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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생각 2021년 3월 30일(화) 뉴스공장 본문

김어준 생각/2021년 3월

김어준 생각 2021년 3월 30일(화) 뉴스공장

오늘부터 블로거 2021. 3. 3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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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3월 16일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토론회 중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2008년에 공직자 재산신고를 보면 거기에 서초구 내곡동 106번지, 110번지라고 기재되어 있는데요, 이 땅 정말로 모르셨습니까?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보통 처갓집에 어떤 땅이 어디 있는지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 많으신가요?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또 다른 여러가지 또 자료들이 나올텐데 대책이 있으신지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혹시라도 뭘 관여를 했거나 밝혀지면 책임을 지는 정도가 아니라 후보직 사퇴를 하겠다니까요.

 

 

안철수, 오세훈 단일화 토론 당시 양 후보가 내곡동 땅에 대해 주고 받은 말입니다. 

 

오세훈 후보는 진작부터 내곡동 땅 위치도, 존재도 몰랐다고 했죠. 그런데 지난 주말 내곡동 땅을 오세훈 후보가 방문한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복수의 인물이 등장하자 이렇게 입장을 바꿉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3월 29일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 중)

 

"측량하는 데 제가 현장에 있었다 없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사안의 본질을 자꾸 프레임을 그쪽으로 옮겨가는 거죠."

 

 

본인이 그 현장에 있었다 없었다가 본질이 아니다. 왜 본질이 아니죠?

 

위치도, 존재도 몰랐다고 했던 게 사실이 아니었다는 복수의 목격자 증언이 나왔는데, 밝혀지면 본인이 사퇴한다고 했었는데. 이 정도면 언론이 질문을 해야 하는 거죠. 목격자 증언이 나왔는데 어떻게 하실 거냐고. 이 질문 대신에 언론은 이런 기사를 냅니다.

 

'증언 보다 증거, 오세훈 내곡동 의혹 정면 대응'

 

어제 포털 메인에 떠있던 연합뉴스의 관련 기사입니다. 측량 결과도를 확인하겠다는 건데 그 문건에 서명한 사람이 오 후보가 아니라고 해서 오 후보가 거기에 없었다는 입증이 어떻게 됩니까? 그날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 전원의 서명이 들어가는 게 아닌데.

 

그리고 사람이 하는 증언도 법적 증거입니다. 사람의 증언이 나왔는데 마치 증거가 안 되기라도 하는양 기사를 쓰면서 그걸 정면 대응이라고 하는 게 무슨 보도입니까? 받아쓰기지.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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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어준의 첨언

 

김어준: 보궐선거 관련해서 서울, 부산 모두에서 현재 가장 핫한 것은 내곡동 땅에 오세훈 후보가 갔었냐 아니었냐. 왜냐하면 목격자가 복수로 현재까지 세 명이 등장한 것 아닙니까? 더군다나 측량팀장까지. 

 

그런데 현장에 있었다 없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오세훈 후보가 입장을 바꾸었어요. 이게 왜 중요하지가 않죠? 존재와 위치를 몰랐다고 했는데, 갔다면 그동안 거짓말을 한 게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대해서 입회인 서명 정보가 공개되면 다 입증이 될 것이라고 어제 낮까지는 그렇게 입장을 표명했었는데, 그걸 연합뉴스가 받아서 그게 정면 대응이고 문건이 나오면 아무 문제 없이 해결될 것처럼 보도를 한 건데. 우선 거기 오세훈 후보의 서명이 없다고 해서 거기에 없었다는 게 입증 안 돼요. 거기에 참석했던 모든 사람이 서명을 했던 것도 아니고. 사위는 거기에 따라갈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문건 자체로는 아무런 입증이 안 되는 겁니다. 오히려 봤다는 증언이, 봤다는 증언도 법적인 증거예요. 마치 증거와 증언이 다른 것인양 말하는데, 증언도 증거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나온 첫 날부터 어제 낮까지만 해도 오세훈 캠프에서는 그 서명인이 큰 처남이라고 했었거든요. 땅 소유자만 서명을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어젯밤에 KBS 보도가 나왔어요.

