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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유럽연합과 독일 공정위가 독일 자동차 업체들의 카르텔 혐의를 조사 중입니다. 1990년대부터 폭스바겐, 다임러, BMW, 아우디, 포르쉐 등 세계적인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카르텔을 구축해서 엔진부터 배출가스 시스템까지 수시로 만나 담합해 왔다는 혐의입니다. 예를 들어서, 미세먼지 주범으로 알려진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한 탱크 규격과 화합물의 비율을 서로 담합해 제조원가가 더 커지지 않도록 탱크 크기를 몰래 합의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더 큰 탱크를 설치하는 노력을 어떤 업체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실제 이렇게 담합된 탱크의 규격은 질소산화물을 정화하는 데 충분치 않다고 합니다. 2년 전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사건으로 시작된 이 디젤 게이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영화가 있죠.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국가적 노력을 합니다. 실화가 바탕입니다. 2014년 알케에다에 억류된 자국민을 구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2천만 유로, 약 270억 가량을 썼습니다. 정부의 임무를 수행하던 사람도 아니었는데. 1940년대 나치 시절 되돌아오지 않은 750명의 시신을 찾기 위해 무려 80년이 지난 2009년 독일 당국은 중단됐던 유해발굴작업을 다시 시작합니다. 가족들도 찾기를 포기했는데 말이죠. 왜냐? 국가란 그러라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왜 힘들여 번 돈을 세금으로 내나요? 왜 황금같은 청년 2년을 군대에서 보냅니까? 내가 국민으로서 개인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재난과 위험에 부딪혔을 때 국가가 나서줄 거란 믿음 때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믿을 수 없다, 유럽인들 기피해 재고 엄청 쌓여' 지난 주말 뉴스원(News1)이 전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의 번역 기사 제목입니다. 유럽 주요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데, 노년층에 대한 접종을 유예한 것이 백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러 유럽 의료진들이 가장 효과적인 백신을 맞는다며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는 문제가 아주 많습니다. 실제 파이낸셜타임즈의 기사 전반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재고가 쌓여있다는 이야기를 하나, 바로 이어서 프랑스 최고 백신 전문가가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언론보도가 잘못됐고, 아스트라제네카는 효과적이고 안전해 재론의 여지없이 즉시 접종해야 하며, 스코틀랜드에서 94% 효과..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2013년 10월, 독일의 말 중개업자 아놀드 빈터(Arnold Winter)가 최순실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는 사실이 최근에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이 업자가 청와대 방문에 앞서 마사회를 만나 말 수입에 관해 의논했다는 사실이 추가적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최순실과 이 업자가 박 대통령을 만난 지 한 달 후 농림축산부, 교육부, 문체부는 2017년까지 전국 승용마를 4천 마리 가량 더 늘리고승마를 소년체전에 포함한다고 발표합니다. 한 마디로 말 수요가 급증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최순실은 단순히 과시용으로 자기 딸에게 말을 판 업자를 박 대통령에게 인사시킨 게 아니라 말 수입과 관련한 이권을 챙기려고 했던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개입했던 다른 모든 사업..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나라살림연구소에서 지난 6개월 간 10만 페이지의 예산자료를 검토한 결과 최순실이 연설을 고친 것은 단순히 취미가 아니라 경제활동이었다고 합니다. 연설문은 대통령의 입을 통해 정책이 되고 정책은 부처를 통해 예산이 되고 그 예산은 최순실의 사적 이익이 되는 그런 최순실의 경제활동이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220여개 지자체에 정부예산으로 스포츠 클럽을 만드는데 그 클럽은 최순실이 실소유한 K스포츠 재단이 관장하고 최순실이 운영하던 카페 테스타로사가 체인점으로 들어가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권은 재단에 숨어있는 컨트롤 타워 더블루K의 수익으로 연결되고 그리고 그 돈은 다시 최순실 소유의 독일 쌍둥이 회사로 자금세탁되어 빠져나가는 그런 구조. 최순실 게이트는 특검 한 번으로 끝낼 일..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독일 검찰은 지지난 주 금요일 95세인 여성을 살인방조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나치 시절, 수용소에서 속기사로 일했던 경력 때문입니다. 지난 주 월요일에는 나이가 100세인 남성을 나치 시설 수용소 경비원으로 일한 경력을 문제삼아 기소했습니다. 그들이 비록 속기사와 경비원에 불과했다 할지라도 수용소의 기능을 유지토록 도와서 살인에 일조했다는 거죠. 독일 검찰이 유사한 케이스를 여전히 수사 중인 건이 20건이 넘습니다. 이미 늙고 병들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100세 노인을, 어린 시절 당국에서 시킨 업무를 수행했을 뿐인 그들을, 독일 검찰은 왜 끝까지 법정에 세우려고 하는가. 자연인으로서 그들 개인을 문제삼는 게 아니라 반인류 전쟁범죄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역사에 교훈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