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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생각 2017년 5월 10일(수) 뉴스공장 163회 권순정, 김홍걸, 전재수, 박영선, 이혜훈, 노회찬 본문

김어준 생각/2017년 5월

김어준 생각 2017년 5월 10일(수) 뉴스공장 163회 권순정, 김홍걸, 전재수, 박영선, 이혜훈, 노회찬

오늘부터 블로거 2021. 3. 1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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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우리 손으로 근대를 맞이하지 못했다. 이 말을 처음 들었던 게.

 

그렇습니다. 우리 근대는 일본강점기 통치 편의를 위해서 강제로 이식된 거였죠.

 

프랑스 혁명이 세계사적인 이유를 가지는 이유는 왕이 백성 위에 군림하던 군주 시대를 시민들 자신의 손으로 끝내고 공화국 시대를 스스로 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들 역사가 많이 부러웠습니다. 백성이 시민이 되는 과정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했던 우리는 분단과 쿠데타와 군사 정권을 거치며 색깔과 지역에 흔들리는 시민이 아니라 백성에 머무르는 미숙한 민주주의를 최근까지도 겪어왔습니다.

 

이번 대선의 의미가 각별한 건 그래서입니다. 정치가 머뭇거리고 우왕좌왕 할 때 시민이 먼저 거리로 나섰고, 시민들이 길을 만들어 냈습니다. 살아있는 권력을 헌법질서 내에서 평화적으로 단죄하는 역사를 시민들의 손으로 직접 이뤄낸 겁니다.

 

이제 저는 프랑스 혁명이 부럽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각자 맛있는 고기 많이 먹읍시다.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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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어준의 해설

 

 

♬ Moonriver ♬

 

Moon river, wider than a mile 
I'm crossing you in style some day
Oh, dream maker, you heart breaker 
Wherever you're goin', I'm goin' your way

 

 

김어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는 음악 Moonriver.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주제가죠. Moonriver를 선정하려고 했다가 지나치게 서정적이고 지나치게 아름답다. 뉴스공장과 어울리지 않는다. 해서 진짜 축하송은 이겁니다.

 

 

♬ 달타령 - 김부자 ♬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정월에 뜨는 저 달은
새 희망을 주는 달
이월에 뜨는 저 달은
동동주를 먹는 달
삼월에 뜨는 달은
처녀가슴을 태우는 달
사월에 뜨는 달은 
석가모니 탄생한 날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오월에 뜨는 저 달은 
단오 그네 뛰는 달 
유월에 뜨는 저 달은 
유두밀떡 먹는 달 
칠월에 뜨는 달은 
견우직녀가 만나는 달 
팔월에 뜨는 달은 
강강술래 뛰는 달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구월에 뜨는 저 달은 
풍년가를 부르는 달 
시월에 뜨는 저 달은 
문풍지를 바르는 달 
십일월에 뜨는 달은 
동지죽을 먹는 달 
십이월에 뜨는 달은 
님 그리워 뜨는 달

 

 

김어준: 역시 뉴스공장은 경박하고 뭔가 근본이 없는 느낌입니다. (웃음)

 

김은지 기자: 아침 잠을 깨워줍니다.

 

김어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죠.

 

김은지 기자: 아직 당선인 신분인데, 곧 대통령으로 바뀝니다.

 

김어준: 엄밀히 따지면 선관위에서 의결을 해야 대통령이 되기 때문에 아직 당선인이라고 해야 하는데, 저는 그냥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하겠습니다.

 

김은지 기자: 네, 두세 시간 후면 대통령이 되는데 이번에는 유례없이 보궐선거로 이뤄졌기 때문에 인수위 기간이 없습니다.

 

김어준: 19대 대통령이 선출되는 과정 전체가 8, 9개월 정도 되죠. 우리가 직접 살고 있는 시간대여서 이게 어떤 역사적 의미를 추후에 갖게 될지 실감이 안 나는 부분이 있어요. 저는 이 8, 9개월 과정 전체.

 

김은지 기자: 최순실 게이트 시작부터 보면 그렇죠.

 

김어준: 그 8, 9개월은 앞으로 3.1운동, 4.19혁명에 버금가는 역사적 운명이 부여될 사건이었다.

