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김어준 생각 2021년 4월 8일(목) 뉴스공장 본문

김어준 생각/2021년 4월

김어준 생각 2021년 4월 8일(목) 뉴스공장

오늘부터 블로거 2021. 4. 8. 09:30
반응형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 개표가 완전히 끝이 나고 당선자가 모두 확정됐습니다.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된 오세훈, 박형준 두 분에게 축하를 드립니다.

 

 

♬ Congratulations - Richard Cliff ♬

 

Congratulations
And celebrations
When I tell everyone that you're in love with me
Congratulations
And jubilations
I want the world to know I'm happy as can be
Who would believe that I could be happy and contented?
I used to think that happiness hadn't been invented
But that was in the bad old days before I met you
When I let you walk into my heart

 

 

==

 

(1) 김어준의 첨언

 

김어준: 어제 개표방송에서 TBS 유튜브 동시 접속자가 가장 많았습니다. 9만 명 정도 됐고, 그 다음으로 MBC는 3만 명 정도 됐습니다. 뉴스공장이 마지막 방송인 줄 알고 찾아온 분들이 많았나 봅니다. 더구나 요즘 청취율 조사 기간이라 그 덕을 조금 보겠네요.

 

 

(2) 코로나19 주요 뉴스

 

전 세계적 확산세.
인도 11만 명.
브라질 8만 명.
일본 3,500명.
한국 653명. (해외 입국자 포함 668명.)

 

 

(3) 김어준의 보궐선거 결과 분석

 

김어준: 다른 뉴스들은 포털에 있으니까 제가 결과 분석을 10분간. 아니, 10분이 넘을 수도 있겠어요. (웃음)

 

류밀희 기자: 저는 먼저 나갈까요? (웃음)

 

김어준: (웃음) 옆에서 추임새를 넣을 수 있으니까요. (웃음) 전문가들이 방송에서 분석을 많이 하던데 대부분 동의가 안 되는 내용이라, 저 나름의 분석을 해보려고 합니다.

 

웬만한 선거 결과는 대부분 맞춰 왔다고 주장하는 자칭 선거 전문가로서 큰 줄기 몇 가지만 얘기해보자면, 우선 큰 선거는 개별 요소들이 합쳐져서 결과를 내는 게 아닙니다. 메가 트렌드, 아주 큰 흐름, 마음의 큰 흐름이 결정하는 거예요. 그런 큰 흐름은, 마음이라는 게 결핍을 메우는 방향으로 흐르게 되어 있어요. 부족한 걸 메우고 싶은 거죠. 너무 당연한 건데, 그런 결핍, 즉 해소되지 않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른 가면을 쓰는 거죠.

 

그동안 가장 큰 결핍으로 해소되지 않은 감정을 가진 유권자들은 사실 보수 지지층이었어요. 큰 선거에서 여러 번 연속으로 이기지 못하면서 누적된 좌절과 결핍이 있었어요. 이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 겁니다. 언젠가 탈출구를 찾아서 해소되어야 하는데. 이번 선거를 두고 부동산이 원인이라고 하잖아요? 반만 맞는 말입니다. 이 해소되지 않은 결핍이 부동산이라는 가면을 쓰고 보복 투표로 나타난 것이다. 저는 그렇게 해석을 합니다.

 

부동산이 정말 원인이었으면, 예를 들어 '오세훈 셀프보상', '박형준 엘시티'가 치명적이었어야 해요. 부동산 이슈거든요. 그런데 LH는 흔히 말하는 트리거(trigger), 방아쇠 역할을 했지, 가장 강력한 동력원은 이 결핍을 메우려는 마음의 흐름이었다. 저는 이걸 '보복 투표'라고 부르겠는데, '보복 구매'가 있듯이. 이것이 바닥에 흐르는 가장 큰 동력원이었다고 봅니다.

 

두 번째로는 언론과 포털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저는 언론은 한 마디로 시시해졌다고 봅니다. 기자가 직장인이 됐고. 예를 들어 내곡동이나 엘시티는 언론이 가장 좋아하는 유형의 소재거든요. 여기에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그런데 취재나 보도를 안 했어요. 그리고 더 큰 영향은 포털이 줬다고 봅니다. 포털은 중요한 뉴스를 노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여론에 깊숙히 들어왔다.

 

류밀희 기자: 언론은 취재를 하지 않았고, 포털은 노출을 시키지 않았다.

 

김어준: 심지어 사전투표 이틀 동안 포털은 투표율을 노출시키지 않았습니다. 큰 선거에는 사전투표율을 보여주기 마련인데, 본 투표 하루는 했지만 사전투표 이틀은 투표율을 안 보여줬어요. 예를 들자면 이런 식으로, 한 번 벌어진 여론의 흐름이 움직일 모멘텀이 생기지 않도록 포털 메인이 관리되었다고 저는 해석합니다.

