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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생각 2017년 8월 23일(수) 뉴스공장 238회 이정렬, 양지열, 노회찬, 원종우 본문

김어준 생각/2017년 8월

김어준 생각 2017년 8월 23일(수) 뉴스공장 238회 이정렬, 양지열, 노회찬, 원종우

오늘부터 블로거 2021. 3. 29.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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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5.18은 북한군이 침투해 저지른 폭동이다.'

 

최근 서울, 대전, 부산역 광장에서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내용입니다. 광주 시민들은 북한에 끌려다니는 빨갱이들이고, 5.18을 진압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애국자라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재생하는 이들은 국혼운동본부라는 정체불명의 단체입니다.

 

최근 CBS가 입수한 미 국방정보국의 기밀문서에 따르면 1980년 주한미군 사령관 위컴(John Wickham)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북한 위협을 계엄령 확대 명분으로 제기하자 이렇게 반박했다고 합니다.

 

'북한 공격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다.'

 

위컴은 또한 전두환의 북한 위협 운운은 자신이 청와대 입성을 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본국에 보고합니다. 같은 날 미 국무부는 북한의 특이 동향이나 공격이 임박했다는 어떤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았다고 성명까지 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다시 등장했죠. 이런 반역사적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제재하는 법안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가 웃을 일이죠.

 

표현의 자유를 위해 법안을 반대하는 세력이 바로 이 땅의 표현의 자유를 그동안 억압해 왔던 당사자들입니다. 그래왔던 자들이 다른 이들의 희생으로 어렵게, 어렵게 확대해 온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들먹이면서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를 모욕하는 이런 주장을 계속 하려는 속셈은 두고 볼 수가 없을 정도로 몰염치한 거죠.

 

5.18 역사왜곡은 반드시 처벌해야 합니다.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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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어준의 첨언

 

김어준: 제가 요즘 주말에 대전역을 자주 가는데.

 

김은지 기자: 아, 그러세요?

 

김어준: 네, 여차 저차 해서. 이런 5.18은 북한군이 침투해서 저지른 폭동이다. 계속 나와요, 광장에서.

 

김은지 기자: 서울역 근처에만 가도 그렇죠.

 

김어준: 서울역에서도 계속 나오고. 독일에서는 홀로코스트(holocaust) 부정하면 형사 처벌하거든요. 역사를 왜곡하거나, 특정 집단을 모욕하거나, 혐오를 조장하거나.

 

김은지 기자: 혐오 발언이라는 거죠. Hate speech.

 

김어준: 이건 표현의 자유로 보호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법안이 제출됐는데 자유한국당이 막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진태 의원이죠. 김진태 의원이 뭐라고 그랬냐면 '5.18이 역사적으로 공고화되지 못해서 법으로라도 공고화하려는 의도 아니냐'. 이제 무슨 말이냐면, 5.18의 성격이 역사적으로 확립되지 않았다는 거죠. 그러니까 북한 개입 주장도 검토해 봐야 하는 거 아니냐. 그렇게 확립이 안 되다 보니까 법을 만들어서 확립시키려고 억지를 부리는 거 아니냐 이런 주장이에요. 이런 말을 하면 유럽에서는 그 자체로 형사 처벌이 됩니다.

 

이 공개적 주장이 늘어나기 시작한 게, 지만원 씨가 5.18 북한 개입설을 주장한 적이 있잖아요? 이명박 정권 말기에 그런 주장을 했는데, 박근혜 정권 시절에 무죄가 선고됐어요. 

 

저는 이 무죄 선고 이유가 굉장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5.18을 거론했을 뿐이지 특정인을 거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예훼손 피해자들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거든요. 그리고 지만원 씨가 5.18을 재평가한다고 해서 이미 확립된 5.18의 위상이 달라지겠냐 그러면서 대법원이 무죄 확정을 했어요. 저는 이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5.18이 상징이고, 역사고, 기억이잖아요. 그런데 그 고통받는 사람의 하나 하나 이름을 특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면죄가 되나요? 홀로코스트로 수백만 명이 죽었다고 하는데, 수백만 명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홀로코스트는 가짜라고 하면 문제가 안 됩니까? 저는 이 논리가 이해가 안 되는데.

 

그리고 이미 확립된 5.18의 위상이 있기 때문에 다르게 평가해 봐야 바뀌지 않는다고 해버리니까 법적 면죄부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어차피 확립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소리를 떠들어도 된다는 얘기거든요. 그래서 이런 정체 모를 단체가 튀어나오는 근거가 된 겁니다. 그 판결이 실제로. 사법부가 시대를 이끌어가진 못해도 되돌리진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이게 말이 안 되는 판결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웃음) 갑자기 열 받아가지고. 계속 나와요 계속. 역에 갈 때마다. 계속 나오고, 그 앞에 듣고 있는 사람은 없지만 계속 광장에서 이걸 떠들거든요.

 

김은지 기자: 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있는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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