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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생각 2017년 7월 12일(수) 뉴스공장 208회 이정렬, 노회찬, 김성태, 안민석, 원종우 본문

김어준 생각/2017년 7월

김어준 생각 2017년 7월 12일(수) 뉴스공장 208회 이정렬, 노회찬, 김성태, 안민석, 원종우

오늘부터 블로거 2021. 3. 29.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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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최근 개고기 논쟁이 다시 한창입니다.

 

개인적으로 개를 키우게 된 이후 더이상 개고기를 먹지 않게 된 사람 중 하나로 개고기 반대론 진영의 비위생적 축산 환경, 비윤리적 도축 과정에 대한 지적, 크게 공감합니다.

 

그런데 개고기를 육류로 소비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 중 하나 임에도 여전히 동의가 되지 않는 주장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야만적이라 비난한다. 개는 특별해서 애초부터 식용이 아니다.

 

그런가요?

 

식문화는 그 지역 자연과 환경 하에서 사람이 적응해 가면서 오랜 세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거죠. 더 우월할 것도 더 부끄러울 것도 없는 거 아닙니까?

 

개는 특별한 동물이라 안 된다는 주장을 가만히 따지고 보면 대단히 이기적인, 인간 중심의 사고죠. 돼지한테는 물어봤나요? 니네 개보다 덜 귀여운데 인간을 위해서 죽어주는 데 불만이 없냐고.

 

어떤 동물도 인간을 위해, 먹히기 위해 태어난 운명 같은 건 없는 거죠. 자연 수명 이전에 인간이 먹겠다고 다른 생명을 죽이는 건 개든 아니든 그 자체로 잔인한 겁니다.

 

사랑하는 개가 고기가 되는 걸 지켜보기 힘들다는 그래서 당장 중단시키겠다는 간절함은 백 번 이해가 가는데, 그러한 자신의 사랑이 누군가를 단죄할 근거가 저절로 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특정 식문화를 윤리적 단죄의 대상으로 만들어서 중단시키겠다는 시도를 볼 때마다 저 방식이 과연 옳은가? 그리고 그렇게 해서 해결이 가능하겠는가? 묻게 되는 겁니다.

 

초복에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1) 김어준의 첨언

 

김어준: 보신탕 드십니까?

 

김은지 기자: 아니요, 먹지 않습니다. (웃음)

 

김어준: 저는 먹었었는데 개를 기른 후에는 안 먹어요. 개를 기르다 보니까 개고기 반대론자들의 절박한 주장이 매우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대체적인 논리 전개에 공감이 가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아쉬움이 많거든요. 그래서 이 얘기를 해봤는데. 개고기 먹는 사람들을 야만인 내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비문명인 또는 개를 도축하고 사고 파는 사람들을 도덕적이지 않은 개 백정, 그렇게 공격하거든요.

 

그런데 식문화를 이렇게 윤리적인 공격의 대상으로 삼아서 그 식문화를 단절시킬 수 있겠는가? 그런 저의 문제의식인데, 왜냐하면 내가 너보다 도덕적으로 더 우월한 포지션에 가서 계몽하고 설교를 해서 어떤 문화가 단숨에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거든요. 이건 굉장히 종교적인 시도고. '나는 좋은 놈인데 너는 나쁜 놈이야' 이렇게 외치는 강도만큼 딱 그만큼 반감이 다시 돌아와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김은지 기자: 각자 취향을 존중하되 육식문화에 대해선 한 번 성찰해 보는 게. 물론 공장장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웃음)

 

김어준: 저는 모든 동물의 도축에 반대하고 채식을 주장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그 자체로 존중해요. 그런데 특별히 이 동물은 안 된다, 그리고 그 동물이 안 되는 이유가 이런 식으로 야만적이거나 어떤 특정 식문화를 공격해서 비윤리적인 것으로 만들어서는 오랫동안 해오던 게 절대 단절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 생각인데, 더 엄격한 축산 환경, 더 엄격한 도축 기준 그리고 그 기준에 미달하면 엄격하게 처벌하고, 또 시장 진입을 굉장히 어렵게 만드는 거죠. 동시에 반려동물에 대한 보편 인식이 재고되고. 그렇게 점진적으로 매력이 없는 사업, 매력이 없는 먹거리, 이렇게 시장과 인식이 동시에 바뀌어 가야지. 갑자기 식문화가 없어지는 법은 없습니다.

 

김은지 기자: 육식에 대한 남다른 성찰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웃음)

 

김어준: (웃음) 제 기억으로는 몇십 년간 이 논쟁을 지켜본 것 같은데 전혀 진도가 안 나가는 것 같아서. 왜 진도가 안 나가는지, 가장 진도를 나가고 싶은 사람들이 그 이유를 잘 모르는 것 같아서 한 마디 보태둡니다. 우리나라 정치가 진도가 안 나가는 것과 굉장히 비슷한 이유예요. 그래서 이야기를 해봤고. 자, 오늘 첫 뉴스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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