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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환경부, 국립환경원과 미 NASA가 합동으로 수행한 대기질 공동조사 결과가 어제 공개됐습니다. 한국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의 52%는 국내에서 생산된 것이고, 그동안 미세먼지의 절대 원흉처럼 지목됐던 중국발 미세먼지는 34% 정도. 나머지는 북한과 그 외 지역발로 분석됐습니다. 박근혜 정부 초기 발표됐던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의하면 미세먼지 상당 부분은 중국 등 국외에서 유입된다고 설명을 했었죠. 실제로는 절반 이상이 국내에서 발생하고, 국내 요인은 우리 스스로 개선할 수 있다는 데 방점이 있어야 했지만 남 탓으로, 중국 탓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이후 미세먼지가 점점 심해지자 직화 조리시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며 고등어, 삼겹살 식당 규제 방안을 대책으로 거론했었고, 오히려 석탄 화..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수리온 헬기부터 F35 기종 변경 의혹까지 최근 방산비리 의혹들이 연일 보도됩니다. 방산비리는 거론되는 액수만 해도 몇백 억에서 몇 조에 달하고, 하나의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만 해도 규모가 대단한 종합비리죠. 어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기였던 장용진 방위산업청장이 감사원에 의해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가 의뢰됐습니다. 이런 대규모 방산비리와 더불어 동시에 척결되길 바라는 것은 아주 작은 것들, 그래서 누구도 크게 신경쓰지 않아 너무도 오랜 시간 그대로인 것들입니다. 3년 전 국방부 수통 구매 현황만 봐도 10년간 군은 127만 개의 수통을 구매해서 60만 장병 각자에게 2개씩 나눠줄 분량을 이미 확보했지만 새 수통은 창고에 두고 베트남전 때의 수통을 나눠줬었죠. 사병들이 매일..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다음 주 화요일 '미인도 토론회'라는 행사가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천경자 화백 본인이 이미 91년 '내 작품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으나 그 후로도 무려 26년째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미인도를 놓고 그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는 자리라고 하는데요. 위작 여부에 가장 권위있고 최종적인 판정 권한은 통상 작가에게 있죠. 작가가 가짜라면 더이상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미인도 만큼은 작가가 왕성한 활동을 할 때 생전에 이미 내 작품이 절대 아니라고 판정했음에도 여전히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참 이상한 사건이죠. 만약 그 그림이 진짜가 맞다면 그럼 천 화백의 성격, 기억력의 문제로, 하나의 해프닝으로 마무리가 되겠죠. 그런데 만약 그 그림이 가짜라면 작가가 살아 생전..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2010년 일본의 사사카와 재단 프랑스 지부가 카롤린느 포스텔 비네(Karoline Postel-Vinay)라는 프랑스의 한 일본학 학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프랑스-일본 수교 150주년 학술행사를 사사카와 재단이 후원했는데 프랑스 외무부가 공동 후원으로 참여하기로 하자 프랑스 학계는 A급 전범이 설립한 재단이 후원하는 행사에 정부가 참여하는 것에 반대성명을 냈습니다. 결국 프랑스 외무부가 참여를 철회하자 사사카와 재단은 이 성명을 주도한 카롤린느 박사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몇 개월에 걸친 공방 끝에 프랑스 법원이 이 소를 기각한 후 비네 박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학자의 책무는 두 가지다. 성실한 감시자. 그리고 용감한 고발자. 그 역할을 했..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어제 이재용 삼성 부회장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재용 부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정유라 씨에 대해 변호인들은 그 증언이 특검팀의 강요와 회유에 의한 것이라며 증거로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특검팀은 정 씨가 먼저 연락했고, 이동 지원을 요청해 도움을 줬을 뿐 정 씨가 자의로 판단하고 자의로 출석한 것이라고 반박했고, 정 씨 본인 역시 자신의 판단으로 출석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공방의 진위를 저는 모릅니다. 다만 정유라의 진술은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지만 정유라 본인에게는 세 번째 구속영장청구를 피할 수 있게 만드는 유리한 진술 임에도 정유라 변호인들이 오히려 그 진술을 극구 무효화하려는 이유를 저는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정유라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월요일 부동산 문제는 어릴 적부터 사유 재산과 공동체 윤리라는 별도의 교과를 통해 관점을 만들어 줘야 하는 문제라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분이 그 이야기를 듣고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부동산과 공동체가 무슨 상관인가? 내가 부동산을 시작하는데 누가 돈을 보태준 것도 없고, 그 집값을 올리기 위해 인테리어도 내가 했고, 내 노력으로 내 돈으로 취득했고 세금까지 냈는데 내 재산을 놓고 나한테 아무런 도움도 준 적 없는 남의 상황을 왜 고려해야 하냐? 반만 맞는 말입니다. 그렇게 취득한 부동산의 가치는 본인의 노력과 그 집에 들어간 재료값의 합이 아니죠. 그 가치는 그런 노력과 재료에 더해 그 입지 등 주변 수많은 요소들의 복합된 가치가 만들어 낸 거죠. 그런데 그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최근 개고기 논쟁이 다시 한창입니다. 개인적으로 개를 키우게 된 이후 더이상 개고기를 먹지 않게 된 사람 중 하나로 개고기 반대론 진영의 비위생적 축산 환경, 비윤리적 도축 과정에 대한 지적, 크게 공감합니다. 그런데 개고기를 육류로 소비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 중 하나 임에도 여전히 동의가 되지 않는 주장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야만적이라 비난한다. 개는 특별해서 애초부터 식용이 아니다. 그런가요? 식문화는 그 지역 자연과 환경 하에서 사람이 적응해 가면서 오랜 세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거죠. 더 우월할 것도 더 부끄러울 것도 없는 거 아닙니까? 개는 특별한 동물이라 안 된다는 주장을 가만히 따지고 보면 대단히 이기적인, 인간 중심의 사고죠. 돼지한테..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얼마 전 'KBS 세계는 지금'에서 런던의 부동산 투기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부호들이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사들인 후 거주는 하지 않고 몇 년 째 비워둔 집이 런던에만 2만 호가 넘고, 그 덕에 집값과 월세가 폭등하자 서민들이 노숙자화 되고 있다는 리포트였습니다. 이에 한 시민단체가 그렇게 몇 년 째 빈 주택을 무단점거하는 이벤트를 벌였는데, 한 빈 주택에 임시 숙박하게 된 노숙자에게 기자가 묻습니다. '왜 남의 집을 무단점거 하느냐?' 그가 답합니다. '안 될 건 뭔가? 내가 이 집을 가져가는 것도 아닌데. 집은 사람이 살아야만 존재 가치가 있다.' 그는 사유재산을 무단점유하는 불법을 저질렀죠. 그리고 주택문제가 무단점유로 해결될 리도 없습니다. 국가의 주택정책과 복지예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