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대통령 (22)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김상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되었습니다.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군요. 김상조 교수가 재벌개혁을 주장한 세월 참 깁니다. 하지만 그동안 그 주장은 그저 이론으로만 취급됐습니다. 그 주장이 합리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재벌의 힘은 김상조 주장 정도는 아주 간단하게 무력화시킬 만큼 아주 막강했습니다. 재벌들은 그동안 너무 힘이 셌죠. 힘이 센 게 무슨 죄냐. 죄가 됩니다. 그 힘은 정치와 거래하고 결탁한 댓가로 얻은 것이었으니까요. 일반 국민들은 재벌들 다 해체하고, 회장들 다 구속하고, 재산 다 환수하고, 그러길 바라는 게 아니죠. 한 마디로 조금 더 공정하길 바라는 겁니다. 그래서 재벌들이 다 먹고, 그 나머지 찌꺼기를 조금 나눠주는 것을 그걸 경제라고 부르는 불공정한 우리 사..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 2인의 순직이 인정 받게 됐습니다. 학생들을 구하러 선실로 들어갔다가 희생됐는데도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규정상 순직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연금법 시행령을 개정하거나 또는 개정하지 않고도 처장이 희생된 두 분을 대상자로 지정하는 것만으로도 순직 인정이 가능하다 했습니다. 이렇게 간단했던 겁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지정을 못했던 게 아니라 안 했던 거죠. 박근혜 정부는 대체 왜 그랬을까요? 아이들을 구하다 희생된 사람들에게조차 왜 그렇게 야박하게 굴었을까요? 어떤 경우에도 규정은 예외 없어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특혜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 걸까요? 그러면 기소조차 되..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 정지, 파면, 구속까지 이어진 무려 5개월 넘는 대통령 궐위 상태 기간의 국정 공백도 어마어마하고. 미국, 중국 사이에서 고차방정식으로 풀어내야 할 사드와 북핵부터 일본 정부와의 위안부 문제, 경제 문제, 취업, 복지, 재벌, 검찰, 세월호, 최순실, 사대강, 자원외교, 우선 순위를 따지기 힘들 만큼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대선 기간 각 후보, 지지자들 간 주고 받았던 거친 공방으로 인한 상처도 여전히 시립니다. 생각해보면 작년 가을부터 대한민국 전체가 촛불과 탄핵과 대선으로 숨고를 사이도 없이,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해서 이제 이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대통령도 국민도 이제 숨 좀 돌리고 합시다.한 템포만..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우리 손으로 근대를 맞이하지 못했다. 이 말을 처음 들었던 게. 그렇습니다. 우리 근대는 일본강점기 통치 편의를 위해서 강제로 이식된 거였죠. 프랑스 혁명이 세계사적인 이유를 가지는 이유는 왕이 백성 위에 군림하던 군주 시대를 시민들 자신의 손으로 끝내고 공화국 시대를 스스로 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들 역사가 많이 부러웠습니다. 백성이 시민이 되는 과정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했던 우리는 분단과 쿠데타와 군사 정권을 거치며 색깔과 지역에 흔들리는 시민이 아니라 백성에 머무르는 미숙한 민주주의를 최근까지도 겪어왔습니다. 이번 대선의 의미가 각별한 건 그래서입니다. 정치가 머뭇거리고 우왕좌왕 할 때 시민이 먼저 거리로 나섰고, 시민들이 길을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3월 15일 수석-보좌관회의 中 "정부는 여러 분야에서 적폐 청산을 이뤄왔으나 부동산 적폐의 청산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저 부동산 시장의 안정에 몰두하고 드러나는 현상에 대응해 왔을 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LH 직원들의 투가 의혹 사건을 접하면서 국민들은 사건 자체의 대응 차원을 넘어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통해 자산 불평등을 날로 심화시키고 우리 사회 불공정의 뿌리가 되어온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라는 것입니다. 정부는 그와 같은 반성 위에서 단호한 의지와 결기로 부동산 적폐 청산과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동안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삼아 강력히..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대통령은 탄핵 후 구속됐고, 정권실세들 역시 구속됐으며, 황교안 대행체제도 이제 40일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탄핵된 정권의 막바지에 황 대행은 방통위에 차기 상임위원들을 내정했다고 합니다. 방통위원 5인은 위원장을 비롯해 정부 여당몫 3인과 야당몫 2인으로 통상 구성됩니다. 이들 5인 중 대통령이 지명권을 행사하는 몫, 그 몫을 황 대행이 행사해 차기 정부에서 차기 대통령이 지명할 한 사람의 몫을 미리 채워버린다는 거죠. 설사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쥐고 있었던 공영방송에 대한 장악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꼼수이자 알박기 인사입니다. 대통령 박근혜는 끝이 났지만 박근혜 정부는 끝이 난 게 아니었습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꼼수를 볼 때마다 투표가 하고 싶어집니..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파면된 대통령에, 헌정사상 최초로 영장이 청구된 전직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 이전에 맺었던 최순실과의 사적관계를 최소한 대통령이 된 후에 공적자원으로 대체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누구든 불러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게 할 수도 있었고, 어떤 시스템이든 만들어서 자신의 판단을 돕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선 직후 당선자만 받아볼 수 있는 기밀부터 최순실에게 넘어갔고, 이후 4년 내내 국정을 최순실의 손에 맡겼을 뿐만 아니라 최순실의 이권을 위해 대통령 권한을 죄의식 없이 남용했습니다. 대통령은 가짜였던 겁니다.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영장.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하..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재 생각이었습니다. == (1) 김어준의 해설 김어준: 역대 가장 짧은 오프닝이었어요. (웃음) 저 말 한 마디면 충분하기 때문에. 어디에서 헌재 판결을 들었어요? 김은지 기자: 저는 그날 마감일이어서 회사에서 들었습니다. 김어준: '시사인'이었으면 환호성이 터졌겠네요. 김은지 기자: 대부분 환호성을 터뜨릴 상황 아니었을까요? (웃음) 김어준: 그리고 그날 세상에서 가장 '그러나'. 김은지 기자: 몇 번씩 가슴이 출렁였습니다. 김어준: '그러나'가 그렇게 무서운 단어인 줄 몰랐죠. '그러나', '그런데' 할 때마다 (웃음) 여러분들 가슴이 출렁였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