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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드디어 대선일입니다. 자신에 대한 지지호소가 아니라 다른 후보에 대한 지지를 두고 마지막 순간까지 구호가 오갔습니다. 주요 다섯 후보 모두 두 자리 수 득표가 가능할 수 있는 선거는 역대 처음인지라 '누구 찍으면 누구 된다', '내가 아니면 누굴 찍어라' 이런 말들 많이 등장했습니다. 1, 2번 후보가 사표 심리를 자극한다며 4, 5번 후보는 부당함을 이야기하고, 3번 후보는 4번, 5번 후보가 잠식하는 1번, 2번 표심을 응원하고, 복잡한 방정식이 그렇게 돌아갔습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결국 각자의 실력이다. 사표 심리를 아무리 자극해도 표가 흩어지면 그게 실력이고, 사표 심리 자극하지 말라고 아무리 외쳐도 표가 흩어지면 그 역시 실력이다. 누구의 어떤 호소에 어떻게 공..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내일이 대선일입니다. 투표는 왜 하는 걸까요? 국민의 권리, 민주주의, 민의, 심판, 여러 단어로 수많은 버전의 답변이 존재합니다. 여러분은 왜 투표하십니까? 민주주의, 주권. 다 맞는 말이죠. 제 이유는 좀 덜 거창합니다. 저는 일상 중 겪는 고충의 밑바닥에 정치가 있다는 걸 어렴풋이 깨닫게 된 어느 날부터 저를 위해서 투표합니다. 한 사람이 성장해 사회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 중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습니다. 입시, 취업, 결혼, 주택, 출산, 양육, 질병, 부양, 노년 그리고 세계관. 이 중 정치와 관련없는 영역은 하나도 없습니다. 내 일상적 스트레스의 근본에 정치가 있고, 그 정치로 인한 나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노력. 그 노력이 바로 투표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래서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어제 사상 처음으로 대선에서 사전투표가 실시됐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투표한 투표용지의 후보자 칸 사이에 여백이 없었다는 주장이 어제 종일 각종 커뮤니티에서 이어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선관위 공식 입장은 한 종류 밖에 없으며 후보자 사이에는 여백이 반드시 있다는 겁니다. 이 논란이 후보자가 많아 칸이 워낙 좁다보니 생긴 기억의 오류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일부 인쇄 오류가 있었던 것인지 투표용지 실물로는 확인이 안 되고 있습니다. 해서 뉴스공장에서 제안합니다. 오늘 사전투표 하시는 분들 중에 만약 여백이 없는 용지를 받으시는 분들은 기표를 하기 전에 즉시 투표소의 관리관에게 문제제기를 하신 후에 확인을 받고 그 용지를 촬영해서 TBS 뉴스공장 홈페이지에 업로드 해주시면 사례를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JTBC 토론회에서 벌어졌던 동성애 공방이 어제 하루 계속 이슈가 되었습니다. 애초 어떤 정치적 목적으로 그 이슈를 제기했고, 그 이슈가 최종적으로 득이 될 것인가 하는 선거공학적 계산과는 무관하게 이 이슈가 대선후보 토론에서 등장했다는 자체는 우리 정치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그동안 우리 정치사에서 대선 당락을 가르는 키워드는 수십 년 째 지역 그리고 북한이었습니다. 대학진학율 세계 최고수준의 국가에서 겨우 두 개의 키워드가 수십 년간 국가의 미래를 결정해 왔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었습니다. 동성애 이슈는 이미 수십 년간 논쟁이 되어 왔던 서구 사회조차 여전히 가장 첨예한 쟁점 사안일 정도로 복합적인 이슈이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종교와 상식, 인권과 법, 혐..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어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가 나왔습니다. 중도신당의 마크롱 후보와 극우정당의 르펜 후보가 결선에 진출했습니다. 이번 프랑스 대선은 단순히 어느 한 유럽국가의 대선이 아니라 미국과 서유럽 중심의 세계 질서를 근본부터 뒤흔들 수도 있는 선거로 평가받았습니다. 그 결과에 따라서는 유럽연합의 해체, 나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해체가 현실화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럴 경우 국제적 세력균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우리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텐데, 우리 대선 토론에는 단 한 번도 이 주제가 등장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 대선판에는 세상에 미국과 북한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와 가장 빠른 인터넷 환경으로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연결된 이 나라가 왜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안철수 후보의 포스터가 화제입니다. 혹자는 파격적인 의도에 감탄하고, 어떤 이들은 당명을 뺐다고 비판합니다. 대선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어느 순간 대선후보를 자신의 대리자로 감정이입하기 시작하고, 평상시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도 죽고 사는 문제가 되는 것처럼 격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럼 어느 순간 또 심판들이 등장하곤 하죠. '과열된 선거판, 난무하는 네거티브 자제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가장 나쁜 선거는 가장 차분한 선거다. 자신을 대리할 후보, 다음 세상을 함께 만들겠다고 감정이입할 후보를 갖지 못했다는 거니까요. 그건 불행한 일이죠. 사기치지 않고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걸로 싸우는 한 선거는 뜨거운 게 좋다. 다들 뜨겁게 각자의..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KBS와 연합뉴스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에 지난 일요일 발표한 안철수 후보가 모든 대결에서 크게 승리하는 여론조사의 조사개요가 이상하다고 어제 아침 저희가 방송에서 지적했습니다. 3월 같은 조사에서는 국번 8천여 개를 무작위를 사용했다가 이번 조사에서는 불과 60개의 국번만 사용했고, 결번 등의 이유로 비적격이 된 비율도 3월에는 60%가 넘었다가 이번에는 8%에 불과했습니다. 무작위로 걸었다고 하는데 90% 이상의 번호가 적합했다는 거죠. 중앙선관위 역시 이 여론조사가 이상하다고 판단해 업체에 데이터를 요청하고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의뢰자의 요구에 맞춰 의도를 담은 여론조사. 과거에 종종 있었습니다. 그 경우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을 왜곡하기 위한 조작이고 범죄죠. 이번 여..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대선이 한 달 남았습니다. 이번 선거는 여러모로 이례적입니다. 현직 대통령이 없다. 야권 단일후보도 없다. 영호남 대결도 없다. 이렇게 세 가지가 없다고 '3무(無) 대선'이라고들 합니다. 없는 건 더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없고 여당이 없자 통상 여권의 보수후보가 누리던 보수매체의 전폭적 지지도 없습니다. 대신 이번 선거에서는 과거 대선에선 없던 게 있습니다. '단일후보 만들기'는 이번엔 보수의 숙제입니다. 보수매체 지원이란 프리미엄을 야권후보가 누리는 현상도 처음입니다. 극우성향의 유권자들이 보수후보가 아니라 야권후보 중에 지지후보를 찾아나서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죠. 헷갈리는 대선입니다. 그저 매일의 뉴스만 따라가다가는 대선 끝나고 이게 무슨 일이었나 하겠습니다. 이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