 

김은지 기자: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새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김어준: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 거의 틀림없는 게 다른 나라에서도 독재, 부정부패, 폭정으로 실각하게 되는 대통령들이 있었어요.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예외없이 폭력이 동반되고 사상자가 생기고 엄청난 혼란이 있었죠. 그런데 시민들이 현직 대통령을 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서 탄핵시키고 헌법 테두리 내에서 다음 정부를 탄생시킨 사례는 제가 아는 한 없어요. 그래서 다른 나라 역사 책에도 등장하는 사례가 될 거다. 해서 저는 우리 스스로 대견해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오늘 고기를 먹을 겁니다. (웃음)

 

김은지 기자: 어제는 안 드셨나요? 지금 새로운 일인 것처럼. (웃음)

 

김어준: (웃음) 항상 먹지만 오늘은 맛있는 부위로 집중적으로 먹을 예정입니다. 여러분들도 스스로 대견해 하고 스스로 박수쳐도 되는 지난 8, 9개월 이었다고 말씀드립니다.

 

 

(2) 다섯 후보의 반응

 

김어준: 자, 그럼 오늘도 갈 길이 바쁘거든요. 아마도 오늘이 각 5당에 안배해서 다루는 마지막 시간이 될 것 같고, 내일부터는 제 마음대로 할 거구요. (웃음) 문재인 당선 사실상 확정된 게 어제 저녁 9시였던가요, 11시였던가요?

 

김은지 기자: 출구조사보고 사실상 결정이 확정되었다고 봐서 문재인 후보가 당사를 찾긴 했습니다.

 

김어준:  그때는 당과 당원들에게 메시지를 낸 것이고, 대국민 메시지는 광화문 광장에서 냈죠.

 

김은지 기자: 네, 밤 11시 45분 정도에 광화문 광장을 찾았습니다.

 

김어준: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문재인 당선인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정의로운 나라, 통합의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 해주신 위대한 국민들의 위대한 승리입니다. 내일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 원칙을 지키고 국민이 이기는 나라 꼭 만들겠습니다. 상식이 상식으로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 꼭 만들겠습니다."

 

 

김어준: 이렇게 대국민 메시지가 나왔구요, 다른 후보들도 대국민 메시지를 냈습니다.

 

김은지 기자: 홍준표 후보는 어젯밤 10시 정도에 서울 여의도 당사를 찾아서 패배를 인정하는 말을 했습니다. 출구조사가 사실이라면 자유한국당 복원에 만족하겠다는 메시지였습니다.

 

김어준: 이 메시지를 사실상 출구조사 발표 직후 본인의 SNS에 처음 올렸고, 당사에 가서도 마찬가지의 이야기를 했죠.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홍준표 후보 "나중에 개표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출구조사가 사실이라면 자유한국당을 복원하는데 만족하겠습니다."

 

 

김어준: 네,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죠.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대부분 지지율 한 자리 숫자로 대선레이스를 출발했고, 결국 2위 20%가 넘는 득표를 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홍준표 전 도지사가 자유한국당 내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살아남을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후보 시절에도 복당, 한 표가 아쉬워서 언급된 탈당파에 대한 복당이 이뤄지지 않았거든요. 가장 힘이 막강한 후보 시절에도 그런 이야기가 먹히지 않았다면 후보가 지난 다음에는 당 내 권력투쟁이 시작되겠죠. 

 

김은지 기자: 당 대표 선거가 6, 7월에 있어서 그때 기준으로 또 레이스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김어준: 그래서 이합집산이 당 내에서 시작될 것 같고. 자, 3번 후보는요?

 

김은지 기자: 안철수 후보는 어젯밤 10시 35분 정도에 국민의당 개표상황실을 찾아서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대선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안철수 후보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여러분의 열망에 부응하기에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미래로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김어준: 국민의당은 사정이 조금 더 나쁩니다. 양강구도를 거의 한 달 간 주장했었고, 실제 여론조사 수치도 박빙이 여러 번 나왔었는데, 결국 3위로 끝난 데다 홍준표 자유한국당은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TK 지역에서 1위. 본인이 도지사를 했던 지역에서 박빙이긴 했지만 1위를 지켰죠. 그러니까 자기 텃밭은 지켰다는 의미가 있는데, 국민의당은 1위를 한 지역이 하나도 없는 데다가 1위를 한 연령대도 없고. 그리고 호남에서도 거의 2배 차이로 (6:3으로) 패배했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책임론 공방이 굉장히 거세질 국민의당 내부 갈등이 조만간 아주 크게 불거지지 않겠는가. 자, 4번 후보는요?

