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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미얀마 군부에 의해 핍박 받았던 아웅산 수치가 로힝야 인권에 대해 외면한다는 국제적 비난이 있습니다. 물론 인종청소는 어떤 정치적 배경이 있다 한들 정당화 될 수 없죠. 하지만 아웅산 수치에 대한 이 지적은 절반의 진실만 담고 있습니다. 미얀마는 60년 군사정권을 끝내고 민주정부가 들어선 지 2년이 채 안 되죠. 군은 여전히 막강해서 단위 지자체와 의회 4분의 1 지명권을 가지고 있고, 독자 정당도 구성합니다. 그런 군부가 호시탐탐 아웅산 수치의 정치적 실각을 노리고 130여개 소수민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미얀마에서, 이 로힝야 문제만은 압도적 여론으로 그들을 몰아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이 있는 상황에서, 게다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아웅산 수치가 로힝야의 편에 무작정 선다는 것은..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어제는 세월호 참사 만 3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1989년 4월 15일, 영국 셰필드(Sheffield)에 있는 힐즈버러(Hillsborough) 스태디움에서 FA컵 준결승전이 열렸습니다. 이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25,000 관중이 몰리면서 BBC가 생중계하고 있는 가운데 96명이 압사를 당했습니다. 당시 영국 경찰은 평소와 다르게 현장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고 이 사고에 직접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공권력은 이를 철저히 숨겼고 그 유가족들에게 독립적인 수사권이 부여되고 사고 진상이 밝혀지기까지 무려 20년이 소요됐습니다. 어쩌면 세월호 사고의 진상을 밝히는 데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온전한 조사권한으로 그 진..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에드먼드 버크 (Edmund Burke, 1729 - 1797). 보수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의 정치가. 그는 식민지였던 미국이 영국을 상대로 독립을 선포하고 전쟁을 시작하자 영국의 편이 아니라 미국의 편에 서서 당시 영국 국왕 조지 3세를 비판합니다. 왜? 영국의 전통인 자유라는 원칙을 어긴 것은 식민지를 수탈하는 영국 국왕이지 식민지 시민들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를 억압하는 왕이 오히려 영국의 전통에 반역했기 때문에. 보수란 그런 거죠. 공동체가 축적한 전통. 그 산물로서의 자유가 당장의 왕 하나보다 중요하다는 원칙. 18세기에 왕에게도 그랬습니다. 전쟁 때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21세기에 왕도 아닌 선출직 공무원을, 전쟁도 아닌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헌정 질서 파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