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어준 생각/2017년 1월 (22)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됐습니다.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따질 일입니다. 하지만 전 이 시점에, 특히 이 시점에 특검에게 큰 박수를 한 번 보내고 싶습니다. 지난 한 달여간 특검은 불의한 사건 앞에서 자기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때 국민들이 느끼는 안도감, 만족감이 어떤 것인지 절절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분들이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사람들이 아닙니다.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죠. 다만 이들에게 행사하라고 국민들이 위임한 정당한 권한을 제대로 쓰지 못하도록 권력이 막고 있었을 뿐입니다. 특검을 보고 있노라면 다음 정권이 누가 되든 이런 장면을 계속 보고싶다는 생각을 매일 하게 됩니다. 그 정도만 가능한 나라여..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반기문 퇴주잔'이라는 검색어가 어제 종일 화제였습니다. 선친 묘소에서 따라준 술잔을 본인이 마신 장면 때문인데요, 반 총장 측은 제례(祭禮)는 지역마다 다른데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했습니다. 제례가 딱 정해진 게 아니라는 건 맞는 말이고 전체 동영상을 보면 그 단계에서 소위 음복을 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구설수에 오른 행보는 이것만이 아니었죠. 단기간에 지지율을 올려야 하는 특수 상황. 급하다 보면 실수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럼 실수라고 하고 웃고 넘길 해프닝인데 그런데 정색하며 내놓는 해명, 예를 들어 지폐 두 장을 한 번에 공항 철도 매표기에 밀어넣는 장면에 대해서 그냥 실수라 하면 될 걸 '해외 시스템과 달라서 그렇다' 뉴욕에도 지폐 두..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특검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이 영장 신청은 실로 중대한 역사적 의의가 있습니다. 권력과 재벌의 정경유착. 이 역사는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제시대 지주와 사업가들은 일본에 부역하며 부를 키웠습니다. 해방 이후 일본은 수탈했던 자산을 놓고 도망갑니다. 이 자산을 이승만과 미 군정은 국민들에게 되돌려주지 않고 친분있던 지주와 사업가들에게 나누어줍니다. 소위 적산불하(敵産拂下, disposal of enemy property). 오늘날 대한민국 30대 재벌 절반 이상은 바로 이 일제시대 부역 지주들 그리고 해방 후 적산불하 사업가들입니다. 이 정경유착은 박정희 시대에 꽃을 피웁니다. 권력은 사업가들에게 이권을 주고, 사업가들은 권력에 돈을 상납하..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신청을 앞두고 관련뉴스가 쏟아집니다. 본질은 간단합니다. 삼성의 주장은 우리 동네 조폭 두목이 이 동네에서 장사하려면 내 친구 딸 과자 좀 사주라는데 어떻게 안 사주냐, 할 수 없이 독일 과자 300만원 어치 사줬다 이겁니다. 조폭 두목이 달라면 줘야죠. 그런데 삼성은 한 가지 사실은 빼먹고 말하고 있습니다. 300만원 어치 독일 과자 사주고 집에 돌아왔더니 조폭 두목이 내 금고에 3억을 넣어줬다는 거. 그렇게 되면 그건 조폭이 아니라 산타죠. 산타 할머니.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그 관계가 거래라고 인정되는 순간 박 대통령은 뇌물수수의 당사자가 됩니다. 이번 특검의 성패가 바로 이 구속 하나에 달려있습니다. 김어준 생각이었습니..
안녕하세요, 공장장 권한대행입니다. 16년 전 일어났던 드들강 살인사건 범인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습니다. 미궁으로 빠질 뻔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수사를 뒷받침했던 원로 법의학자 이정균 교수의 집념 덕분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피까지 뽑아 실험을 반복했고, 여고생과 그 부모의 한을 풀어주었습니다. 조선시대에 쓰였던 법의학서의 이름은 무원록(無寃錄)이었습니다. 범죄 피해자에게 원망이 남지 않도록 하라는 뜻이었죠. 법과 원칙, 사회 정의, 그런 말들을 참 많이 듣는 요즘입니다. 그게 뭐 별 거 있겠습니까.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억울한 일을 겪고 슬퍼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 그것이 바로 법이고, 정의 아닐까요? 악마 변호사의 짧은 생각, 양지열이었습니다. == 1부 [이 정도..
안녕하세요, 공장장 권한대행입니다. 잠시 후 9시 30분이면 대한민국 재계 1위 삼성의 후계자 이재용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두합니다. 그는 삼성을 물려받기 위해 국민연금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서민들이 불안한 노년을 준비하기 위해 오늘을 아껴모으고 있는 돈입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딸이 태어나자 자신이 가진 지분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돈으로 질병과 가난을 물리치면 딸이 보다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식이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라고 합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엄청난 혼자만의 돈을, 주커버그의 딸은 함께 살아갈 수많은 사람으로부터의 축복을 물려받는 것 아닐까요? 우리는 과연..
안녕하세요, 공장장 권한대행입니다. 오늘 2017년 1월 11일은 수요일입니다. 오늘 아침 무척 춥습니다. 지금 보니 서울 지역 기온이 영하 8도군요. 오늘 정오에도 일본 대사관 앞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이실 겁니다. 1992년 1월 8일 시작한 수요집회가 1265번째를 맞는 겁니다. 20만 소녀들이 끌려갔습니다. 그 중 3분의 2 가량은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이제 서른 아홉분이 계십니다. 우리 헌법은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약속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한민국 전체의 합의입니다. 소녀상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 자체입니다. 할머님들을 영원히 잊지 않기로 한 약속입니다. 날이 무척 사납습니다. 할머님들, ..
안녕하세요, 공장장 권한대행입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10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12일 귀국합니다.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사당동 자택까지 이동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귀국길부터 대선주자로서 친(親)서민행보를 보이겠다는 뜻이겠죠. 반 전 총장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예상시각은 오후 5시 30분. 지하철만 타고 사당역까지 간다면 1시간 반 정도가 걸립니다. 아무래도 퇴근길을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두 사람의 귀빈과 수많은 취재진들이 한꺼번에 탈 만큼 여유로운 지하철 칸이 있을지 걱정입니다. 타는 데 성공하더라도 어느 누구와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눌 수는 있을까요? 서민들과 가까이 하고 싶으시다면 일단 편하게 집에 오셔서 하룻밤 푹 쉬십시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6시쯤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