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블랙리스트 (8)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국정감사에 때로 방송 프로그램이나 출연진 이름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김제동 씨가 그랬던 것 같아요. 영광입니다. 제 이름도 국정감사에 등장했었습니다. 질타는 시민의 세금을 빌미로 공공성 기반의 방송을 보통 향합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제동 씨는 고액 출연료와 낮은 시청률 문제로 곤혹을 치르다 결국 방송을 떠나야 했습니다. 얼마 전 유시민 이사장은 결코 정치 비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비평은 자유로운 의견의 교환장인데 말만 하면 그게 머리, 꼬리, 몸통이 분리된 채 다른 맥락에 인용되어서 하지도 않은 말이 생산된다라며 안타까워 했는데요. 아, 유시민 이사장 역시 출연료 문제로 곤혹을 겪었습니다. 계약서를 썼네, 안 썼네, 말이 많았더랬죠. 주로 이런 이름을 꺼낸 쪽은 보수적 색채를 지닌 정당..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주 김명수 대법원장 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의 질의 내용 중에 공식적인 속기록도 녹취록도 없는 것으로 알려진 전국법원장회의에서의 발언 내용, 특정 법무비서관의 인사 관련 내용, 법원장 모임의 구체적 가입자 정보 등이 등장했습니다. 이런 정보들은 사법부의 고등부장, 실-국장급이 아니면 알 수가 없고, 이러한 정보가 종합적으로 취합되는 곳은 바로 법원행정처라고 합니다. 법원행정처는 통상 대법원장의 사람들이 주요 보직을 맡는다고 알려져 있죠. 그렇다는 이야기는 현 양승태 대법원장의 측근 인사들이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을 막겠다고 나선 걸 의미하는 것 아닌가요? 임기가 며칠 남지 않은 현 대법원장 체제가 차기 대법원장 체제의 출발을 이렇게까지 훼방한 사례는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국정원의 심리전단이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문화예술인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공작을 벌인 것이 밝혀졌습니다. 배우 김성근문성근, 김여진 씨의 나체 사진을 합성해 부적절한 관계, 육체 관계 등의 문구를 넣어 인터넷에 유포한 겁니다. 일국의 최고 정보기관이 사람의 수치심을 가장 적나라하게 자극하는 방식으로 민간인들을 공격한 거죠. 누가 했는지도 알 수 없고, 그 출처도 알 수 없어서 당하는 민간인들로서는 저항할 방법조차 찾을 길이 없었죠. 그런데 국정원이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그냥 심심해서 했나요? 국정원이 이런 일을 한 목적은 자명합니다. 보수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사회 경제적으로 매장시키기 위해서 한 거죠.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2010년 개그우먼 김미화 씨는 KBS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했다가 KBS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죠. KBS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법적으로 증명받기 위해 고소를 제기한다'고 했었습니다. KBS는 또 '누가 어떤 의도로 블랙리스트를 거론하고 이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행위를 당장 멈추라,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말하면서 그것을 지키는 근간인 방송법의 정당성을 침해하고 방송에 개입하려는 것은 그야말로 자기당착적 행위'라고 주장했었습니다. 그러니 있지도 않은 블랙리스트를 거론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방송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오히려 호통을 쳤던 거죠 얼마나 그럴듯한 논리입니까? 이런 논리를 구사한 사람들 배움은 전혀 부족하지 않은 사람..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1심 선고가 어제 있었습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는 징역 3년. 조윤선 전 장관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특히 조윤선 전 장관에 대해서는 블랙리스트 업무를 인수인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해서 해당 혐의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무죄 대목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전임인 박정오 전 정무수석이 후임인 조윤선 전 장관에게 전화로도, 만나서도 블랙리스트 업무를 설명했고, 처음에 웃으면서 조 장관이 나중에는 표정이 어두워졌다고 구체적으로 블랙리스트 인수인계에 대해 진술을 했다는 겁니다. 전임이 인수인계했다고 하는데, 후임이 안 받았다는 게 저는 이해가 안 갑니다. 엇갈리는 진술이 있긴 합니다. 정관주 전 문제부 1차관은 조 전 장..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사법부에서 사법부를 대상으로 하는 국회 국정조사를 스스로 요구하는 전례없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법관들의 정치 성향을 분류한 법관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에 대해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84%의 법관들이 추가적인 조사에 찬성했음에도 양승태 대법원장이 소뿔 바로 잡자고 소를 죽이겠냐며 추가 조사를 거부했고, 이에 더이상 사법부 자체조사만으로는 진실을 밝힐 수 없다고 일선 법관들이 입법부에 이 사안의 진상을 조사해 달라고 제안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겁니다. 사법부가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사법부의 수장이 거부한 상황이 됐습니다. 이 사태를 지켜보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헌법이 보장한 사법부의 독립을 사법부가 법관 블랙리스트로 무너뜨린 이유가 무엇일까? 자체 필요에 의한 것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판사 블랙리스트. 들어보셨습니까? 판사의 인사를 결정하는 법원행정처가 판사들 개인에 대한 뒷조사 파일을 만들었다는 의혹입니다. 법원행정처에 발령됐던 한 판사가 이 뒷조사 파일의 존재에 대해 언급하면서 촉발된 이 의혹에 대해서 일선 판사들은 조사를 요구했으나 법원행정처는 보안을 이유로 조사를 거절했습니다. 판사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떤 권력으로부터도 보호받는 독립적인 헌법기관이죠. 만약 이런 블랙리스트가 실재한다면 헌법이 보장해준 법관의 독립성을 오히려 법원이 스스로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통해서 무력화시키고, 헌법기관인 판사들을 법원이란 직장의 직장인으로 만들고 있었다는 게 됩니다. 개인의 신상과 행적과 발언과 생각을 관리해서 통제한다는 블랙리스트 발상. 이 땅에서 다시는 발붙지 ..
안녕하십니까, 공장장 권한대행 양지열입니다. 오늘은 국정조사 특위 마지막 청문회이고, 내일은 헌법재판소 3차 변론기일, 모레는 최순실, 정호성 등에 대한 형사재판이 잇따라 열립니다. 저는 생각이 짧은 변호사입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생각을, 그들을 변호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오늘 청문회에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비롯한 주요증인들이 나오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 사이 상황이 많이 바뀌었죠. 우 전 수석에 대해서는 국립대학 총장, 경찰 인사청탁과 관련한 진술과 증거들이 나왔습니다.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은 블랙리스트를 모른다고 하고 있는데, 전임 김종덕 장관이나 김성률 교육문화수석이 어제 피의자로 수사를 받았습니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은 최순실과 수십 차례 전화통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