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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생각 2017년 3월 13일(월) 뉴스공장 121회 박범계, 김관영, 장제원, 임상훈 본문

김어준 생각/2017년 3월

김어준 생각 2017년 3월 13일(월) 뉴스공장 121회 박범계, 김관영, 장제원, 임상훈

오늘부터 블로거 2021. 3. 1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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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재 생각이었습니다.

 

 

==

 

(1) 김어준의 해설

 

김어준: 역대 가장 짧은 오프닝이었어요. (웃음) 저 말 한 마디면 충분하기 때문에. 어디에서 헌재 판결을 들었어요?

 

김은지 기자: 저는 그날 마감일이어서 회사에서 들었습니다.

 

김어준: '시사인'이었으면 환호성이 터졌겠네요.

 

김은지 기자: 대부분 환호성을 터뜨릴 상황 아니었을까요? (웃음)

 

김어준: 그리고 그날 세상에서 가장 '그러나'. 

 

김은지 기자: 몇 번씩 가슴이 출렁였습니다.

 

김어준: '그러나'가 그렇게 무서운 단어인 줄 몰랐죠. '그러나', '그런데' 할 때마다 (웃음) 여러분들 가슴이 출렁였을텐데. 뉴스공장을 들으신 분들은 그나마 앞이 나쁘면 인용이고, 앞이 좋으면 거꾸로 기각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김은지 기자: 네, 알고 들어도 걱정이 되더라구요.

 

김어준: 심장에 무리가 간 분들을 위해 저희가 오늘 노래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노래를 듣고 방송을 이어가기로 하겠습니다.

 

♬ 쉬즈곤(She's gone) - 스틸하트(Steelheart) ♬
"She's gone"

 

김어준: 조금 더 나와야 되는데 노래가 첫 줄만 나오고 끝나버렸네요. (웃음) 가사 첫 줄만으로도 충분해서 부연설명은 하지 않는 걸로 하고. 자, 박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갔어요?

 

김은지 기자: 네, 어제 저녁 청와대를 떠났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난지 56시간 만이었는데요, 저녁 7시 39분쯤 삼성동 자택에 도착했습니다. 웃음 띤 모습으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메시지는 끝내 내지 않았습니다.

 

김어준: 저는 이틀 만에 나가고, 빨리 나가야 되는데 안 나갔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건 뭐 사저가 준비가 되지 않아서 그랬다고 쳐도 가장 큰 문제는 메시지가 없었다는 거죠.

 

김은지 기자: 네, 직접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김어준: 청와대에서 사저로 가는 순간의 상징성. 이런 걸 생각해보면 그 기회를 친박 입장에서는 충분히 살렸어야 하는데 그것도 못 살렸어요. 메시지가 없다는 게, 내 기분과 무관하게 내 위치나 지위나 역할이나 직분이나 책임에 따라서 해야할 일이 있잖아요. 이건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은 다 아는 거예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는데, 친박집회에서도 세 분이나 사망했는데, 자기 기분이 아니라고 입을 닫아버려요.

 

김은지 기자: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죠.

 

김어준: 어린 앤가요? (웃음) 이건 대통령의 자질을 따지기 전에 정상적인 성인 축에도 못드는 겁니다. 내 기분이 아닐 순 있죠. 하지만 성인이라면 자기 위치, 역할, 직분, 책임 때문에 해야할 일이 있다는 걸 안단 말이죠. 그런데 그걸 안 해요. 게다가 저는 사저로 돌아가는 순간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전국민을 향해서 필요하다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거나 또는 자기의 존재감을 만드는 최상의 찬스거든요. 다들 보고 있는 순간이기 때문에. 그 상징성이 대단하니까. 그런데 고작 한 게 박사모 집결이에요. 아직 우린 죽지 않았다, 우릴 무시하지 마라 이런 거거든요.

 

김은지 기자: 트럼프기도 똑같이 나오고, 성조기 비슷한 깃발도 나왔습니다.

 

김어준: 이런 건 동정심을 가질만한 분들과 분리시키는 거예요. '아, 결국 자기들끼리 노는구나, 위로해줄 사람이 저 옆에 있구나' 하수도 이런 하수가 없어요. 어쩌다 이런 연출을 하는 건지. 박사모는 또 오전부터 거기에 가있었잖아요.

 

김은지 기자: 네, 취재진들 엄청 또 때렸습니다.

