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김어준 생각 2021년 3월 15일(월) 뉴스공장 본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LH사태. 예민한 부동산 문제인데다 선거 국면인지라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이 뒤섞여 연일 확산일로입니다.
이럴 땐 사실이 아닌 것들이 사실보다 더 자극적이죠. 예를 들면 사태 초기 변창흠 국토부장관은 문제가 된 LH직원들이 신도시 지정을 염두에 둔 투기는 아닐 것이라고 해서 여론의 몰매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변 장관의 설명은 사실 아예 틀린 말은 아닙니다. 토지보상 절차상 전면 수용되는, 그러니까 정부가 그 땅을 모두 사들이는 경우 토지보상금은 시세보다 높게 책정되는 법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그 직원들 땅은 시세차익을 노릴 수 없고, 시세차익을 노렸다면 그 주변 땅을 샀어야 했다는 해설인 거죠.
그 경우 신도시가 아니라 그 주변 땅 값이 폭등하니까. 그러니 신도시가 아니라 몇 년 후 민간개발을 노린 걸로 보인다는 설명을 하려다가 보상제도의 디테일을 잘 모르는, 혹은 알아도 옹호한다고 비난 받을까 봐 두려운, 혹은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선거 국면에서 한 방향으로 몰아가기 바쁜 기자들에게 더 사태를 키우는 소재만 제공한 셈이 된 거죠.
변 장관 자신은 그 시점에 그런 설명을 할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 부동산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불만을 관리해야 할 주무장관이라는 그런 정무적 판단이 부족했던 것이고.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잘 됐다. 이참에 뿌리를 뽑자.
그러자면 사실과 사실 아닌 것을 구분해서 사실로만 싸우자.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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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어준의 해설
김어준: 이게 이제 한 2주 됐기 때문에 지금쯤 되면 이제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구분해서. 원래 큰 사건이 터지면 뒤죽박죽 과장된 보도와 사실 확인이 안 된 보도가 막 쏟아지잖아요. 그런데 사실을 정확하게 알아야 해법도 정확하게 나오는 거거든요. 이거 외에도 많습니다만 초기에 변 장관이 그런 이야기를 했죠. '직원들이 신도시 안 될 걸로 알고 산 거 같다'고. 그 말은 듣자마자 '직원들이라고 옹호하는구나' 그렇게 들리잖아요. 그래서 엄청 두드려 맞았죠.
그런데 그 설명 자체는 사실이에요. 왜냐하면 신도시가 되면 그 지역이 수용되거든요. 수용. 수용이 된다는 건 정해진 가격에 팔아야 된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원 주민들이 불만이 많죠. 시세보다 높게 책정해 주지 않으니까. 대신 그 주변 땅, 신도시 지정된 바로 그 주변 땅들이 폭등을 하게 되죠. 그래서 신도시 지정을 알면 그 신도시 내의 땅을 살 게 아니라 신도시 주변 땅을 샀어야 한다는 거죠. 투기목적이라면 신도시 내의 땅을 사는 건 바보 짓이다. 이런 설명을 하려고 했던 거예요.
그때 당시 그 설명을 누가 듣고 있습니까? 그러면서 '신도시가 안 될 줄 알고 산 것이다' 또 그 말 역시 듣고 보면 이런 디테일을 모르면 옹호하는 것처럼 들리잖아요. 대신 '아마도 나중에 민간개발을 예상하고 산 게 아니겠는가' 하고 본인의 해설을 뒤에 달았는데, 그 말은 변 장관 말이 맞긴 맞는데 문제는 뭐냐면, 그 내용을 아는 기자가 별로 없고 또는 설령 안다고 해도 이 시국에 변 장관 말이 맞긴 맞다고 하면 두들겨 맞을 것이고.
류밀희 기자: 굳이 쓸 이유가 없죠.
김어준: 굳이 쓸 이유가 없는 거죠. 그런데 언론인이 할 일이 그런 거거든요. 구분을 해주는 건데, 구분을 안 해줘요. 몰아가죠.
