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어준 생각/2017년 8월 (23)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에서 부단장을 역임했던 김기현 씨가 사이버사령부에서 진행한 댓글 공작의 결과를 요약해 매일 아침 청와대와 국방장관, 합참의장, 국방부 비서관실에 직접 보고했다고 KBS 국제부 이재석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폭로했습니다.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관련해 최초로 실명이 등장하는 이 특종은 그러나 KBS 보도국장단이 보도를 막았습니다. 증거가 없기 때문에. 그리고 자유한국당 등 보수에서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댓글 공작을 벌인 해당부서에서 부단장을 했던 책임자가 얼굴을 공개하고 '내가 직접 보고했다'며 스스로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실명을 공개했는데 증거가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군 정보기관에서 한 일인데 수사권도 없는 기자가 어떻게 이 이상의 증거를 확보합니까?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허리케인 하비가 휴스턴을 덮친 당일 오히려 피해 지역으로 진입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2005년 카트리나 피해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민간 대원들이었습니다. 각자 자신의 트럭이나 소형 보트를 동원한 민간인들이 정부보다 먼저 구조활동에 착수한 이유 중 하나는 자신들이 직접 겪었던 과거 때문이었죠. 2,50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된 카트리나 당시 지역 주민들은 길거리에 방치된 시신을 수습할 수가 없었습니다. 미 정부가 지역 치안과 시신 처리를 민간 업체와 계약을 했기 때문이었죠. 작업 시간과 시신 숫자로 비용을 정산 받는 민간 업자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신을 아무도 건들지 못하게 하고, 최대한 천천히 시신을 수습했죠. 정부의 기본 의무인 재난 구조와 구난마저 자본의 욕망에 맡겨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어제 국방부 업무 보고 자리에서 이런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그 많은 돈으로 뭐했나?' 이 표현이 딱 맞는 예를 하나 들어보죠. 군은 작년 병영생활관, 내무반이죠. 개선 작업을 마치기 위해 2조 6천억 원이 더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장병 한 명당 침대 하나씩 설치된 내무반으로 바꾸겠다고 시작된 이 국정 과제로 군은 이미 지난 10년간 6조 8천억 원을 쓴 이후의 일입니다. 60만 명 장병에게 에이스 침대 하나씩 사줘도 6천억이면 됩니다. 장병 주거면적을 6.3제곱미터로 3배 확장해 준다고도 했었는데, 작년 기준 공공건설 임대주택 표준 건축비가 1제곱미터 당 백만 원 수준입니다. 그러니까 민간 임대아파트 수준으로 내무반을 새로 지어도 4조 정도면 되는 겁니다.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지율 독재로 가고 있다.' 지난 금요일 조선일보 사설 제목입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을 앞세운 제왕적 대통령이며, 균형 예산이라는 국가 규율을 깨려 하고 있다. 기업더러 요금을 내리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공영 방송에 대한 공개 비판도 서슴없다. 지지율 독재에 손색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사설의 핵심 주장입니다. 미디어의 영향력은 현재적 이슈에 경중을 따져서 대중에게 이것이 중요한 것이며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설정하는 능력에 달렸죠. 조선일보는 그렇게 핵심 아젠다 세트였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조선일보 꼬박꼬박 챙겨본 게 20년이 넘었습니다. 조선일보가 어떤 의제를 어떤 방향으로 다루느냐에 따라 그 의제가 대중에게 주목 받고, 그 결과 그 의제가 실제로도 중요..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2014년 작성된 한 국제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원세훈 국정원장 재임 시절 국정원 사기가 급락해서 여러 명의 국정원 요원이 자살했다고 합니다. 또한 보고서는 당시 국정원이 정보 활동에 실패, 정보의 정치화, 국내 정치 개입의 3대 병적 증상을 앓고 있었고, 그 원인은 원세훈 원장이 능력 밖의 일을 맡아 정보기관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라는 고위 관료의 말도 인용하고 있습니다. 설사 해당 기관 자살한 요원이 있었다 해도 그 죽음이 정말 원세훈 원장과 상관관계가 있는지 밝혀내기는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했다는 것은 해외의 비영리기구조차 알고 있었던 겁니다. 해외 비영리기구가 몇 사람 인터뷰하고 알게 된 걸 왜 우리라고 몰랐겠습니까?..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어제 한 세미나에서 한국개발연구원의 이주호 교수가 발표한 가정 배경과 학력의 상관관계 국제 비교 결과를 보면 가정의 사회경제적 여건이 자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유난히 높다고 합니다. 우리 못지 않게 학력을 중요시한다고 알려진 중국, 일본에 비해서도 높고, 아예 귀족학교가 따로 있는 국가들보다 더 높습니다. 지난 2000년에 비해 상관관계 수치가 2배 높아졌고, 특히 다른 나라가 최근 5년간 그 수치 변화가 거의 없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 수치가 더욱 높아졌고 하위 20%의 성적은 더욱 떨어졌습니다. 한 마디로 집안이 잘 살면 아이 성적도 높은 정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심하고 그 심해지는 정도와 그 속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겁니다. 한 번 흙..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5.18은 북한군이 침투해 저지른 폭동이다.' 최근 서울, 대전, 부산역 광장에서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내용입니다. 광주 시민들은 북한에 끌려다니는 빨갱이들이고, 5.18을 진압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애국자라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재생하는 이들은 국혼운동본부라는 정체불명의 단체입니다. 최근 CBS가 입수한 미 국방정보국의 기밀문서에 따르면 1980년 주한미군 사령관 위컴(John Wickham)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북한 위협을 계엄령 확대 명분으로 제기하자 이렇게 반박했다고 합니다. '북한 공격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다.' 위컴은 또한 전두환의 북한 위협 운운은 자신이 청와대 입성을 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본국에 보고합니다. 같은 날 미 국무부는 북한의 특이 동..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살충제 계란에 대해 식약처는 성인이 매일 몇십 개 단위로 먹어도 문제 없을 정도의 독성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살충제 계란 사태가 공장형 밀집 사육의 결과인지라 최근 흙목욕으로 진드기를 닭이 알아서 해결하는 방사로 키운 닭이 주목을 받았죠. 그런데 운동장에 재래닭을 자유롭게 방사시켜 키운 생협의 유정란에서 1979년 이래로 판매가 금지된 DDT 성분이 기준치 이하이긴 하지만 검출됐습니다. 이미 시중에서 구할 수도 없는 DDT이기 때문에 과수원으로 사용됐었다는 토지에서 과거 사용된 DDT가 남아있었던 걸로 추정됩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팀의 논문에 따르면 최근 산모 82명 중 81명의 모유에서 기준치 이하이긴 하지만 DDT 성분이 검출됐다고 하죠. 과거 과수원이나 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