 

김어준: (웃음) 취재진을 왜 그렇게 때리나 몰라요. 박사모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오전부터 거기에 가야되는 걸. 기자들도 몰랐는데. 박사모에는 미리 연락을 한 거예요, 당연히. 그리고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방송국 카메라가 자꾸 태극기로 가려졌잖아요.

 

김은지 기자: 네네.

 

김어준: 그거는 현장에서 도망갔던 박사모 회장 있잖습니까? 제가 알기로는그분이 현장지휘를 했어요. 그래서 MBC 지미집 카메라를 제외하고 다른 모든 카메라를 계속 태극기로 가렸어요. 일부러.

 

김은지 기자: 네, 그렇죠.

 

김어준: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박사모 회원이 만든 판넬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싸인을 하고 그랬잖아요. 어떻게 폴리스라인과 경호라인을 뚫고 거기까지 들어갔겠어요. 그거 다 연출된 거거든요. 저는 자기들이 가진 가장 큰 카드를 이런 팬클럽 행사 연출로 날려버리는 걸 보고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웃음) 와 하수구나. 누가 브레인인지 박수를 보냅니다. (웃음)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세력이 변수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구나 저 정도의 브레인이라면, 저는 그런 생각을 했구요. 대신 전달한 메시지는 있었죠?

 

김은지 기자: 네, 민경욱 의원이 대신해서 전달한 메시지는 있었는데요, 네 문장이었습니다.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제일 마지막 문장이 핵심인 거죠.

 

김어준: 그렇죠. 진실이 반드시 밝혀지겠죠. (웃음)

 

김은지 기자: 서로의 진실이 다른 걸로 알고 있으면 될 것 같습니다.

 

김어준: 더 많은 진실이 밝혀지겠죠. 그런데 누구랑 같이 있다고 뉴스가 나와요?

 

김은지 기자: 박 전 대통령 말씀하시는 거죠?

 

김어준: 네.

 

김은지 기자: 지금은 사저에 계속 있으면서 이영선 경호관이 보좌를 하고 있다고 어제 채널A가 보도했습니다. 청와대에서 삼성동으로 파견한 스무여 명의 경호인력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 건데요, 이 경호관의 경우 현재 불구속 기소된 상태거든요. 그런데도 거기에 끼어있는 거구요. 게다가 윤전추 행정관도 어제 사저까지 동행하는 모습에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니까 삼성동에 합류할 가능성이 큰 거죠.

 

김어준: 그렇군요. 오늘은 일반뉴스 말고, 탄핵의 결정적 장면들을 되짚어 볼까 합니다. 김어준의 해석판으로.

 

 

(2) 이정미 재판관의 헤어롤

 

김어준: 우선 전 이정미 재판관의 헤어롤있잖습니까.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문장과 완벽한 수미쌍관을 이루는데, 저는 완벽했다고 봐요. 이번에 알게 된 단어인데 '정수리 뽕'이라는 말이 있더만요.

 

김은지 기자: 아, 그런가요? 저도 처음 듣는데요. (웃음)

 

김어준: 남자들은 M자 탈모가 있잖습니까. 여성들은 중년이 되면 정수리 쪽에서 탈모가 일어난대요. 그래서 여성들에게는 정수리의 볼륨이 굉장히 중요한 거랍니다. 여성들의 자존심이라고 할까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정수리 뽕'이라는 단어가 따로 있어요, 이 검색어를 치면.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변명하면서 '여성의 사생활'이라는 단어를 꺼냈잖아요.

 

김은지 기자: 그렇죠. 계속해서.

 

김어준: 이 말이 여성 사생활 때문에 국가적 재난에 적절히 대처할 수 없다는 이미지를 주는, 자기 살자고 여성을 마치 열등한 정치가로 팔아치워버리는. 이래서 일반 여성들이 분노와 수치감을 느끼는 거거든요. 그 단어에. 김지은 기자도 마찬가지 아니에요?

 

김은지 기자: 김은지입니다.

 

김어준: 아, 죄송해요. (웃음)

 

김은지 기자: 황당하죠. 그런 이야기는 사실.

 

김어준: 그러니까요. 굉장히 분노를 느끼고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데, 저는 이 이정미 헤어롤에 여성들에게 큰 위로가 됐을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정수리 뽕으로 상징되는 중년 여성의 여성성을 여전히 챙기는 거예요. 동시에 그 롤을 직접 했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평범한 일상인이라는 거죠 그 분도. 그런데 이거 한 걸 잊어버린 거 아니에요.

