된 정권의 막바지에 황 대행은 방통위에 차기 상임위원들을 내정했다고 합니다. 방통위원 5인은 위원장을 비롯해 정부 여당몫 3인과 야당몫 2인으로 통상 구성됩니다. 이들 5인 중 대통령이 지명권을 행사하는 몫, 그 몫을 황 대행이 행사해 차기 정부에서 차기 대통령이 지명할 한 사람의 몫을 미리 채워버린다는 거죠. 설사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쥐고 있었던 공영방송에 대한 장악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꼼수이자 알박기 인사입니다. 대통령 박근혜는 끝이 났지만 박근혜 정부는 끝이 난 게 아니었습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꼼수를 볼 때마다 투표가 하고 싶어집니..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파면된 대통령에, 헌정사상 최초로 영장이 청구된 전직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 이전에 맺었던 최순실과의 사적관계를 최소한 대통령이 된 후에 공적자원으로 대체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누구든 불러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게 할 수도 있었고, 어떤 시스템이든 만들어서 자신의 판단을 돕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선 직후 당선자만 받아볼 수 있는 기밀부터 최순실에게 넘어갔고, 이후 4년 내내 국정을 최순실의 손에 맡겼을 뿐만 아니라 최순실의 이권을 위해 대통령 권한을 죄의식 없이 남용했습니다. 대통령은 가짜였던 겁니다.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영장.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하..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재 생각이었습니다. == (1) 김어준의 해설 김어준: 역대 가장 짧은 오프닝이었어요. (웃음) 저 말 한 마디면 충분하기 때문에. 어디에서 헌재 판결을 들었어요? 김은지 기자: 저는 그날 마감일이어서 회사에서 들었습니다. 김어준: '시사인'이었으면 환호성이 터졌겠네요. 김은지 기자: 대부분 환호성을 터뜨릴 상황 아니었을까요? (웃음) 김어준: 그리고 그날 세상에서 가장 '그러나'. 김은지 기자: 몇 번씩 가슴이 출렁였습니다. 김어준: '그러나'가 그렇게 무서운 단어인 줄 몰랐죠. '그러나', '그런데' 할 때마다 (웃음) 여러분들 가슴이 출렁였을텐데...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드디어 탄핵 심판의 결론이 나는 날입니다. 결정이 나면 국론 분열은 더이상 안 된다. 국민화합, 국민통합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땅에 5천만 명이 삽니다. 어떻게 5천만 명이 같은 생각을 합니까? 헌재 판결이 났다고 어떻게 갑자기 신념이 바뀌나요? 저는 헌재가 어떤 판결을 내리든 자신의 신념을 유지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통합이 될 리도 없고, 그런 척 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다른 생각을 유지한 채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서로를 상대할 것인가. 거기서 공동체의 품격이 결정되는 거죠. 그러니까 문제는 생각이 다른 게 아니라 다른 신념의 존재 자체를 억압하고 죄로 만드는 겁니다. 그게 현 정부가 한 일이죠. 그런데 현 정..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박사모 카페에 죽창 태극기가 등장했습니다. 한 회원이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평화적 대응만으로는 안 된다며 대나무를 잘라 죽창을 만들고, 태극기를 매단 사진을 게재했고 이에 수많은 동조 댓글이 달렸습니다. 개인 회원만 그러는 게 아닙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탄핵이 인용되면 각자 개별 행동을 해야 하고, 자신 역시 개별 판단을 하겠다며 자신의 자녀들이 아직 어리지만 자신은 살만큼 살았다는 자살테러를 암시하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이렇게 모두를 협박하고 있는 박사모를 말리기는 커녕 이들에게 감사편지를 보낸 대통령의 행동은 우리가 그동안 어떤 사람을 대통령으로 두고 있었는지 여실히 드러냅니다. 하루 빨리 헌재의 탄핵 심판 결론이 나길 오늘도 빌어봅니다. 죽창 태극기 같은 짓들은..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자유한국당은 헌재가 어떤 판결을 내리더라도 모든 정당과 대선후보가 승복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어제 각 당의 원내대표들은 이에 구두합의했습니다. 탄핵 결의가 헌재로 가는 것조차 결사반대했던 정치세력이 갑자기 그 결과에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고 남들까지 압박하고 나서는 게 저는 이상합니다. 하지만 그런 요구를 곧이 곧대로 선의로 해석한다치면 그럼 박 대통령 변호인단이 불필요한 증인들을 계속 부르고 국정농단과 대부분 상관없는 녹취 파일 무려 2000개를 지금에 와서 증거신청하는 명백한 판결 지연작전도 당연히 막아야 하는 겁니다. 남들에게는 헌재의 판결에 영향을 주지 말라고, 어떤 결과도 받아들이라고 해놓고 박 대통령 측에서 어떻게든 일정을 지연시켜 헌재 판결에 영향을 주려는 명백한 꼼..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측이 일시가 공개됐다는 이유로 대면조사를 거부하고 있고 헌재는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지연 전술로 결국 2월내 판결이 불가능해졌으며 황교안 대행은 청와대 압수수색 요청에 묵묵부답인데다 특검 연장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한국일보에 따르면 보수성향의 두 헌재 재판관은 탄핵 기각 심증을 굳혔고 여권은 최근 세 번째 재판관까지 적극적으로 설득 중이며 결국 이정미 재판관 퇴임 후 정족수 부족으로 탄핵을 기각시킬 거라는 그런 루머까지 법조계에 돌고 있다고 합니다. 야3당 대표들이 어제 긴급 회당해 헌재에 조속한 결정과 황 대행의 특검 연장을 요구한 배경입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모든 정치세력은 다른 어떤 이슈보다 바로 이 문제에 집중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