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북한 (9)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프레퍼족(Preppers)이라는 게 있습니다. 냉전을 거치며 인류 멸망에 대비하는 생존주의자(survivalists)들을 일컫는 말인데요, 이들이 처음 등장한 미국에서는 나름의 용어와 관련 산업도 존재합니다. 이들이 쓰는 용어 중에 버그아웃백(bug out bag)이라는 게 있습니다. 대재앙이 닥칠 경우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장소, 주로 사람이 살지 않는 장소에 은밀히 축적해 둔 비상 식량과 발전기 따위가 준비된 그런 장소까지 이동하는 동안 필요한 배낭을 일컫는 말입니다. '생존배낭'이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하는 겁니다. 72시간 동안 생존을 도와주는 최소한의 비상배낭. 지난 주 갑자기 이 생존배낭 기사가 쏟아졌죠. 북핵 위기로 생존배낭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는 겁니다. 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북한이 또 ICBM급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임시 배치와 환경영향평가 유지, 투 트랙 대응을 했고, 보수 진영은 언제나처럼 반응을 했습니다. '강력 규탄, 사드 즉시 배치, 한미 공조 강화' ICBM, 사드로 못 막습니다. 미국에 떨어지는 ICBM을 한국에 배치한 사드로 어떻게 막나요? 그리고 한미공조는 왜 사드로만 해야 합니까? 여태 우리가 미국서 사들인 무기들은 다 뭔가요? 지난 10년간 36조어치 미국 무기를 사줬고, 박근혜 정부 시절엔 전 세계 미국 무기 수입 1위 국가도 했죠. 그리고 우리가 북한과 미사일 전력 차가 이렇게까지 벌어지면 미사일 전력부터 끌어올릴 생각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미국이 우리 미사일 사거리를 180 킬로미터로 제한한 1..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오늘 있을 예정인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을 앞두고 북한이 ICBM까지 쏜 마당에 사드 배치가 더욱 필요해졌다는 논리로 중국을 설득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말들이 나옵니다. 양국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외교, 안보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죠. 정반대 논리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 명분은 간단하죠. 주한미군과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데 이런 논리는 아주 손쉽게 무너집니다. 북한 ICBM은 미국 본토에 떨어지는데 한국에 왜 포대가 필요하냐? 할 말이 없죠. 사드는 포대뿐 아니라 레이더가 중요한 거다. 이렇게 주장한다면, 레이더 탐색 범위에 중국도 들어가지 않냐? 결국 중국 ICBM 탐지용 아니냐? 그렇게 영내 전략적 균형을 무너뜨리는 장비 아..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그저께 군사분계선을 넘나들어 군이 기관총 사격을 가했던 괴비행체는 풍선으로 밝혀졌습니다. 어제는 외교안보특보 내정자인 문정인 교수가 5,24조치, 그러니까 천안함 이후 방북 불허, 교역 중단 등 전면적인 대북 제재를 이제는 전향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발언으로 보수 진영의 집중 공격을 받았습니다. 지난 10년간 보수 정권 하에서 북한 뉴스는 항상 부정적이었고, 지금도 풍선에 기관총을 쏠 정도입니다. 북한은 한반도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이죠. 인간은 불확실성을 두려워합니다. 원시인류 때부터 수풀 속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면 두려워했습니다. 본성이죠. 이 두려움의 감정을 가장 손쉽게 처리하는 방식이 그 불확실성을 악으로 규정하는 겁니다. 공포스러운 대상을 윤리적 단죄의 대상으로 바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어제 괴비행체가 군사분계선을 넘나들었다고 합니다. 지난 10여 년간 북한 소식은 모두 부정적인 뉴스였습니다. 세계 유일 분단국가가 통일되어야 한다는 생각 그 자체가 과거보다 많이 약해졌습니다. 이제 각자 체제 유지하며 이 상태를 그냥 유지해야 한다 하는 말들도 많이 합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파리, 북경, 서울. 물리적으로 다 같은 땅 위에 있죠. 서울에서 파리까지 운전해 가는 게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우리 머릿 속에서는 그 땅은 끊어져 있습니다. 머릿 속에서 땅이 끊어진 덕분에 우리 머릿 속에서 세계는 우리와 떨어져 있고, 세계는 저 멀리 바깥에 있죠. 그렇게 나와 세계는 연결돼 있지 않습니다. 물리적 조건은 정신을 한계 짓습니다. 태평양 섬 원주민들이 처음 보는 백인..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어제 (3월 16일) 북한의 강한 입장이 나왔다. 북한의 입장표명은 뼈때리기가 많다. (듣다보면 한글로 이렇게 뼈를 때릴 수 있구나 싶을 정도.) 남한에 대한 메시지는 '3년 전 봄날이 돌아오기 어려울 듯하다'. 뭐 그리 강하지 않다. 진짜 뼈때리기는 미국에 대한 입장. 김여정: "이 기회에 우리는 대양건너에서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마디 충고한다. 앞으로 4년 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실 뼈때리기의 정수는 조선중앙TV의 논평들이다. 가증스럽게 놀아대는 간악한 쪽바리들을 가만두어서는 안된다. 아직 정신을 덜 차리고 못되게 나오는 일본놈들에게 단단히 본때..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JTBC 토론회에서 벌어졌던 동성애 공방이 어제 하루 계속 이슈가 되었습니다. 애초 어떤 정치적 목적으로 그 이슈를 제기했고, 그 이슈가 최종적으로 득이 될 것인가 하는 선거공학적 계산과는 무관하게 이 이슈가 대선후보 토론에서 등장했다는 자체는 우리 정치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그동안 우리 정치사에서 대선 당락을 가르는 키워드는 수십 년 째 지역 그리고 북한이었습니다. 대학진학율 세계 최고수준의 국가에서 겨우 두 개의 키워드가 수십 년간 국가의 미래를 결정해 왔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었습니다. 동성애 이슈는 이미 수십 년간 논쟁이 되어 왔던 서구 사회조차 여전히 가장 첨예한 쟁점 사안일 정도로 복합적인 이슈이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종교와 상식, 인권과 법, 혐..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10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이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라고 했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트럼프에 따르면 시진핑이 한중 역사를 이야기하며 한국이 중국의 일부이고, 그래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는 겁니다. 과연 시진핑 주석이 실제 그런 말을 했는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식으로 해석을 한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한반도의 전쟁 발생시 피난민을 가려서 받겠다는 일본 아베 총리를 포함해서 주변 강대국들의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은 한마디로 '개무시'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뉴스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어서 투표하고 싶다.' 이런 주변국의 어처구니 없는 인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