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생각 2017년 5월 24일(수) 뉴스공장 173회 이혜훈, 박지원, 양지열, 원종우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어제 괴비행체가 군사분계선을 넘나들었다고 합니다. 지난 10여 년간 북한 소식은 모두 부정적인 뉴스였습니다.

 

세계 유일 분단국가가 통일되어야 한다는 생각 그 자체가 과거보다 많이 약해졌습니다. 이제 각자 체제 유지하며 이 상태를 그냥 유지해야 한다 하는 말들도 많이 합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파리, 북경, 서울. 물리적으로 다 같은 땅 위에 있죠. 서울에서 파리까지 운전해 가는 게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우리 머릿 속에서는 그 땅은 끊어져 있습니다. 머릿 속에서 땅이 끊어진 덕분에 우리 머릿 속에서 세계는 우리와 떨어져 있고, 세계는 저 멀리 바깥에 있죠. 그렇게 나와 세계는 연결돼 있지 않습니다. 

 

물리적 조건은 정신을 한계 짓습니다. 태평양 섬 원주민들이 처음 보는 백인을 신으로 밖에 여길 수 없었던 건 그들의 평균 지능이 다른 지역보다 떨어져서가 아니죠. 

 

서울 역에서 기차타고 평양, 북경, 모스크바 지나 파리까지. 그 상상의 단절이 없어져야 한다. 중고생들이 여름 방학이면 이 대륙의 땅 끝까지 횡단하는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물리적으로 세계와 연결되는 것이 우리의 변방의식을 떨치고 세계인으로 보편의식을 갖는 출발점일 수 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게 통일이 가져다 줄 가장 큰 보상이라고 믿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이런 상상까지 품어주길 개인적으로 기대합니다.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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