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어준 생각/2016년 11월 (22)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가 있었습니다. 한 가지만 지적하고 싶습니다. "여러 문제들은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 추진한 것이다." 최순실 관련 사건들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입니다. 과연 그런가. 최순실 측근을 광고 담당자로 취직시키고 최순실이 실소유한 광고 회사를 그 기업 광고대행사로 선정케 하고 결국 그 기업, KT의 광고를 최순실 광고대행사에 몰아주는 게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서 그렇게 하는 게 공익, 국익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국익은 커녕 KT회사 하나에도 손해가 되는 일입니다. 한 마디로 검찰이 범죄의 공모자로 기소한 어떤 내용과도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제가 이해가 안 가는 건 이 대목입니다. 그런데 왜 진퇴를 국회에 맡기나요? 범죄 사실이 없는데..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국정교과서가 공개되었습니다. 한 가지만 지적하고 싶습니다. 국정교과서 집필을 주도한 뉴라이트는 상해임시정부가 국민, 영토, 주권을 갖추지 못했다는 논리로 1948년 정부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합니다. 1776년 7월 4일,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은 독립을 선포합니다. 당시 미국의 영토는 영국 지배하에 있었고, 주권은 당연히 없었고, 국민은 영국 여왕의 신민이었습니다. 미국 정부가 수립된 것은 그로부터 13년 후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7월 4일을 건국일로 합니다. 당연하죠. 식민 속국이었으니까 영토, 주권, 국민은 없는거고 그러니까 독립선언을 하는 거고 그래서 그 날을 건국의 날로 기리는 겁니다. 일제 당시 영토, 주권, 국민을 당시 법으로 다 갖춘 곳은 조선총독..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최순실 관련 의혹을 받는 많은 사람들의 답변이 이렇습니다. "지시를 따랐을 뿐이다." 2차 대전 후 수백 만을 학살한 전쟁범죄에 대해 전범들은 같은 논리로 자신을 변호했습니다. "지시를 따랐을 뿐이다." 그때 그 전범들에 대해 서구는 이렇게 판결을 했습니다. "공직을 맡는다는 것은 그 공직이 요구하는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자질을 전제한다. 그런데 범죄지시를 그냥 따랐다는 것은 그 공직에 요구되는 자질이 자신에게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자격요건의 위반을 스스로 자백하는 것이다. 자격이 없는 자가 공직을 맡아 사회에 중대한 해악을 끼쳤으므로 처벌한다." 이 판결은 이후 서구 법(法)정신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됩니다. 이제 다음 달이면 최순실 관련 재판이 시작됩니다...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최순실 씨의 언니 최순득 씨가 김치 몇 포기 건네면 연예인들이 현금을 상납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통상 대형 게이트에 주변부에서 연예인 관련 뉴스는 신변잡기성 가십으로 흘러서 사안의 본질을 잃게 만들 우려 때문에 경계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릅니다. 최순실 게이트 특징은 신변잡기가 곧 본질입니다. 자기 이익으로 연결될 수만 있다면 아무리 사소해서 대통령을 동원해 모조리 챙기려고 했습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최순실 씨 일가가 지난 수십 년간 축적한 최소 수천 억원이 넘는다고 하는 부(富)가 과연 정상적인 경제활동의 결과인지. 최순실 씨가 그랬듯 아무리 하찮은 영역에서도 그 금액이 아무리 적어도 불법이 드러나는 부분마다 모조리 환수조치 해야 합니다. 식민을 겪고도..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김무성 전 대표가 어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에 일익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이며 앞으로 양극단의 정치를 배제하고 협치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선언을 마무리했습니다. 여기서 양극단은 그동안의 이야기들로 미루어보면 친박, 친문을 의미하고 협치는 친박, 친문을 제외한 정치세력의 연대, 소위 제3지대를 뜻합니다. 그리고 제3지대의 공통분모는 개헌. 그 개헌이 지향하는 정치체제는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 그러니까 기자들은 김무성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만 그대로 받아적을 것이 아니라 이렇게 다시 질문을 던졌어야 합니다. '출마가 필요없는 내각제 총리도 안 하실 건가요?' 김어준의 질문이었습니다. == 1부 [이것만은 알아야 할 아침 뉴스]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최순실을 알지도, 만난 적도 없다는 김기춘 비서실장. 박정희 시절 유신의 초안을 마련하고 유신시절 가짜 간첩을 양산했던 중앙정보부대공수사국장을 거친 그가 언론의 주목을 처음으로 받았던 것은 92년 초원복집 사건 때입니다.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 김영삼 후보를 위해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목적으로 공무원을 동원시키기 위한 비밀 회동, 초원복집 사건. 이 정치공작으로 그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습니다. 요즘 언론들은 '2년 전 정윤회 문건 사건이 제대로 처리만 되었더라도' 그런 이야기 많이 합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2년 전이 아니라, 25년 전 김기춘 씨가 적어도 공직자로서는 다시는 중용되지 못하도록 당시의 정치공작에 대해 철저히 처벌했었더라면' 이렇게 바꿔 얘기하는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세월호 사고 당일에 대통령 행적은 2년 반이 지난 오늘까지도 명쾌히 해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순실 라인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은 세월호 사고 9일 후 이런 말을 기자들에게 했다고 합니다. "세월호에 빠지지 말고, 승마 빨리 빨리 취재해라." 김종 전 차관이 취재하라고 한 건 정유라의 국가대표 선발이 특혜라고, 문제 있다고 문제 제기한 모 대학 교수를 비리인사로 취재하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덧붙입니다. "대통령께서 세월호 바로 다음 날 체육개혁 확실히 하라고 오더 내려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바로 다음 날 가장 먼저 챙겼던 것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대학 진학 문제였던 겁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아이들 수백 명이 생으로 죽어가는 걸 보고도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주말, 교육부가 발표한 이화여대 특혜사건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특혜를 받고도 합격점수가 안 되자 정유라를 합격시키기 위해 앞 순위 학생 두 명을 탈락시킵니다. 입학 이후로는 모든 수업에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고, 시험에 응한 적도, 과제를 제출한 적도 없습니다. 대신 담당교수가 과제물을 만들어주고, 심지어 시험답안지도 대신 냅니다. 입학기준을 바꾸고, 앞 순위 수험생을 탈락시키고, 학칙을 변경하고, 교수가 대신 숙제하고 시험 봐 주고, 이런 일이 그저 학부모 한 사람의 힘으로 되나요? 대학이 지원하는 사안마다 승인이 되고, 담당교수 연구비는 수십 억씩 배정되고, 정부 예산은 쏟아지고, 이게 민간인 한 사람의 힘으로 됩니까?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는데, 됩니까 이런 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