변 장관의 잘못도 있죠. 그 해명이 그때 들릴 상황이 아니잖아요. 선거 국면인 데다가 한 쪽으로 몰아가는. 더구나 우리 언론과 포털이 그런 걸 구분해서 해줍니까? 신나게 두들겨 패는 것만 하지. 그때는 본인이 부동산 전문가로 해설을 할 게 아니라 마음을 다친 국민들을 어루만지는 주무장관으로 정무적 발언을 했어야 하는 건데, 장관 초보다 보니까 그것도 못한 거죠. 이건 잠시 후에 토지보상 전문가와 '실제 투기를 노린 사람들은 어떻게 잡아내야 하는가', 지금은 이 얘기가 안 나오잖아요. 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진짜 투기를 노렸다면 무엇을 어떻게 했을 것인가.
물론 민간개발을 노렸다고 하더라도 저는 토지와 주택을 다루는 공기업의 임직원들은 어떤 목적으로든 그런 투기성 투자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그건 비판 받아야 하지만 적어도 신도시 건을 노리고 한 건 아니다. 그건 사실 관계가 맞지 않다는 거죠.
이 얘기를 길게 하는 건 직원들을 옹호하거나 변 장관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알아야 어떻게 바꿀지 알죠. 우리 언론이 사실을 말해주지 않으니까 공부를 해야 해요. 뉴스공장과 함께 공부를 하는 것으로 하고. 싸워도 제대로 싸워야 되거든요. 그런 기사는 안 나올 것 같아서 해설을 길게 했습니다.
(2) 코로나19 주요 뉴스
미국 확진자 6만 8천 명
이탈리아, 프랑스 확진자 2만 명 이상
일본 금요일과 토요일 1,200~300 수준의 확진자
한국 주말 사이 400명 대 확진자
감염재생산지수 R = 0.94였는데 R = 1.07로 상승 (R = 1 이하로 막아내기 위해 방역당국이 노력 중.)
(3)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협상 지지부진
류밀희 기자: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협상이 지지부진합니다. 협상이 중지됐고, 어제 예정됐던 비전발표회도 한 차례 연기해서 오늘 실시하기로 했는데 조금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는 양상입니다. 이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내가 단일후보가 되어야 한다, 중간지대 표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오세훈 후보는 '안 후보는 야권분열을 잉태할 후보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김어준: 단일화만 이기면 서울시장이 될 것 같으니까 치열해지는 건 당연한 건데, 최근 나오는 메시지를 보면 이번 단일화는 실패할 확률보다는 성공할 확률이 조금 더 높은 것 같아요 현재까지는. 쉽진 않겠지만. 그런데 오세훈 후보의 메시지를 보면 국민의힘 쪽에서는 윤석열 변수의 등장으로 안철수 없이도 대선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이 아닐까. 안철수 후보를 보수진영에서 버릴 수도 있다 이런 생각도 드는 워딩입니다. 저의 일방적인 추정입니다만 워딩이 그렇다.
단일화는 쉽지는 않겠으나 여전히 지금 여론 지표상으로는 단일화만 하면 이기니까 단일화 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고 저는 봅니다.
류밀희 기자: 비전발표회는 오늘 오후 3시에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제 서울시장 보궐선거 가상대결에 대한 여론조사가 발표됐는데, 양자대결을 할 경우에 박영선 후보가 오세훈, 안철수 두 후보에 큰 차이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 조사가 표본추출에서 60대 이상의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김어준: 두 자리 숫자 이상의 격차가 나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후보가 열세인 건 맞는 추세인데 이 여론조사는 어제 하루 종일 보도가 됐는데, 이걸 근거로 하는 후속기사도 많이 나오고. 거의 20% 가까이 차이나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조금 들여다 보면 샘플링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죠. 문항을 물을 때 단일화를 먼저 묻고, 그런 다음 그 단일화 된 예를 들어 '국민의힘의 오세훈 후보가 범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하면' 이렇게 단계를 거쳐서 질문을 하게 되면 뭐랄까요, 바이어스(bias)가 걸린다고 하죠. 이건 저희가 내일 전문가들과 다루어 보겠습니다.
