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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생각 2017년 5월 4일(목) 뉴스공장 159회 박시영, 이상일, 황우여, 황영철, 김진애 본문

김어준 생각/2017년 5월

김어준 생각 2017년 5월 4일(목) 뉴스공장 159회 박시영, 이상일, 황우여, 황영철, 김진애

오늘부터 블로거 2021. 3. 16.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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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이틀 전 보도된 문재인 후보와 해수부가 세월호 인양 지연을 놓고 거래를 한 듯한 인상을 주는 뉴스에 대해 SBS가 사과하고 해명했습니다.

 

해명의 내용은 박근혜 정권 시절 인양 지연과 눈치보기를 지적하는 문장이 삭제되었고, 그렇게 정치권의 눈치를 본 해수부를 비판하는 애초의 취지와는 다르게 차기 정권과의 거래라는 제목으로 바뀐 채 전혀 다른 맥락으로 보도가 됐으며 그 이유는 게이트 키핑이 미흡했다는 겁니다.

 

SBS가 조직적으로 벌인 일로는 내용도 부실하고 그 전후도 치밀하지 않고, 회사 차원의 실익도 없으며 오히려 사과로 인한 피해가 더 큽니다. 해서 게이트 키핑이 미흡했다는 해명이 이해가 가면서도 동시에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게이트 키핑이 미흡했다면 그 뉘앙스가 세련되지 못했거나 팩트와 반론이 충분히 보강되지 못했다 정도에서 그쳐야 했죠. 그런데 SBS 보도의 문제는 취재와 보강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취재와는 전혀 다른 보도가 나갔다는 거죠. 이건 게이트 키핑이 미흡한 게 아니라 누군가 자기만의 게이트 키핑을 따로 한 게 아닌가?

 

적어도 저는 그런 의문이 아직 남습니다.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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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어준의 해설과 SBS 관련 보도

 

김어준: 이 보도가 어제 하루 종일 화제였죠?

 

김은지 기자: 네, 그렇죠.

 

김어준: 참 이상하긴 이상한 뉴스예요.

 

김은지 기자: SBS가 그제 저녁 보도했던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사과의 이야기는 크게 서너 가지 되는데 '발제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고, 특정 후보에게 근거 없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었는데 여과없이 방송됐다'고 인정했습니다. 또 '후보의 반론을 싣지 못한 것도 잘못이다'라고 인정했는데, '게이트 키핑, 즉 뉴스 결정권자가 뉴스를 취사 선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김어준: 그래서 세월호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문재인 후보 측에도 사과하고, 그러면서 사실 관계를 이렇게 내부적으로 파악했다고 해명을 하고. 그러면서 꽤 긴 시간 보도를 했죠.

 

김은지 기자: 네, 5분 넘게 관련된 뉴스를 소개했습니다.

 

김어준: 저도 이 뉴스를 나중에 인터넷으로 확인했는데, 예전에는 그런 경우가 있었어요. 예전에. 옛날 얘깁니다. 언론사가 전사적 차원에서 선거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특정 후보에 대한 또는 특정 후보를 위한 편파적인 기사로 선거 개입을 하려고 했던 경우가 있었죠 과거에. 이번 SBS 보도 건은 회사가 전사적으로 베팅을 하기에는 너무 리스크가 크단 말이죠. 시기적으로도 늦고. 왜냐하면 이 기사 하나로 판세 전체를 흔들기에는 내용이 좀 부실해요 보니까. 팩트 보강도 그렇게 된 게 없고, 단순히 해수부 관계자의 증언 정도를 바탕으로 한 건데. 게다가 이게 충성도가 가장 강하고 결집력이 높다고 하는 문재인 후보 지지층을 흔들기에는 내용이 부실하단 말이죠. 이 뉴스의 용도가 있다면 가짜뉴스로 그 중 일부가 편집되어서 유통되기 적합한 수준인데, SBS가 이렇게 5분 동안 막 사과하고 해명하는 후폭풍. SBS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피해죠.

