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어준 생각/2017년 4월 (20)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사드가 전격 반입된 지 하루 만에 실전운용 체제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대선 전 사드 배치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국방부도,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대행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미 부통령과 방한했던 미 외교정책보좌관이 사드 배치는 어떤 정부도 수 개월이 걸릴 일이기 때문에 다음 대통령이 이 문제를 결정하는 게 맞다고 했던 게 불과 열흘 전인데도 왜 대선을 12일 남긴 시점에 사드가 전격 배치되고 또 바로 실전운용에 들어가는지 아무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누가 이런 결정을 한 걸까요? 대통령도 없는데 대체 누가 국가적 사안을 이 시점에 결정했는가? 이런 중대사가 이렇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갑자기 결정되는데 대체 어떤 주변국이 대한민국을 존중하나요? 다음 정부는 누..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JTBC 토론회에서 벌어졌던 동성애 공방이 어제 하루 계속 이슈가 되었습니다. 애초 어떤 정치적 목적으로 그 이슈를 제기했고, 그 이슈가 최종적으로 득이 될 것인가 하는 선거공학적 계산과는 무관하게 이 이슈가 대선후보 토론에서 등장했다는 자체는 우리 정치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그동안 우리 정치사에서 대선 당락을 가르는 키워드는 수십 년 째 지역 그리고 북한이었습니다. 대학진학율 세계 최고수준의 국가에서 겨우 두 개의 키워드가 수십 년간 국가의 미래를 결정해 왔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었습니다. 동성애 이슈는 이미 수십 년간 논쟁이 되어 왔던 서구 사회조차 여전히 가장 첨예한 쟁점 사안일 정도로 복합적인 이슈이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종교와 상식, 인권과 법, 혐..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판사 블랙리스트. 들어보셨습니까? 판사의 인사를 결정하는 법원행정처가 판사들 개인에 대한 뒷조사 파일을 만들었다는 의혹입니다. 법원행정처에 발령됐던 한 판사가 이 뒷조사 파일의 존재에 대해 언급하면서 촉발된 이 의혹에 대해서 일선 판사들은 조사를 요구했으나 법원행정처는 보안을 이유로 조사를 거절했습니다. 판사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떤 권력으로부터도 보호받는 독립적인 헌법기관이죠. 만약 이런 블랙리스트가 실재한다면 헌법이 보장해준 법관의 독립성을 오히려 법원이 스스로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통해서 무력화시키고, 헌법기관인 판사들을 법원이란 직장의 직장인으로 만들고 있었다는 게 됩니다. 개인의 신상과 행적과 발언과 생각을 관리해서 통제한다는 블랙리스트 발상. 이 땅에서 다시는 발붙지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어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가 나왔습니다. 중도신당의 마크롱 후보와 극우정당의 르펜 후보가 결선에 진출했습니다. 이번 프랑스 대선은 단순히 어느 한 유럽국가의 대선이 아니라 미국과 서유럽 중심의 세계 질서를 근본부터 뒤흔들 수도 있는 선거로 평가받았습니다. 그 결과에 따라서는 유럽연합의 해체, 나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해체가 현실화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럴 경우 국제적 세력균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우리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텐데, 우리 대선 토론에는 단 한 번도 이 주제가 등장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 대선판에는 세상에 미국과 북한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와 가장 빠른 인터넷 환경으로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연결된 이 나라가 왜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주말 내내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의 회고록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문재인 후보 측은 철 지난 색깔론이라고 하고,홍준표, 유승민 후보는 대북관을 검증하는 것이라 하고, 안철수 후보 측에선 진실성을 검증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검증일 수 있습니다. 이 사안 관련하여 문 후보가 처음에는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고 한 것이 맞고, 이후 다른 참석자들에 당시를 재구성한 후에야 정리된 입장이 나왔습니다. 그 정리된 입장도 송민순 전 장관의 메모와는 다르다고 하니 검증 대상이 되는 거죠. 그런데 어제 송 전 장관의 메모와는 정반대의 메모가 당시 안보전략비서관에 의해서 제시됐습니다. 각자 자신에게 중요했던 부분만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기억하고 메모했을 수 있죠. 이 사안은 그렇게 선거기간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10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이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라고 했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트럼프에 따르면 시진핑이 한중 역사를 이야기하며 한국이 중국의 일부이고, 그래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는 겁니다. 과연 시진핑 주석이 실제 그런 말을 했는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식으로 해석을 한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한반도의 전쟁 발생시 피난민을 가려서 받겠다는 일본 아베 총리를 포함해서 주변 강대국들의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은 한마디로 '개무시'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뉴스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어서 투표하고 싶다.' 이런 주변국의 어처구니 없는 인식에..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KBS, 연합뉴스 의뢰로 지난 8, 9일에 조사되어 발표된 코리아리서치 조사에 대해 선관위가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5자 구도를 포함한 모든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한 이 조사는 바로 전 달에는 8천 개의 국번에서 무작위로 조사했다가 문제의 조사에서는 60개의 국번만 이용하는 전례없는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했고 전문가들로부터 무작위의 원칙이 깨진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선거기간에는 모든 이들이 여론조사에 예민해집니다. 조사기관의 단순한 실수나 나름의 기법을 무슨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됩니다. 기관 입장에서는 그런 의혹을 해명하는 게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죠. 그러므로 저는 선관위가 코리아리서치의 해명을 자기들만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니..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월요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으로 피난민이 유입될 경우 보호해야 할 사람을 스크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일본은 피난민을 가려서 받겠다는 겁니다. 최근 부인 아키에 스캔들로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한반도 전쟁위기설을 이용하는 건데요, 만약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피난민이 발생하면 우리 정부가 '일본 피난민은 가려서 받겠다'고 미리 발표를 했다. 이랬다면 아마 우리 국민들로부터 먼저 지탄을 받았을 겁니다. 최소한의 양식도 없는 발언이니까요. 그런데 아베 정부가 지금 그러고 있습니다. 이게 나라냐 하는 시간을 몇 년 보내고 났더니 이웃에게 별 말을 다 듣습니다. 새로 탄생할 새 정부는 아베 정부와 박근혜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