(4) 더민주 "엘시티 특혜분양 명단에 박형준 후보 최측근 포함"
류밀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엘시티 특혜분양 명단을 확인하고 있는데 박형준 후보의 최측근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어준: 여권에서는 후보들에 대한 공세를 주로 하고 있는데, 엘시티 특혜분양에 박형준 후보의 측근이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박 후보 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보기엔 선거국면에서 영향을 주는 건 대단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네요. 설령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5) 변창흠 사의 조건부 수용. 문 대통령 "공급대책까진 마무리"
류밀희 기자: 변창흠 장관이 사의 표명을 했습니다.
김어준: 조금 전에도 설명을 드렸지만 변창흠 장관의 실수가 있었어요. 정무적 판단에 대한 실수가 있었고. 그건 본인이 해설할 일이 아닌데. 이건 뉴스공장에 보상전문가가 나와서 할 설명할 일이거든요. 그 타이밍에 그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놓친 부분도 있고. 그런데 이사 대책의 경우에는 이 대책을 수립한 당사자 아니겠습니까?
류밀희 기자: 그렇습니다.
김어준: 이 분야의 최고전문가인데, 적어도 그 대책은 마무리하고 아마 사퇴하는 것으로 그렇게 얘기가 됐나봐요. 현재까지는 그렇게 알려졌습니다.
(6) 국민의힘 곽상도 "오거돈 일가 '가덕도 연결' KTX역 인근 8만평 소유"
김어준: 제가 오늘 아침에 오다가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 오거돈 일가가 가덕도 연결하는 길 인근 땅 8만 평을 소유했다. 가덕도도 아니고 가덕도를 연결하는 KTX역 인근에 8만 평을 소유했다는 기사를 보다가 왔는데, 이게 진짜 제목 장사 기사거든요. 그 땅은 70년도에, 50년 전에 매입한 땅입니다.
류밀희 기자: 그 사실을 곽상도 의원이 직접 밝히기도 합니다. 해당 토지가 1972~73년에 상속으로 소유한 것이다.
김어준: 70년도에 상속한 땅을 가지고.
류밀희 기자: 50년 전 일인데.
김어준: 지금 이걸 끌고 나오는 건 그냥 제목 장사거든요. '오거돈 KTX 가덕도'와 연결해서 지금 부동산에 분노한 국민들한테 제목을 던져주는 건데. 언론과 포털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보는데 이 앞에 '50년 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이라고 썼어야죠. 그러면 그 자체로 기각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 제목으로 포털에서 열심히 뿌리는 걸 보고, 선거가 오긴 왔는데.
류밀희 기자: 그리고 마지막에 덧붙였습니다. '당시 담당 변호사 문재인 대통령'
김어준: 50년 전 얘깁니다. (웃음)
(7) '미얀마를 구하라' 정부 "최루탄 안 팔고 협력 중단"
류밀희 기자: 미얀마에서 군부의 강경진압이 계속 되고 있는데, 어제는 최소 38명이 사망했다. 누적 사망자가 100명이 넘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양곤의 일부 지역은 계엄령까지 내려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미얀마에 최루탄과 군용물자 수출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김어준: 이게 이제 미국이 대북제재 하듯이 우리나라가 미얀마를 상대로 독자적인 제재를 한 거예요. 미얀마에서 지금 최루탄이 많이 쓰이고, 시민들을 진압하는데 쓰이는 물자에 대해서는 수출 중단한다는 결정을 한 거거든요. 이게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이렇게 한 건데, 우리 정부도 독자적으로 이런 제재를 한 것이 처음일 겁니다. 선진국이라는 게 잘 먹고 배부르게 산다는 뜻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 앞서 기준을 세우는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하는 거예요. 아시아에서 민주적 가치의 기준은 한국이 세워가는 겁니다 이제. 그런 의미가 있는데 너무 보도가 안 되네요 이건. 따로 한 번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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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이 정도는 알아야 할 아침 뉴스] - 류밀희 기자 (T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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