 

김은지 기자: 유승민 후보도 어젯밤 11시 반 경에 서울 여의도 당사를 찾았습니다. 힘들고 때로는 외로운 선거였다면서 그렇지만 자신은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찾았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김어준: 맞는 말이죠.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유승민 후보 "저에게는 힘들고 때로는 외로운 선거였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개혁보수의 길에 공감해 주신 국민들 덕분에 바른정당으로서, 저로서는 새 희망의 씨앗을 찾았습니다. 이 씨앗을 소중히 키워서 싹을 틔워서 언젠가는 열매를 맺도록 하겠습니다."

 

 

김어준: 유승민 후보는 뉴스공장에 나왔었어야 해요. (웃음) 저희가 끊임없이 주장했고, 유승민 후보의 지지층은 대구가 아니라 수도권에 있다고. 그런데 이걸 막판에 깨달았어요. 자기 지지층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던, 뭐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습니다. 보수는 항상 노년층이라고만 생각해 왔으니까요. 그래서 씨앗을 찾긴 찾았는데 자유한국당에서 흡수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해지겠죠. 후보 간에 격차가 생겼으니까요. 유승민 후보도 갈 길이 구만 리입니다. 

 

김은지 기자: 어제 출구조사에서 2, 30대 지지율이 꽤 나와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어준: 자기 지지층이 거기에 있다는 걸 마지막 순간에 깨달았던 거죠. 뉴스공장에 나오셨어야 해요. 제가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안타까운 일이었고. 자, 5번 후보는요?

 

김은지 기자: 심상정 후보도 어젯밤 9시가 넘어서 당사를 찾았습니다. 변변치 못한 당 상황에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정의당이 새롭게 도약할 거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심상정 후보 "이번 선거는 우리 정의당의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입니다. 오늘 끝난 이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들의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열망을 받아 안아 우리 정의당 또다시 출발하겠습니다. 우리 당직자 여러분, 당원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김어준: 사실 정의당도 실망스러운 결과를 스스로 받아들였죠. 물론 5%를 넘긴 게 처음이긴 해요.

 

김은지 기자: 네, 진보정당 후보로서는 처음입니다.

 

김어준: 처음이고, 그건 성과 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문재인 지지자들이 50%를 못 넘겨서 아쉬워하는 것처럼 정의당이 10%를 못 넘겨서 아쉬워하는 지지자들이 있겠죠. 그런데 대선은 굉장히 냉혹하고 무서운 선거거든요. 결코 압도적으로 누군가가 이기게 놔두질 않습니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도 만족해야 하구요, 이 다자구도 내에서 40%를 넘긴 것도 대단한 거구요. 그리고 정의당도 다섯 후보 모두 두 자리 숫자를 득표할 수 있는 상황까지 갔었거든요. 이런 선거는 유례가 없습니다. 군소후보가 없었던 선거예요. 군소후보라는 게 5% 이하, 2~3%대를 군소후보라고 하는데 다섯 후보 모두 군소후보가 아니었던 거죠.

 

김은지 기자: 모두 5% 넘게 득표했습니다.

 

김어준: 굉장히 어려운 선거에서 5% 넘게 득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에.

 

김은지 기자: 최종 6.2%였습니다.

 

김어준: 지지율도 깜깜이 기간 동안 거의 두 자리 수 가까이 발표됐었기 때문에 안타깝겠지만, 이 문제는 저희가 오늘 3, 4부에 4번, 5번 정당의 두 분 노회찬, 이혜훈 의원 나오셔서 한 번 짚어볼까 합니다. 저희는 1, 2, 3번이 아니라 4번, 5번을 통해서 대선을 길게 짚어볼까 하구요. 1번, 2번 후보들의 인사는 이따가 짧게 연결할 예정입니다만 긴 이야기는 4번, 5번을 통해서 짚어볼까 합니다. 갈 길이 멀어서 오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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