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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와 동성혼 본문
어제 2021년 3월 14일 자 MBC 스트레이트에서 동성애에 대한 정치적 혐오 발언을 조명했다.
이미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스페인,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 29개국에서 동성애 뿐만 아니라 동성혼까지 인정을 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동성애, 동성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견해 속에는 정치적 이권, 관념적 이해, 감정적 불편함 등 다양한 변수가 있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성애자이지만 동성애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형법의 근간이 되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결을 함께 한다.
우리나라 포함하여 세계 어느 법정에 가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다. 이는 논리학 1장 1절 '사람이 자기가 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았다고 증명하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고 때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에 기초한 원칙이다.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어제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증명할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보길 권한다. 가령, 어제 다른 사람의 지갑을 훔치지 않은 사람이라면, 자신이 '훔치지 않았다'는 걸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나에게 타인의 지갑이 없기 때문에 나는 훔치지 않았다? 지갑을 훔친 다음 지갑의 내용물을 빼고 지갑을 버렸을 수 있지 않은가.
그 내용물도 나에게 없다? 돈은 이미 사용했고 나머지는 다 버렸을 수 있지 않은가.
나는 그 시간에 다른 곳에 있었고 증인도 있다? 둘이 진술을 맞췄을 수 있지 않은가.
이렇게 나를 의심하는 상대방을 두고 내 결백을 입증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이유로 세계 어디를 가든 범인이라고 의심하는 검사가 유죄를 증명하도록 되어있다. 즉, 피의자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게 아니라, 피의자를 유죄를 의심하는 검사가 그 유죄성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증명에 실패하면 모든 피의자는 무죄로 간주된다. (물론 증거 조작, 증거 인멸 등 이 논리가 현실적으로 갖는 맹점도 있다. )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양한 종교적, 관념적 이유들이 있다. 동성애를 감정적으로 불편해 하는 사람들도 있고, 동성애를 질병 취급하는 견해도 있는데, 그들에게 묻고 싶다.
동성애가 잘못된 것이라고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가? 생물학적, 정신분석학적으로 동성애가 비정상이라고 할만한 근거가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동성애를 왜 반대하는가? 이는 아무나 데리고 그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단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감정적으로 불편하고 어색할 수는 있다. 그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나 내 감정이 불편하다고 해서 누군가를 윤리적으로 단죄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무죄 추정의 원칙'처럼 사람을 대상으로 정상, 비정상을 논할 때 비정상임을 입증할 객관적 근거가 없다면, 함부로 비정상이라 할 수 없게 '정상성추정의 원칙'이 필요하다. (차별 금지의 맥락에서는 '평등성추정의 원칙' 되겠다.)
뉴질랜드 보수당 모리스 윌리암슨 의원
다음은 뉴질랜드에서 한참 동성혼을 포함하는 '결혼 정의 수정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던 2013년, 뉴질랜드의 보수당인 국민당 의원 모리스 윌리암슨(Maurice Williamson)이 법안 수정에 지지하는 발언을 하며 내놓은 이야기다. (그렇다. 보수당 의원이 동성혼에 찬성하는 오픈마인드를 갖고 있다.)
"전 지금 이 법안에 반대하는 분들에게 약속을 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정말 확실한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태양은 내일도 떠오를 겁니다.
당신의 10대 딸은 언제나처럼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여전히 당신에게 말대꾸를 할 것이고,
(이 법안으로 인해) 당신의 은행대출금이 늘어나지도 않을 것이고,
피부병이나 발진 혹이 생기지도 않을 겁니다.
세상은 그냥 계속될 거예요.
그러니 크게 걱정하지 마세요.
이 법안이 통과되면법안 내용과 관계된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소식일테고,
나머지 우리들에겐 지금처럼 삶이 지속될 뿐입니다."
한 마디로 '네가 이성애자라면 네 삶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텐데 이 법안을 왜 반대하냐?'
윌리암슨 의원의 원본 영상은 이곳에서 시청 가능 (클릭)
동성혼에 대한 세계적 흐름
끝으로 다음은 동성혼을 합법적으로 인정한 나라들이다.
2001년 네덜란드
2003년 벨기에
2005년 스페인, 캐나다
2006년 남아프리카공화국
2009년 노르웨이, 스웨덴
2010년 포르투갈, 아이슬랜드, 아르헨티나
2012년 덴마크
2013년 브라질, 프랑스, 우루과이, 뉴질랜드
2014년 영국(잉글랜드, 웨일즈)
2015년 룩셈부르크, 미국 전역
2016년 콜롬비아
2017년 핀란드, 몰타, 독일, 호주
2019년 오스트리아, 대만, 에콰도르
2020년 영국 전역, 코스타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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