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세월호 (12)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허리케인 하비가 휴스턴을 덮친 당일 오히려 피해 지역으로 진입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2005년 카트리나 피해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민간 대원들이었습니다. 각자 자신의 트럭이나 소형 보트를 동원한 민간인들이 정부보다 먼저 구조활동에 착수한 이유 중 하나는 자신들이 직접 겪었던 과거 때문이었죠. 2,50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된 카트리나 당시 지역 주민들은 길거리에 방치된 시신을 수습할 수가 없었습니다. 미 정부가 지역 치안과 시신 처리를 민간 업체와 계약을 했기 때문이었죠. 작업 시간과 시신 숫자로 비용을 정산 받는 민간 업자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신을 아무도 건들지 못하게 하고, 최대한 천천히 시신을 수습했죠. 정부의 기본 의무인 재난 구조와 구난마저 자본의 욕망에 맡겨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서울대학병원이 고(故)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에 사망 종류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했습니다. 서울대는 의사 개인의 판단과 의사 집단의 판단이 다를 경우 어떻게 조율해야 할 지 고민했다고 합니다. 사망진단서를 수정하는 일은 개원 이래 최초의 사례라 어떤 절차를 거칠 지도 긴 논의를 거쳐야 했다고 하구요. 평생 한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가 자신의 소신 아래 결정을 내렸고, 그것이 다른 전문가들의 견해와 다를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고(故) 백남기 씨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라면 설사 다른 전문가들과 이견이 있다 해도 그 전문가의 소신과 견해는 존중 받아야 하죠. 그런데 백남기 씨 사건이 정말 그런 경우인가? 세월호가 정부의 책임이 아니어야 한다며 해경 123정 정장에 대한 업무상..
490억 원대의 횡령 혐의로 3년 만에 한국에 온 유섬나 씨는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일해서 받은 돈인데 무슨 횡령, 배임이냐?'구요. 그러고 보니 정유라 씨도 억울하다고 했죠. 아버지가 취미 삼아 찍은 사진들을 계열사에 넘겨 60억 원을 받았어도, 대기업으로부터 30억 원짜리 말을 받았어도 그저 주어진 대로 살았을 뿐이라는 겁니다. 우리 사회의 진정 억울한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그런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자식, 듣지 못한 부모 아닐까요? 세월호, 구의역, 그리고 또 많은 억울함들 말입니다. 어둠이 걷히기를 바라는 양지생각이었습니다. == 1부 [이 정도는 알아야 할 아침 뉴스] -시사IN 김은지 기자 2부 [내부자둘] 장시호 석방, 향 후 재판에 협조할까? - 김성태 의원 (자유한국당) - 안민석 의원..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 2인의 순직이 인정 받게 됐습니다. 학생들을 구하러 선실로 들어갔다가 희생됐는데도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규정상 순직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연금법 시행령을 개정하거나 또는 개정하지 않고도 처장이 희생된 두 분을 대상자로 지정하는 것만으로도 순직 인정이 가능하다 했습니다. 이렇게 간단했던 겁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지정을 못했던 게 아니라 안 했던 거죠. 박근혜 정부는 대체 왜 그랬을까요? 아이들을 구하다 희생된 사람들에게조차 왜 그렇게 야박하게 굴었을까요? 어떤 경우에도 규정은 예외 없어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특혜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 걸까요? 그러면 기소조차 되..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 정지, 파면, 구속까지 이어진 무려 5개월 넘는 대통령 궐위 상태 기간의 국정 공백도 어마어마하고. 미국, 중국 사이에서 고차방정식으로 풀어내야 할 사드와 북핵부터 일본 정부와의 위안부 문제, 경제 문제, 취업, 복지, 재벌, 검찰, 세월호, 최순실, 사대강, 자원외교, 우선 순위를 따지기 힘들 만큼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대선 기간 각 후보, 지지자들 간 주고 받았던 거친 공방으로 인한 상처도 여전히 시립니다. 생각해보면 작년 가을부터 대한민국 전체가 촛불과 탄핵과 대선으로 숨고를 사이도 없이,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해서 이제 이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대통령도 국민도 이제 숨 좀 돌리고 합시다.한 템포만..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이틀 전 보도된 문재인 후보와 해수부가 세월호 인양 지연을 놓고 거래를 한 듯한 인상을 주는 뉴스에 대해 SBS가 사과하고 해명했습니다. 해명의 내용은 박근혜 정권 시절 인양 지연과 눈치보기를 지적하는 문장이 삭제되었고, 그렇게 정치권의 눈치를 본 해수부를 비판하는 애초의 취지와는 다르게 차기 정권과의 거래라는 제목으로 바뀐 채 전혀 다른 맥락으로 보도가 됐으며 그 이유는 게이트 키핑이 미흡했다는 겁니다. SBS가 조직적으로 벌인 일로는 내용도 부실하고 그 전후도 치밀하지 않고, 회사 차원의 실익도 없으며 오히려 사과로 인한 피해가 더 큽니다. 해서 게이트 키핑이 미흡했다는 해명이 이해가 가면서도 동시에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게이트 키핑이 미흡했다면 그 뉘앙스가 세련되지 못..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어제는 세월호 참사 만 3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1989년 4월 15일, 영국 셰필드(Sheffield)에 있는 힐즈버러(Hillsborough) 스태디움에서 FA컵 준결승전이 열렸습니다. 이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25,000 관중이 몰리면서 BBC가 생중계하고 있는 가운데 96명이 압사를 당했습니다. 당시 영국 경찰은 평소와 다르게 현장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고 이 사고에 직접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공권력은 이를 철저히 숨겼고 그 유가족들에게 독립적인 수사권이 부여되고 사고 진상이 밝혀지기까지 무려 20년이 소요됐습니다. 어쩌면 세월호 사고의 진상을 밝히는 데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온전한 조사권한으로 그 진..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세월호 1차 고박작업이 시작된 어제 오전 7시, 그때부터 오전 모든 프로그램을 결방하고 특보를 편성한 방송사부터 국내 모든 언론사가 하루 종일 세월호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같은 시각,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용사들을 자택으로 불러 문제의 그 올림머리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본인의 재임기간 중 가장 많은 국민들이, 일시에, 그것도 대부분 아이들이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장된 사건입니다. 자신의 탄핵사유가 되기도 했고 국민 모두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그 엄청난 사건의 배가 무려 3년 만에 비로소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인데. 다른 일정 다 제쳐두고 숨죽이며 그 장면만 지켜봤을 것 같은데.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워서라도 추모의 의미에서라도 자기 치장을 일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