 

 

내곡동 땅 측량 입회 서명은 큰 처남 아닌 장인

 

류밀희 기자: 당시 입회한 건 큰 처남이 아니라 장인이다.

 

김어준: 그렇죠. 장인 정 모씨는 장모와 오래 전에 재혼한 분이라 땅의 소유주가 아닙니다. 그동안 캠프의 해명대로라면 장인도 서명할 수 없어야 하는 건데, 서명을 한 거예요. 해명과 다른 게 나온 거죠. 이것도 역시 포털 메인에 현재 떠있어야 하는, 사실관계에 대한 중요한 팩트체크 보도가 나왔으니까. 그런데 또 안 뜨고 있죠, 포털에.

 

류밀희 기자: 그 보도에서 또 한 가지 다룬 사실은 측량 결과도를 신청해서 어제 오후 5시 10분쯤 받았는데 오 후보 측에서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김어준: 즉시 공개하겠다. 공개하면 모든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했었는데, 거기에 큰 처남이 서명했다고 주장을 해왔는데, 장인 정 모씨의 서명이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아직 공개를 안 하고 있고, 어제 KBS가 그렇게 보도한 만큼 그 사실관계에 대한 중요한 결과가 나왔으니까 현재 포털에 떠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KBS 외에 이 내용을 얼마나 후속 보도할 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그 문건은 장인이 왔었다는 경작인의 주장이 확인되는데 사용되는 것이고. 장인과 오세훈 후보가 밥을 같이 먹었다고 하는 경작인의 주장을 더 신빙성 있게 만드는 결과예요. 어쨌든 아직 결과를 공개 안 하고 있는데, 공개하면서 다시 한 번 입장이 나오겠죠. 기존의 캠프 입장 표명과는 다른 결과가 문건으로도 나왔고, 그 문건으로는 현재 입증되는 게 아무 것도 없게 되는 겁니다.

 

 

(2) 코로나19 주요 뉴스

 

미국 확진자 5만 명.
프랑스 3만 7천 명.
폴란드 3만 명.
일본 1,300명 이상.
한국 370명 (해외 입국자 포함 384명).

 

감염 재생산 지수 R = 0.99. 지난 주만 해도 1을 넘었던 R.
집단 감염 확연히 줄어.

 

 

(3) 박영선, 오세훈 후보 첫 TV 토론회

 

류밀희 기자: 어제 박영선, 오세훈 후보가 처음으로 TV 토론을 했는데, 역시나 내곡동 땅 등 관련된 이슈들로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김어준: 저도 어제 밤에 못 봐서 새벽에 일어나서 굳이 다시 봤는데, 원래 지지자가 토론회를 보고 그 지지를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지지자는 자신이 지지할 근거를 찾는 것이고, 여기서 영향을 주는 대상은 아직 지지 결정을 못한 분들에게 영향을 준다고 하는데 이분들은 또 토론회를 잘 안 봐요, 통상. (웃음) 그러니까 토론회를 통해서 상대 후보를 지지하던 분들이 입장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고. 또 지지하는 분들이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그다지 없다고 알려져 있으니, 대신 어떤 일이 일어나냐면 기존의 지지자들의 지지 강도가 강해지거나. 그러니까 후보자들이 지지 강도를 강화시키는 걸 토론회를 통해 해야 하는 거죠. 아니면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층에겐 자신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거나. 이렇게 두 가지인 거예요, 원래 지지자가 바뀌는 게 아니라. 기존 지지자들의 지지 강도를 강하게 만들어 주고, 결정 못한 분들에게는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때는 논리보다는 후보의 태도, 말투, 제스쳐 이런 비언어적인 요소가 더 영향을 준다고들 하는데. 어제 오세훈 후보의 토론 전략은 제가 보기엔 박영선 후보의 말을 촘촘히 끊었거든요. 상대의 페이스를 잃게 만드는, 그러면서 토론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인상을 주려는 전략으로 저는 봤어요. 그런데 그래서 그런 건지, 턱을 약간 높게 들고 눈을 가늘게 뜨고. 이게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를 상대할 때 의도적으로 상대를 아래로 본다는 느낌을 주려고 했던 전략이고, 촘촘히 말을 끊는 것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를 상대할 때 전략이었는데. 오 후보가 일부러 그런 전략을 취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포즈는 상대를 제압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기존 지지자들에겐 줬을 수 있고, 또 한편 지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분들에게는, 특히 여성 유권자들은 불편했을 수 있는 위험한 자세였다고 저는 봅니다. 우선 이 점이 하나 있고, 박영선 후보 관련해서는 잠시 후에 다시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토론 과정에서 내곡동 이야기가 나왔죠, 당연히. 내곡동 부분에 대해 두 후보가 주고 받은 공방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3월 29일 박영선-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MBC 100분 토론 중