 

김은지 기자: 그렇죠. 일에 쫓기다 보니까 정신이 없어서 그런 걸로 보입니다.

 

김어준: 천 원 짜리래요 이게 천 원 짜리. 그런 걸 하고 그걸 잊어버릴만큼 일에 집중한 전문가로서 대통령 탄핵을 책임지는 헌재소장이라는. 이 어마어마한 역할이지 않습니까. 그런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 거죠. 그러면서 그 모습으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선언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저는 대한민국 여성들이 박 대통령에게서 받은 모멸감을 위로받았다, 그래서 아주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봅니다.

 

김은지 기자: 네. 외신도 관심을 많이 기울여서 또 비슷한 해석의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김어준: 저는 그 헤어롤은 받아서 역사박물관에 전시해야 된다고 봅니다. 아주 역사적인 물건이라고 보구요. (웃음)

 

 

(3) JTBC 태블릿 보도

 

김어준: 김어준 해석에서의 결정적인 순간 첫 번째는 'JTBC의 태블릿 보도'입니다. 탄핵 국면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중요한 보도였죠. 역사책에 등장할 보도라고 봅니다.

 

김은지 기자: 네, 지난 해 10월 24일입니다.

 

김어준: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은 그 보도에 대한 박 대통령의 대응이죠. 첫 번째 담화에서 최순실의 존재를 인정해 버렸어요. 저는 그때 정치적 자살에 해당한다고 표현했었는데, 그때 계속 그래왔듯이 거짓말을 하고 은폐하고 우겼다면 혼란은 컸겠지만 여기까진 안 왔을 겁니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설마 아닐거야'라고 믿고 싶은 지지층을 와해시켜 버렸거든요.

 

김은지 기자: 사실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상상하기 쉽지 않았으니까요. 만약 대통령이 계속 부인했다면 논쟁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김어준: 계속 논쟁은 있었겠죠. (그런데 인정 함으로써)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던 지지층은 와해되고, 언론에서 보자면 금기가 무너져 버린 거예요. 의혹이 아니라 사실로 확정돼 버린 거니까 그때 언론에서도 둑이 무너졌어요. 이게 첫 번째 결정적 장면입니다.

 

 

(4) 비박에 대한 협박

 

김어준: 두 번째 결정적 장면은 '4월 퇴진, 6월 대선'이라는 이야기가 한참 나올 때 갑자기 새누리당 비박이 유보적인 자세로 변했잖아요. 그래서 이정현 대표가 탄핵이 되면 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도 하고, 탄핵이 안 될 거라고 자신이 넘쳤죠.

 

이 분위기를 물 밑에서 역전시킨 계기가 첫 번째로는 뉴스공장. (웃음) 저희도 광을 팔아야죠. (웃음) JTBC 바로 앞에 있거든요. (웃음) 그때 복수의 새누리당 비박 의원들이 협박을 받았다는 제보를 뉴스공장에서 폭로한 적이 있습니다. 이 폭로가 어떤 일을 했냐면 비박계에게 '나만 그런 일을 당한 게 아니구나' 이렇게 실제 분위기가 반전된 계기가 됐어요. 이제야 말하지만 당시 어떤 정부부처에서 몇 사람이 와서 어떤 이야기를 했다는 매우 구체적인 제보가 있었고, 나중에 듣기로는 최소 20여 명 이상이 그런 협박을 받았다.

 

이때 1차 분위기 반전이 있었고, 2차 반전은 그때 시민들이 전화기를 들었죠. 그래서 수십 만 명의 시민들이 전화와 문자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김은지 기자: 탄핵이 그대로 가야된다고요.

 

김어준: 네. 처음에는 어떤 세력이 하는 거 아닌가 하고 의심하던 비박계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자기가 직접 알던 사람들로부터 문자가 오는 걸 보면서 '이게 진짜 유권자의 민심이구나'하고 받아들인 거죠. 그때 전화기를 들었던 모든 분들의 통화 하나하나가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김은지 기자: 게다가 그때 주말집회 참석인원이 백만 명을 넘으면서 절정으로 치달아 가고 있었죠.