 

김은지 기자: 심지어 선관위에서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어준: 그걸 감당하면서까지 이렇게 조직적으로 만들어 냈다고 보기에는 그 리스크에 비해 실익이 너무 없죠. 그래서 저도 SBS가 조직적으로 의도를 가지고 회사 차원에서 했다고 보이진 않아요. 그렇다고 또 말끔하게 해결이 됐냐. 기자 입장에서 어떻게 보십니까? 물론 지면 기사와 이런 방송 보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조금 다르지만 편집부 차원에서 게이트 키핑은 분명히 있단 말이죠.

 

김은지 기자: SBS 노조가 밝힌 내용을 보면 조금 더 자세합니다. '박근혜 정권 시절의 인양 지연과 해수부의 권력 눈치 보기'를 지적하는 문장이 있었는데 데스킹 과정, 즉 기사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그게 빠졌다는 건데 제가 볼 때 이게 가장 핵심일 수 있습니다. 왜 가장 핵심되는 주제를 뺐을까 하는 의아함이 생기는 건 사실입니다.

 

김어준: 그러니까요. 이 보도된 기사의 뉘앙스로 보자면 사실상 정반대거든요. 

 

김은지 기자: 제목은 아예 '차기 정권과의 거래?'라고 나와 있습니다.

 

김어준: 원래는 '정치권의 눈치 보기?' 이러고, 기사 맨 앞에 박근혜 정권의 인양 지연을 지적하다가 미래 권력, 즉 문재인 후보를 지적하는 걸로 바뀐 건데 사실상 정반대에 가까운 거거든요. 이 기사의 맥락, 뉘앙스 대로라면 2, 3년 전 박근혜 정권의 가장 힘이 강할 때 박근혜 대통령은 인양을 원하는데 문재인 후보는 당시 의원이었었나요?

 

김은지 기자: 의원으로 단식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김어준: 아 그랬군요. 단식 정도 밖에 저항수단이 없던 야권의 잠재후보 한 사람이 인양을 막아냈다는 거잖아요.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걸.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정반대의 내용인데. 그래서 저는 단순히 게이트 키핑 만의 문제인가. 게이트 키핑이라는 게 대단한 게 아니거든요. 일단 기자가 발제를 하잖아요.

 

김은지 기자: 네, 어떤 내용을 쓰겠다고 위에 올리면 위에서 결정을 하는 거죠.

 

김어준: 편집장이 그 자리에서 또는 뉴스라면 보도본부장이 발제한 기사가 그 시점에 적합한가. 적합하면 팩트 보강하고 그런 취재 편집회의는 언론사에서 다들 하잖아요. 저도 익숙합니다. 소송을 피하기 위해 반론을 집어넣으라고 하기도 하고, 사건이 크면 보도하기 전에 아예 후속 취재부터 준비를 시키죠. 그래서 1편, 2편, 3편이 계속 나가죠. 그런데 이건 발제 내용과 반대에 가깝단 말이죠. 저는 이게 단순히 파인 튜닝(fine tuning)을 하지 못했다.

 

김은지 기자: 파인 튜닝이요? (웃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웃음)

 

김어준: 네, 너무 갑자기 (어려운 말을) (웃음) 그러니까 이게 단순히 잘 다듬지 못했다? 게이트 키핑이라는 게 잘 다듬는 거잖아요. 골라내고. 그런데 이게 잘 다듬지 못했다는 차원에서 벌어질 수 있냐 이게. 정반대에 가까운 내용이 나온 게. 정치적으로 정반대라는 거죠. 선거 일주일도 안 남았는데 이런 보도가 가진 파장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도국에 있다는 것도 저는 납득할 수 없고. 이건 시사바보도 알 정도인데.

 

김은지 기자: 특히 요즘 같이 예민한 때는 정말 기사 하나 하나를 신중하게 쓰는 게 언론사 내부의 문화이기도 한데 참 낯선 기사입니다.

 

김어준: 그러니까 굉장히 이상한. SBS가 조직적으로 전사적으로 했다고 보기에도 말이 안 되고, 그렇다고 게이트 키핑 만의 문제로 넘어가기에도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선관위에서 조사를 한다고 하니까 이건 여기까지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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