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어준 생각/2017년 3월 (23)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비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서 시작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재정권에 비판적이었던 당시의 진보 기독교계를 제압할 정치적 필요가 있었습니다. 동시에 기독교 탄압이라는 미국의 반발도 피해야 했죠. 이에 친정부 관변조직인 구국선교단, 구국십자군을 창설하고 그 조직 수장으로 최태민을 고용합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 스스로를 태자마마라고 자칭했던 역술인이 하루 아침에 목사가 되고, 박근혜-최태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이 됩니다. 박정희는 독재정권을 지탱하기 위해 최태민을 필요로 했고, 최태민은 사적인 권세를 유지하기 위해 박근혜를 필요로 했고, 박근혜는 자기의 자산 그리고 삶의 관리를 위해 최태민을, 그리고 최순실을 놓지 못했습..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BBK 대표였던 김경준 씨가 어제 강제추방 됐습니다. BBK 사건은 한국말도 유창하지 못한 한 재미교포 청년이 이전에 만난 적도 없는 한 업체 사장에 의해서 30분 만에 190억을 투자받았던 사실부터 사건 전체가 의혹 덩어리였습니다. 그러나 2007년 대선 당시 검찰은 1위 지지율의 이명박 후보에게 면죄부를 줍니다. 결국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죠. 사실 국민 다수는 그때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 수사가 면죄부 수사라는 걸. 그런데도 대통령에 뽑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이명박에게 투표한 게 아니라 자신의 욕망에 투표한 것이다. 비리가 있다고 해도 이명박 대통령이라면 왠지 내 부동산, 내 자산이 늘어날 것 같다는 그런 자신의 욕망에 투표한 것이..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영화가 있죠.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국가적 노력을 합니다. 실화가 바탕입니다. 2014년 알케에다에 억류된 자국민을 구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2천만 유로, 약 270억 가량을 썼습니다. 정부의 임무를 수행하던 사람도 아니었는데. 1940년대 나치 시절 되돌아오지 않은 750명의 시신을 찾기 위해 무려 80년이 지난 2009년 독일 당국은 중단됐던 유해발굴작업을 다시 시작합니다. 가족들도 찾기를 포기했는데 말이죠. 왜냐? 국가란 그러라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왜 힘들여 번 돈을 세금으로 내나요? 왜 황금같은 청년 2년을 군대에서 보냅니까? 내가 국민으로서 개인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재난과 위험에 부딪혔을 때 국가가 나서줄 거란 믿음 때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파면된 대통령에, 헌정사상 최초로 영장이 청구된 전직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 이전에 맺었던 최순실과의 사적관계를 최소한 대통령이 된 후에 공적자원으로 대체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누구든 불러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게 할 수도 있었고, 어떤 시스템이든 만들어서 자신의 판단을 돕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선 직후 당선자만 받아볼 수 있는 기밀부터 최순실에게 넘어갔고, 이후 4년 내내 국정을 최순실의 손에 맡겼을 뿐만 아니라 최순실의 이권을 위해 대통령 권한을 죄의식 없이 남용했습니다. 대통령은 가짜였던 겁니다.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영장.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하..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토요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준규 주일한국대사가 차기정권은 한일위안부합의를 준수해야 하고,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은 국제예양, 그러니까 예의 측면에서 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위안부 문제가 안보에 지장을 초래한 사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대사 맞나요? 차기정권의 외교정책을 왜 탄핵된 정권의 임명직이, 그것도 상대국가 언론을 통해서 주장합니까? 그리고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성을 부인하는 공식 입장을 작년 UN에 제출한 것은 국제예의에 맞는 겁니까? 소녀상 위치의 예절을 따지기 전에 일본 정부가 이 전쟁범죄를 전면 부인하는 역사적 무례부터 따져야죠. 그리고 그래야 하는 이유가 안보 때문이라뇨? 이렇게 명백한 사안에 대해서도 자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안보..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세월호 1차 고박작업이 시작된 어제 오전 7시, 그때부터 오전 모든 프로그램을 결방하고 특보를 편성한 방송사부터 국내 모든 언론사가 하루 종일 세월호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같은 시각,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용사들을 자택으로 불러 문제의 그 올림머리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본인의 재임기간 중 가장 많은 국민들이, 일시에, 그것도 대부분 아이들이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장된 사건입니다. 자신의 탄핵사유가 되기도 했고 국민 모두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그 엄청난 사건의 배가 무려 3년 만에 비로소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인데. 다른 일정 다 제쳐두고 숨죽이며 그 장면만 지켜봤을 것 같은데.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워서라도 추모의 의미에서라도 자기 치장을 일부러..
세월호가 드디어 인양됐습니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여러 의문이 듭니다. 탄핵 인용 불과 다섯 시간만에 인용 계획이 발표된 건 우연인가. 그리고 2주도 안 돼 인양될 수 있었던 배가 이렇게 오랜 시간 잠겨 있었던 건 정말 어쩔 수 없었던 건가.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참사를 암덩어리처럼 여겼습니다. 세월호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을 이어가는 유민아빠를 돕기 위해 동조단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국민적 비난이 가해지도록 언론지도를 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게 고(故) 김영환 업무일지를 통해 드러났었죠. 어버이연합은 단식 현장에 난입해 난동을 부리고 극우 커뮤니티에서는 단식 현장에 나타나 폭식 투쟁이라며 피자를 일부러 시켜먹기도 했죠. 최순실 국정농단은 결국 돈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하지만..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근 불거진 인터넷 강의업체 댓글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인강업체들이 조직적 댓글 부대를 운영했다는 건데요, 소송 규모도 수백 억에 달합니다. 조직적인 대규모 댓글부대 하면 원조는 국정원이죠. 지난 대선 '좌익효수'라는 아이디로 밝혀진 것만 3,450여개 댓글을 달았던 이 국정원 직원에 대해 검찰은 고발이 접수된 지 무려 2년 4개월이 지나서야 그것도 단 10개의 댓글만 공소사실에 포함했고, 법원은 모욕죄만 인정하고 선거개입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죠. 국가정보기관이 특정 후보를 위해서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헌정유린사태가 벌어졌는데 겨우 모욕죄로, 그리고 집행유예로 사건이 일단락되는 나라였습니다. 우리나라가 그런 나라였습니다. 다음 정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