 

 

(5) 탄핵 가결 이후: 자유한국당의 협박

 

김어준: 이게 탄핵 가결 이전에 결정적인 장면입니다. 탄핵 가결 이후 헌재 판결이 나기까지 숨어있는 결정적 장면들이 있다. 이건 저밖에 얘기할 수밖에 없어요. 숨어있는 결정적 장면들. (웃음) 제가 2월 중순 즈음에 자유한국당에서 헌재 승복 서약서를 쓰라고 막 치고 나올 때.

 

김은지 기자: 원유철 의원 같은 분들요.

 

김어준: 왜 승복을 압박하냐, 자유한국당이. 너무 이상하지 않냐. 처음으로 문제제기했던 거잖아요. 이제야 말할 수 있다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자면. 사실 그 한 달 전 즈음에 시작된 물밑의 흐름이 존재했어요. 어떤 흐름이었냐면, 두 명의 재판관은 기각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세 명의 재판관은 기각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 아니, 첩보 수준을 넘어서는 굉장히 구체적인 정보가 1월 중순 즈음에 처음 등장했었는데, 청와대가 마지막까지 4:4 또는 5:3 기각을 믿었다고 하잖아요. 믿었던 정보가 그거예요, 1월 중순 즈음 맨 처음 등장했던. 청와대가 얼마나 기각을 확신했냐면, 이미 지나간 일이라 밝히지만 제가 알기론 청와대 내에서 그 기간 동안 비밀리에 다음 내각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 인물들도 만나고 있었고. 심지어 헌재의 탄핵 심판 직전, 그 전날 청와대 주방에서 자축 케잌을 준비했다고 제가 (들었어요). 5단 케잌을. (웃음)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광범위한 정보망에 걸린 첩보 중 하나인데 세상에는 비밀이 없거든요.

 

김은지 기자: 굉장히 민망한 일이네요.

 

김어준: 그 정도로 믿었다는 거예요. 이게 단순히 찌라시, 친박프레임이 아니고 청와대가 겨우 증권가 정보지에 매달려서 이러는 거 아니거든요. 그건 절대 아니고, 그렇게 생각하는 건 권력의 집요함이라던가 힘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고. 마지막 순간까지 믿을 만한 굉장히 구체적인 정보가 있었다. 있었는데. 어떠한 경로로 만들어진 것인지 짐작은 가지만 어쨌든 그때 그런 정보가 등장하면서 헌재 판결을 승복하라는 공세 그리고 가짜뉴스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친박 집회를 대규모로 확대하고, 김문수 전 도지사 같은 분들이 집회에 직접적으로 등장하고. 이런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죠. 투 플러스 삼 기각 가능성을 굳히려는 작전이 그때 시작된 건데 이 작전의 전략이 완전히 실패한 거예요, 제가 보기엔. 완전한 패착이다.

 

그 전략이 뭐였냐면 인용되면 큰일 난다는 협박 그리고 무시, 비협조 이런 거거든요. 그때 특검 조사나 헌재에서의 최후 진술 다 거부했잖아요. 법정에서도 어떻게든 일정을 지연시키려는 비협조가 있었죠. 이런 협박들. 친박 집회는 사실 한마디로 하면 '탄핵이 인용되면 큰일나' 하는 협박이잖아요. 대국민협박이고, 이정미, 강일원 재판관에 대한 협박. 재판관의 집주소를 공개한다든지. 특검도 협박했죠. 박영수 특검을 방망이로 목을 딴다느니. 법정에서도 협박했죠. 아스팔트가 피로 물들거다. 그런데 이 전략이 완전히 실패인 게 아무리 보수적인 재판관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이름을 쓰고 영원히 남는 결정문이잖아요. 그러면 평생을 법관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 결정문에 어떤 논리로 기각될 지 그걸 제공해줘야 하는데, 그건 제공해주지 않고 오로지 수치심만 들게 하는 거예요 이게. 정말 이 멍청한 전략을 누가 짠 건지 박수를 보냅니다 저는. (웃음) 누군지 정말 궁금하고. (웃음)

 

 

(6) 외부적 요인 1: 삼성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

 

김어준: 그리고 외부에서 온 치명타도 콤비로 있었죠.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그리고 발부. 그때 당시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중) 유일하게 법리 다툼을 했던 사람이 헌재재판관 출신의 이동흡 변호사였잖아요. 이 분의 가장 중요한 논거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도 기각되지 않았느냐였거든요.