 

선거 국면 전체를 통틀어서 국면 전환의 기회는 한 번 정도 있었어요, 제가 보기엔. KBS의 내곡동 측량 현장 보도, 이건 굉장히 결정적인 보도였는데 이 기사를 포털이 이틀 동안 싣지 않았어요. 메인에 노출시키지 않았어요. 소위 깜깜이 기간이라고 하죠, 여론 조사를 공표하지 않는 그 기간 동안 사실 여론은 크게 움직입니다. 과거에도 항상 그랬어요, 어느 쪽으로든. 격차가 더 벌어지든, 또는 격차가 줄어들든. 이번 깜깜이 기간 동안에는 여론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발표는 할 수 없었지만 저는 매일 받아봤는데 그만큼 표심을 자극할 뉴스가 배달이 안 된 겁니다.

 

물론 저는 그게 제대로 배달이 됐어도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이 승리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처음 얘기한 메가 트렌드가 확실했다. 하지만 결과와 별개로 회사 하나가 국민 여론 형성의 게이트를 이렇게 장악하고 있다는 건 저는 말이 안 되는 거라고 봅니다. 어떤 회사의 과장이나 부장이 내가 어떤 뉴스를 보고 어떤 마음을 먹을지를 결정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정당 요인도 당연히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지금까지 치뤄왔던 여러 번의 선거처럼만 대했어요. 뭐랄까요, 평상시처럼 치뤘다. 국민의힘이 훨씬 더 절박했고 치밀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민주당에서 재난지원금, 저는 이건 보편지원을 꼭 했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정치는 권력을 줬을 때 효능감으로 보답을 해야 돼요. 선별지급은 그 정치적 효능감이 없습니다. 피부에 와닿지가 않아요. 주요 고비마다 여의도에서도 정책적 실수가 몇 번 반복됐습니다. 이 외에도 몇 가지 있죠, 선거 국면인데도.

 

예를 들어서 단일화의 경우에도 국민의힘의 단일화가 극적이었다면 민주당의 단일화는 큰 민심의 바다에서 보자면 같은 편끼리의 소꿉장난 같은 겁니다. 큰 민심의 바다에서 보자면. 그걸 너무 오래 했어요. 민주당은 단일화 때 모멘텀을 잃어버렸던 것이고, 국민의힘은 단일화로 모멘텀을 완전히 가져간 거거든요. 그리고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 전체 프로세스 관리도 잘했습니다. 성공시키기 어려운 단일화였는데,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적은 잡음으로 성공을 시켰고. 그 과정에서 소위 안철수 리스크도 완전히 없어서 최상의 결과를 이루어냈다. 큰 실수도 없었고. 후보 리스크의 경우 오세훈, 박형준 후보 관련한 리스크도 있었죠. 그런데 중간에 정치적 대응을 잘했어요. 물타기도 정치적 기술이거든요. 그것도 잘했다.

 

저는 후보 요인도 있다고 보는 것이, 오세훈 후보는 지난 10년간 나서는 선거마다 다 졌거든요. 본인이 사퇴를 하면서 시작된 길이었는데, 이번에는 언더독(underdog)으로 시작했단 말이죠. 그런데 최종 단일화 승리까지 오면서 보수 지지층이 그 과거를 용서한 거죠. 심지어는 이기게 해주고 싶은 후보가 됐어요. 거기에는 10년 동안 고생했다는 짠함도 있는 거예요. 정치인에게는 이런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기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오세훈 후보에게 이 선거에서는 스토리가 생긴 거죠. 오세훈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분들은 이해가 안 갈 수도 있겠는데, 지지하는 분들에게는 스토리가 생긴 거예요. 이기게 해주고 싶다. 내곡동에 갔다는 게 설사 확실한 물증으로 드러났어도 보수 지지층은 그대로 표를 줬을 겁니다. 더구나 20대에게 오세훈 후보는 신인이에요. 처음 보는 사람과 마찬가지입니다. 부정적인 기억이 없어요. 

 

그리고 박형준 후보는 이번 선거가 철저히 서울 선거와 동기화 됐거든요. 그 덕을 톡톡히 봤다고 봅니다. 엘시티 같은 건 대중의 관심을 쉽게 끌 수 있는 사안인데, 서울 선거와 부산 선거가 완전히 동기화 된 덕을 크게 봤다. 반면 박영선, 김영춘 후보는 다른 시기에 다른 시기였다면 훨씬 더 득표를 했겠지만 후보 개인의 힘으로 넘어가기에는 지금까지 말한 여러 요인들이 이겨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봅니다. 다른 어떤 후보가 나왔어도, 지금의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벌써 10분을 다 썼기 때문에. (웃음)

 

류밀희 기자: 저 오늘 14페이지까지 준비했거든요. 아직 하나도 못했는데. (웃음)

 

김어준: (웃음) 다른 뉴스들은 다 포털에 있어요, 이런 뉴스가 없는 거지. (웃음) 그리고 향후 대선 국면 아니겠어요? 사실 이번에 당선된 두 분은 1년 정도의 임기이기 때문에 선거로 보자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선거로 보자면. 저는 그래서 국민의힘도 흥분하지 않을 거라고 봐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다행이죠. 그동안 만성적인 패배감, 또는 정치적 무력감 같은 게 있었을 텐데 그걸 벗어나서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는 게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보상이지 지자체장 두 사람으로 어떻게 할 수 없어요. 1년 밖에 안 남은 보궐이기 때문에. 그래서 국민의힘도 팡파레를 울리거나 그러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선거를 많이 치뤄 본, 오래된 정치 선수들이기 때문에. 

