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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생각 2017년 9월 11일(월) 뉴스공장 251회 주진우, 안원구, 김지형, 이정렬 본문

김어준 생각/2017년 9월

김어준 생각 2017년 9월 11일(월) 뉴스공장 251회 주진우, 안원구, 김지형, 이정렬

오늘부터 블로거 2021. 4. 12.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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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프레퍼족(Preppers)이라는 게 있습니다. 냉전을 거치며 인류 멸망에 대비하는 생존주의자(survivalists)들을 일컫는 말인데요, 이들이 처음 등장한 미국에서는 나름의 용어와 관련 산업도 존재합니다. 

 

이들이 쓰는 용어 중에 버그아웃백(bug out bag)이라는 게 있습니다. 대재앙이 닥칠 경우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장소, 주로 사람이 살지 않는 장소에 은밀히 축적해 둔 비상 식량과 발전기 따위가 준비된 그런 장소까지 이동하는 동안 필요한 배낭을 일컫는 말입니다.

 

'생존배낭'이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하는 겁니다. 72시간 동안 생존을 도와주는 최소한의 비상배낭. 지난 주 갑자기 이 생존배낭 기사가 쏟아졌죠. 북핵 위기로 생존배낭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삼면이 바다고 북쪽은 막힌 이 좁은 땅에서 핵전쟁이 나면 그런 배낭을 메고 어디로 갑니까?

 

미국처럼 차를 타고 몇날 며칠 떠날 곳이 있나요?

 

이 프레퍼족들도 핵전쟁은 개인 단위에서는 결코 준비할 수 없는 EOTW, End of the World 라고 부릅니다. 우리 땅에서 핵전쟁이 나면 다 죽는 겁니다. 

 

북핵으로 공포마케팅을 하고 정치적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세력이 분명히 있죠. 그런데 이들은 전쟁나면 가장 먼저 도망갈 자들입니다. 그들에게 휘둘리면 안 됩니다.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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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어준의 첨언

 

김어준: 발음이 새네요. (웃음)

 

김은지 기자: 월요일이라서. (웃음)

 

김어준: 프레퍼족 들어보셨어요?

 

김은지 기자: 아니요, 처음 듣습니다.

 

김어준: 지난 주에 기사가 막 쏟아졌는데. '프레퍼족, 생존배낭' 원래 세계대공황 때 시작된 거예요. 그때 미래가 불확실하니까 미국에서 시작된 건데, 거의 100년의 역사가 있거든요. 그래서 상업적으로도 일종의 하위 문화, 마이너 장르의 익스트림 산업처럼 존재해요. 돈도 안 되는데 왜 비싼 장비를 메고 뛰어내리는 익스트림 있잖아요. 그런 익스트림 산업인데,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거죠. 예전에는 핵전쟁이었고, 90년대에는 종말론, 노스트라다무스, 2000년대에는 밀레니엄 버그, 그러다가 지진, 쓰나미 등 계속 대상이 바뀌어요. 왜냐하면 대상이 중요한 게 아니고 실제로는 자신의 불안과 공포 때문에 생기는 거니까. 

 

어쨌든 중요한 건 핵전쟁은 이 프레퍼족들도 개인은 대비할 수가 없다. 개인이 어떻게 대비합니까? 그래서 ETOW라고 불러요. 끝이다 이렇게 부르는 거거든요. 자기들끼리 용어가 많아요 군사용어 비슷하게.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땅도 좁은 곳에서 미개척지가 있나요? 며칠 달려가면 사람이 안 사는 곳이 있다던가. 삼면도 바다고. 여기서 핵전쟁이 나는데 10만원짜리 생존배낭으로 어떻게 삽니까. (웃음) 15만원으로 핵전쟁을 대비할 수 있으면 누가 핵을 무서워해요?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위안이라도 되라는 기사들은 상관없는데, 보수 매체들이 이 기사를 쏟아낸 면이 있는 곳을 보면 이 아이템으로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더 키우고, 마치 전쟁이 임박한 듯한 인상을 주고 그런 상상을 하게 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 불안감으로 정부를 비판하라 이겁니다. 그런 속셈이 가득한 기사들이 있어요, 아주 가소로운. 그런 매체에 계시는 분들, 기자들 집에도 생존배낭은 없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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