 

김은지 기자: 그래서 뇌물죄가 적용할 수 없다는 거였죠.

 

김어준: 그런데 이게 발부가 되면서 그 논리가. 유일하게 법리를 다투던 분인데 날라갔고. 그리고 국정원 사찰 뉴스, 이게 굉장히 컸습니다. 헌법재판관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 결정이 정보기관의 사찰의 결과로 보이게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위축되죠.

 

 

(7) 외부적 요인 2: 헌법재판관 자극

 

김어준: 세 번째 타격은 대법원장이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을 임명했잖아요. 저는 이것도 타격이 컸다고 보는데, 대법원과 헌재는 사이가 서로 안 좋습니다. 서로. 매우. 그런데 이건 3월 13일 이후로 헌재 판결을 연기하라고 하는 아마도 친박 사이드에서의 압력과 헌재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원론 사이에서 타협을 해서 헌재 판결 직전에 이런 임명을 했잖아요. 이게 제가 보기엔 헌재재판관의 자존심을 자극한 겁니다. 자존심을 자극하죠, 당연히. 그것도 실패의 전략인 거고.

 

그리고 8:0으로 인용이 됐잖아요. 저는 8:0 인용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친박집회라고 봐요. 왜냐하면 그때 과격하게 협박하고, 국론이 양분됐다는 프레임으로 계속 밀고 나갔단 말이죠. 그런데 재판관들이 소수의견을 내면 그 소수의견을 근거로 해서 친박집회가 더욱 가열될 거라는 우려를 만들어주죠. 역시 땡큐입니다. 이렇게 일관되게 무식한 전략. (웃음)

 

김은지 기자: 대리인단의 경우에도 아주 말도 안 되는 막말을. 변호사로서 할 수 없는 일들을 했는데요.

 

김어준: 계속 모욕했죠.

 

김은지 기자: 네 그렇죠. (재판관들을 향해 국회의) 수석대리인이라고 했던 발언을 한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헌법재판관들이 모여서 술을 마셨다고 합니다. 그날 서로 통음(痛飮)하듯이 토로를 했다고 하는데요, 그런 것들이 굉장히 나쁜 전략이었던 거죠.

 

김어준: 그러니까 일관되게 재판관들이 결정문에 쓸 수 있는 논리 하나 제공하지 않고 계속해서 압박했던 거죠. 이 전략을 세운 브레인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웃음) 그들 스스로 만들어 낸 거예요.

 

 

(8) 강일원 재판관의 존재

 

김어준: 그리고 강일원 재판관의 존재도 굉장히 중요했다고 봅니다. 원래 주심이 평의할 때 헌법재판소에는 서로 의논해서 결론을 내잖아요. 주심이 먼저 의견을 제시하고 평의를 주도해 간다고 해요. 그때 결정문도 초안을 쓰고. 주심이 의견을 내고 이의제기를 하고 그러면서 의견을 좁혀가고. 강일원 재판관이 굉장히 꼼꼼하고 탄탄하더라구요.

 

김은지 기자: 네, 법정에서도 송곳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김어준: 이 분이 처음에 의견을 제시할 때 반론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고 봐요. 워낙 탄탄해서. 다른 분이 만약 주심이었다면 다른 결론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저는 없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헌재 주심 배당을 어떻게 하는지 아십니까?

 

김은지 기자: 무작위로 하는 거 아닌가요?

 

김어준: 네, 컴퓨터로 해요, 컴퓨터로.

 

김은지 기자: 네, 무작위로.

 

김어준: 우리 모두는 그 컴퓨터에 감사해야 합니다. 역시 이 컴퓨터도 역사 박물관에 보관해야 한다. (웃음)

 

김은지 기자: 이정미 재판관이 직접 읽은 결정문 내용은 헌법재판소 박물관에 실제로 간다고 합니다. 말씀대로 헤어롤도. (웃음)

 

김어준: 헤어롤도 가야하구요, 이 컴퓨터도 가야 합니다. (웃음) 그리고 이렇게 전략을 세운 분 있잖습니까. 그 분이 누군지 성함을 알아내서 그 분의 주민등록증도 함께 가야 합니다. 다같이. (웃음) 친박집회도 가야되구요. 다함께 힘을 모은 거예요. (웃음)

 

이것이 결정적 장면들이었다고 봅니다. 혹시 제가 말하지 않은 결정적.. 아, 헤어롤이 그 업계에서 전문용어로는 '그루프'라고 하나요?

