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어준 생각/2021년 4월 (22)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열흘간 삼성 관련 기사들 폭포수처럼 쏟아졌습니다. '화이자 계약, 사실은 이재용이 해낸 것이다.' '이재용, 방역대사로 미국 보내야 한다.' '백신 스왑, 이재용만 할 수 있다.' '불교계, 재계, 이재용 사면을 원한다.' 그리고 어제부터는 당연한 상속세 납부를 기부로 둔갑시켜 대대적 찬양 중이죠. 지난 열흘간 이재용 부회장은 대한민국에 그렇게 구세주로 강림을 합니다. 그러니까 언론은 기사를 쓴 게 아니라 이렇게 노래한 거죠. ♬ 할렐루야 - 서울모테트합창단 ♬ 할렐루야할렐루야 할렐루야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할렐루야 할렐루야할렐루야 할렐루야 전능의 주가 다스리신다 할렐루야할렐루야 할렐루야할렐루야 == (1) 김어준의 오프닝 김어준: 기사가 아니라 찬송가였어요. 성가대 아..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이건희 전 회장의 당연한 상속세를 평생 일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칭송을 하고, 이재용 부회장은 신용대출을 알아본다느니 걱정이 태산인 기사를 써내며 화이자 백신은 이재용 부회장 아니면 구할 수 없다는 듯이 호들갑을 떨더니, 정작 정부가 이재용 부회장과 무관하게 화이자 백신 2천만명분을 계약하자 지난 몇 달을 아스트라제네카는 나쁜 백신이고 화이자는 구세주처럼 굴다가 느닷없이 화이자 쇼크 가능성, 이상 반응, 접종 사망자 기사를 쏟아내고, 수감된 지 불과 4개월 된 이재용 부회장은 국민의 숙원이라도 되는 양 연일 사면을 외치면서 대통령 청와대 수석비서관 만찬은 사적 모임이라며 공무원들이 그걸 보고 뿔났다고 억지를 부리고, 이재용 부회장이 미국 가서 반도체 문제를 풀어야 백신 사..
국정감사에 때로 방송 프로그램이나 출연진 이름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김제동 씨가 그랬던 것 같아요. 영광입니다. 제 이름도 국정감사에 등장했었습니다. 질타는 시민의 세금을 빌미로 공공성 기반의 방송을 보통 향합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제동 씨는 고액 출연료와 낮은 시청률 문제로 곤혹을 치르다 결국 방송을 떠나야 했습니다. 얼마 전 유시민 이사장은 결코 정치 비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비평은 자유로운 의견의 교환장인데 말만 하면 그게 머리, 꼬리, 몸통이 분리된 채 다른 맥락에 인용되어서 하지도 않은 말이 생산된다라며 안타까워 했는데요. 아, 유시민 이사장 역시 출연료 문제로 곤혹을 겪었습니다. 계약서를 썼네, 안 썼네, 말이 많았더랬죠. 주로 이런 이름을 꺼낸 쪽은 보수적 색채를 지닌 정당..
1947년생 배우 윤여정 씨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나이를 밝힌 이유는 일종의 희망을 봤기 때문인데요, '나이 들어 볼만하겠다' 위안을 주기 때문입니다. 윤여정 씨는 연기 원동력으로 열등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윤여정 씨가 말하는 열등감은 스스로에게 만족한 적 없고 누군가와 비교해서 우월감을 느껴본 적 없다는 겸손의 표현입니다. 끊임없이 나를 더 나아가게 하는 건전한 결핍감. 그걸 두고 '열등감'이라고 말한 거겠죠? 그런데 이 열등감은 잘못 쓰면 노예근성의 뿌리가 됩니다. 아예 넘을 수 없는 장벽을 만들고는 그 아래 고개를 숙여버리는 거죠. 이재용 부회장 앞에 우리 언론이 그렇습니다. '백신 구세주'라며 사면을 촉구하던 언론은 이제는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를 구원해 줄 ..
'말은 품격이고 인격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들었던 말입니다. 대선, 말 그대로 큰 선거가 가까워서인지 세상에 말들이 넘쳐납니다. 꼬붕, 아사리판, 똘마니 등.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종로, 충무로 활극에서 들었던 단어들인데요 2021년 신문에도, TV뉴스에도, 포털에도 가득합니다. 말이 곧 품격이라면 이런 말들이 대표하는 한국 정치의 격이라는 건 참담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갑자기 이런 말이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백신 거지'라는 표현인데요, 야당의 극단적 표현을 언론이 받아쓰더니 급기야 우리 모두를 백신 거지로 명명했습니다. 거지는 빌붙어 사는 사람들에 대한 멸칭입니다. 최근엔 상도덕을 어긴 염치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비하어로 쓰였구요, 계층적 차이를 비난하는 혐오어로 악용되기도 했습니다. 백신 수급..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보궐선거 이후 지난 2주간 정치권의 원톱 뉴스메이커는 누가 뭐래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었죠. 연일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야박하게 깎아내리며 온갖 험한 논평을 내놓았는데, 표현은 매번 다르지만 결국 그 핵심 메시지는 하나죠. '윤석열은 내꺼다.' ♬ 내꺼중에 최고 - 이현 ♬ 넌 내꺼 중에 최고 내 삶의 모든 것 중에 최고 눈이 멀었었나봐 미쳤나봐 왜 너를 못 알아봐 나 따위가 뭐라고 감히 너를 떠나 살 수 있다고 내겐 너무 과분한 사람이란 걸 이제야 알았어 넌 내꺼 중에 최고 == (1) 김어준의 인트로 김어준: 제가 2주간 지켜본 바로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메시지는 그거 하나입니다. 표현은 여러가지로 다르게 했는데 '국민의힘이 과거로 회귀한다',..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월요일 국민의힘 박태출 의원은 감사원에 미디어재단 TBS는 감사대상인지 묻는 서면 질의를 하고 감사원은 대상이 맞다는 답변을 합니다. 그러자 어제 감사원에서는 TBS를 방문했습니다. 정식 감사 이전에 사전조사 명목이라면서. 정식 감사 여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일개 라디오 진행자 때문에 감사원이 특정 기관을 감사한 사례가 감사원 역사상 있었나요? 어떤 단체는 문체부에 TBS에 과태료를 부과하라고 진정서를 내고, 모 변호사 모임은 저를 탈세 조사하라고 국세청에 진정을 하고,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소속 변호사였던 분이 이끄는 모 단체는 버스에서 뉴스공장을 틀면 버스 기사를 고발한다고 하고. 이게 그저 출연료 때문인가요? 출연료 문제면 뉴스공장이 한 해 거두는 협찬 광고 수익이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최근 청와대 방역기획관으로 임명된 기모란 교수에 대해 보수 매체의 폭격이 며칠 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공적인 인사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순 있죠. 그런데 이 임명에 대한 비판은 터무니 없는 지점이 많습니다. 먼저 코드인사 운운하는 대목.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대책위 위원장인 기모란 교수는 이미 2014년 박근혜 정부 때부터 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대책위 위원장이었습니다. 인정받는 예방의학자라서 그 자리에 간 겁니다. 그리고 방역보좌역 신설의 필요성은 청와대가 아니라 민간 전문가들이 작년부터 제기한 겁니다. 또 정은경 청장에 대한 불신임이라고 억지 보도들을 하던데, 사회수석을 보좌해서 의학적 전문 지식을 가진 기획관으로 하여금 각 부처 조율과 판단을 신속하게 하라는 겁니다. 올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