 

반면 저는 민주당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봐요. 앞서 메가 트렌드라고 표현을 했는데, 원래 대선 정도가 메가 트렌드거든요. 저는 이번에 미리 보수 지지층이 대선에 나오듯이 나왔다. 총집결했다고 봅니다. 이 표가 보수층이 얻을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까운 표라고 보는데, 해소되지 않은 감정은 반드시 폭발한다고, 폭발하지 않는 감정은 없어요. 저절로 사라지지 않아요. 그런데 만약에 대선에서 이런 보복 투표와 마주했다면 민주당은 무슨 수를 써도 못 이겼을 거예요, 이번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크게 져서, 그것도 해소되고 또 내부적으로도 충격을 받게 되거든요. 그것도 잘 정비하느냐의 문제가 남은 것이고. 국민의힘도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에 '해볼만 하다'. 양측이 한 두 달 정도 있다가 어디에 서있는지를 잘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시간이 금방 가네요. (웃음) 1시간 정도 필요한 것 같은데. (웃음)

 

류밀희 기자: 주말특근을 생방으로 하시죠. (웃음)

 

김어준: (웃음) 마무리를 하자면, 뉴스공장은 어제 막방인 줄 아는 분들이 많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막방이길 바라는 분들도 많을텐데, 그게 어렵습니다 여러분. (웃음) 이거는 저의 의지나, 뉴스공장의 의지나, 또는 TBS의 의지 이전에 사실 오세훈 시장 시절의 오세훈 당선자 덕분이에요. 이게 아이러니입니다. 시장 시절에 오세훈 당선자는 TBS를 서울시 홍보 방송으로 인식했어요 실제. 그래서 방송 개입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이후에 시장의 영향력으로부터 TBS가, 그리고 방송이 독립되도록 구조가 꾸준히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TBS도 재단으로 독립이 됐고, 박원순 시장조차 방송 출연을 마음대로 못 했어요. 박원순 시장도 방송 출연을 요청하고 거절당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그리고 그래서 뉴스공장이 마지막 방송이길 바라는 보수 지지층은 오세훈 시장에게 따져야 하는 겁니다. 그 시절 그렇게 10년에 걸쳐 꼼꼼하게 절차들이 만들어져서 어렵습니다. 그 점은 오세훈 시장에게 감사드리구요. 그리고 이제 당선되셨고, 선거도 끝났으니까 뉴스공장에 출연 요청을 저희가 분기에 한 번씩 할 수 있거든요. 분기에 한 번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 할 수도 있는 규정이 있습니다. 뉴스공장에 와서 인터뷰를 해주시면 감사하겠고, 그때 이런 이야기도 나누고 선거 이야기도 나누고 하면 좋겠네요.

 

제가 한 꼭지를 다 해버렸네요. (웃음) 몇 가지가 더 있는데. 큰 틀은 이 정도구요,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만 그것도 시간 나는대로 할게요. (웃음)

 

류밀희 기자: 미리 예고를 해주시면 준비하는데 참고하겠습니다. (웃음)

 

 

==

 

  • 1부 [이 정도는 알아야 할 아침 뉴스] - 류밀희 기자 (TBS)
  • 2부 [인터뷰 제1공장] - 전화연결 EMA, AZ백신-희귀혈전증 관련성 발표 “부작용 매우 드물어 계속 접종해야 권고” - 조은희 접종후관리반장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인터뷰 제2공장] - 전화연결 대전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학교와 학원서 확진자 발생..근본 차단할 것" -허태정 시장(대전시) [우표수집] 재보궐선거 결과 분석 & 향후 정계 전망 - 우원식 의원 (더불어민주당) - 홍문표 의원 (국민의힘)
  • 3부 [인터뷰 제3공장] K-조선, 1분기 전세계 발주 절반 수주 “친환경 전환에 발 빠르게 대응한 비결” - 김현수 회장 (대한조선학회 / 인하공업전문대학 교수) [인터뷰 제4공장] IMF, 세계경제전망 지표 발표 올해 한국 GDP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 - 최배근 교수 (건국대 경제학과)
  • 4부 [문화공장] 윤여정 美 배우조합상 수상..트로피만 36개 & BTS, 비버·그란데와 한솥밥 "음악산업의 새 패러다임" - 강유정 영화평론가 (강남대학교 교수) - 김영대 음악평론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