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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 정지, 파면, 구속까지 이어진 무려 5개월 넘는 대통령 궐위 상태 기간의 국정 공백도 어마어마하고. 미국, 중국 사이에서 고차방정식으로 풀어내야 할 사드와 북핵부터 일본 정부와의 위안부 문제, 경제 문제, 취업, 복지, 재벌, 검찰, 세월호, 최순실, 사대강, 자원외교, 우선 순위를 따지기 힘들 만큼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대선 기간 각 후보, 지지자들 간 주고 받았던 거친 공방으로 인한 상처도 여전히 시립니다. 생각해보면 작년 가을부터 대한민국 전체가 촛불과 탄핵과 대선으로 숨고를 사이도 없이,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해서 이제 이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대통령도 국민도 이제 숨 좀 돌리고 합시다.한 템포만..
안녕하세요, 공장장 권한대행입니다. 오늘 2017년 1월 11일은 수요일입니다. 오늘 아침 무척 춥습니다. 지금 보니 서울 지역 기온이 영하 8도군요. 오늘 정오에도 일본 대사관 앞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이실 겁니다. 1992년 1월 8일 시작한 수요집회가 1265번째를 맞는 겁니다. 20만 소녀들이 끌려갔습니다. 그 중 3분의 2 가량은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이제 서른 아홉분이 계십니다. 우리 헌법은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약속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한민국 전체의 합의입니다. 소녀상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 자체입니다. 할머님들을 영원히 잊지 않기로 한 약속입니다. 날이 무척 사납습니다. 할머님들,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반기문 총장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기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직 선거에 나선다면 피해갈 수 없는 검증 과정이죠. 모두들 각자의 방식으로 모든 종류의 질문을 하게 될 겁니다. 제가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올해 1월 1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해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졸속으로 합의해버린 위안부 협상을 두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거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칭송한 대목입니다. UN의 정신은 약자보호죠. 피해자, 약자 입장에서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UN 기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 위안부 졸속협상을 UN의 수장이 거꾸로 칭송했다는 사실. 그렇게 명백히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 편에도 서주지 못하는 사람이 약자의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신(新)식민주의'라는 말이 있습니다. 식민이 끝난 후, 독립된 피식민지를 여전히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지배하는 걸 일컫는 말인데요. 예를 들면, 프랑스는 과거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들의 엘리트들에게 프랑스 유학 기회를 제공하고 정치 컨설팅으로 그들을 육성해서 결국 친(親)프랑스 정치인들을 만들어냅니다. 경제적으로는 프랑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세파프랑(CFA franc)을 공용화폐로 쓰게 해서 경제를 통제하는데, 이런 게 신식민주의입니다. 프랑스 뿐만 아니라 과거 식민지를 경영했던 국가들은 대부분 이런 시도들을 하죠. 그럼 일본에는 신식민지 프로그램이 없는가. 일본의 극우는 패전 이후 청산되지 않고 곧바로 정치 최전선으로 복귀해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위안부가 매..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독일 검찰은 지지난 주 금요일 95세인 여성을 살인방조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나치 시절, 수용소에서 속기사로 일했던 경력 때문입니다. 지난 주 월요일에는 나이가 100세인 남성을 나치 시설 수용소 경비원으로 일한 경력을 문제삼아 기소했습니다. 그들이 비록 속기사와 경비원에 불과했다 할지라도 수용소의 기능을 유지토록 도와서 살인에 일조했다는 거죠. 독일 검찰이 유사한 케이스를 여전히 수사 중인 건이 20건이 넘습니다. 이미 늙고 병들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100세 노인을, 어린 시절 당국에서 시킨 업무를 수행했을 뿐인 그들을, 독일 검찰은 왜 끝까지 법정에 세우려고 하는가. 자연인으로서 그들 개인을 문제삼는 게 아니라 반인류 전쟁범죄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역사에 교훈으로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2008년 사사카와 재단이 후원하는 일본, 프랑스 수교 150주년 행사가 프랑스에서 개최된 적이 있습니다. A급 전범 사사카와 료이치(笹川良一, 1899-1995)가 만든 극우단체의 돈으로 열린 이 행사에 프랑스 외무부가 참석하기로 되어있던 걸 프랑스 학자들이 공동성명으로 무산시키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사사카와 재단은 이 성명을 주도했던 비네 박사(Fabien Postel-Vinay)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합니다. 그러자 프랑스 학계가 사사카와 재단의 이런 비열한 대응이야말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일본이 진행하고 있는 역사 왜곡의 증거라며 반발했고, 결국 프랑스 법원이 이 소를 기각하면서 일단락되었습니다. 일본 정부, 기업, 단체가 미국이나 유럽의 학자, 단체, 관료의 입을 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