 

김은지 기자: 네, 그루프라고 합니다.

 

김어준: 그루프가 뭐죠?

 

김은지 기자: 아마도 일본어에서 온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어준: 궁금하네요.

 

김은지 기자: 통상 입말로 사용하는 말..

 

김어준: 여성들은 그루프라고 하면 다 아는 건가요?

 

김은지 기자: 네네, 대개 그렇더라구요.

 

김어준: 그게 천 원이라면서요?

 

김은지 기자: 가격은 사실.. 그런데 그렇게 비싸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어준: 저는 꼭 이정미 재판관 머리에 달려있던 두 개, 그걸 떼와야 된다고 봅니다. (웃음) 잠시 후 2, 3, 4부는 저희가 특집을 준비했어요. 탄핵소추의원들이었죠. 더불어민주당의 박범계 의원, 국민의당의 김관영 의원, 바른정당에서 오랫동안 칩거했던 장제원 의원. 세 분과 함께 이야기를 쭉 나눌 것이기 때문에 오늘은 뉴스 하나 정도 읽고 들어갈까요?

 

김은지 기자: 네,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중 세 명이 사망했구요, 탄핵 반대 집회에서 기자들이 무차별로 폭행을 당했습니다.

 

김어준: 기자들을 일부러 때리라고 한 건지요..

 

김은지 기자: 탄핵에 언론의 역할이 아주 컸다고 그분들이 바라보시는 것 같구요, 실제로 언론의 역할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억한 심정들을 당일 현장에서 '기자들을 색출하라'는 소리까지 지르면서 무작정 때리기 시작했구요, 심지어 외신기자까지 맞았다고 합니다.

 

김어준: 사저에서 태극기로 다른 언론사들 다 가리는 걸 보면 MBC만 유일하게. (웃음) MBC는 뭐랄까요, 친박 언론으로 공식 인증된 겁니다. MBC 지미집만 내버려두고 나머지 카메라는 모두 다 가렸어요. 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지상파와 종편 모두 카메라만 들이대면 바로 태극기로 가렸거든요. 그런데 태극기를 든 분을 그 옆에 미리 대기시켰어요. 박사모 회장이. 그 분 어디갔는지 몰랐다고 했었는데 거기 나왔어요. 그리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바로 카메라를 태극기로 가리는. 그래서 장면들이 제대로 안 나왔죠. 사망의 원인을 보면 한 분은 스피커가..

 

김은지 기자: 스피커가 떨어져서 돌아가셨구요. 그 스피커가 떨어지게 된 계기가 다른 참가자가 경찰버스를 탈취해서 다른 차를 들이받으면서 생긴 일입니다.

 

김어준: 왜 경찰차의 키를 안 뽑았는지 몰라요. 안타깝게도 그게 떨어져서 사망하셨고, 나머지 두 분은 정확한 사인은 안 나오는데, 외력이 작용한 흔적은 안 보인다는 것과 심장수술을 받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고연령대 분들이 한꺼번에 집회가 격화되고 압박되고 그러니까..

 

김은지 기자: 떠밀려서 의식을 잃었다는 것까지 나왔거든요.

 

김어준: 적어도 이 분들을 향한 메시지는 냈어야죠.

 

김은지 기자: 하지만 박 대통령은 여기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김어준: 아... 하수 중의 하수예요 정말.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구요, 잠시 후 저희가 준비한 특집에서 세 분의 의원들과 이 정국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시사인의?

 

김은지 기자: 김은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9)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부재 (2017년 3월 14일 뉴스공장 해설)

 

김어준: 어제 한 이야기 중 빠뜨린 게 있어요. 숨어있는 결정적 순간 중에. 이 대목도 전 작용한 것 같아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본인이 예상치도 못했을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인해 갑자기 구속되지 않았습니까?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정보기관을 장악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도 대단히 큰 기여를 한 것 같아요.

 

김은지 기자: 이재용 부회장 영장이 기각되고 바로 김기춘 실장의 영장이 나왔죠.

 

김어준: 생각해보면 하나하나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그중에서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부재. 되짚어 보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눈에 띄는 뭔가가 없지 않았습니까 그때? 제가 이거 하나를 빠뜨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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