 

박영선: 측량 현장에 가셨습니까, 안 가셨습니까?

 

오세훈: 안 갔습니다.

 

박영선: 분명히 안 가셨죠?

 

오세훈: 안 갔습니다.

 

박영선: 네, 알겠습니다.

 

오세훈: 그러나 기억 앞에서 참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박영선: 땅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하셨어요. 그렇죠?

 

오세훈: 땅의 존재 자체가 제 마음 속에 없습니다.

 

 

김어준: 이게 이제 굉장히 기억에 남을 멘트입니다. 기억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 안 갔는데, 설사 나중에 갔다는 증거가 나오더라도 기억의 착오였다라고 빠져나갈 근거를 마련해 둔 거죠. 영리한 발언이었다고 봅니다. 이 발언을 두고 지지층에서는 영리했다고 할 것이고, 반대측에서는 영악했다고 하겠죠. 이 이상의 발언으로 이걸 빠져나갈 수 있을까 싶어요. 그런데 이제 본인이 안 갔다고 말을 해 둔 것이 어제 내곡동 땅 관련 발언이었습니다.

 

이제 박영선 후보의 토론을 이야기해 보자면, 다른 기사들도 있는데 다른 기사 내용들은 포털을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토론에 관련해서는 대개 원론만 이야기하고 논평하는 기사가 거의 없을 테니까,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웃음) 몇 마디를 해보자면, 박영선 후보는 지금 지지율이 뒤쳐져서 쫓아가야 하고, 그래서 기존 지지자들의 지지 강도가 높아져서 반드시 투표장에 나오게 만들어야 해요. 숙제가 오세훈 후보와는 달라요. 오세훈 후보는 자신의 우세를 확인하고 지지자들이 '역시'하게 만드는 거라면, 박영선 후보의 숙제는 다르거든요. 지지자들의 지지 강도를 강하게 만들어서 투표장에 반드시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숙제가 있는 토론회였는데. 그러자면 자신을 아주 돋보이게 만들거나 아니면 상대 후보가 너무 밉게 만들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해요. 그러면 쫓아가는 입장에서는 도발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해줘야 하거든요. 조금 과장된 액션도 나오고. 그런 시도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르죠. 성공하면 좋은데 실패하면 크게 망하는 거거든요. 어제는 박영선 후보가 그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토론회였어요. 여론조사에서 뒤쳐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데 제가 보기엔 오세훈 후보가 박영선 후보의 그런 리스크를 덜어줬다고 봅니다. 어떤 의미냐면 예를 들어서 이런 발언. '강남, 비강남'이라는 발언이 나왔어요. 잠깐 들어보시겠습니다.

 

 

3월 29일 박영선-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MBC 100분 토론 중

 

오세훈: 강남 지역에 비해서 비강남 지역의 주거 환경이 열악합니다. 비강남 지역의 주거격차 줄이겠습니다. 비강남 지역 자녀분들 두신 어머님들 위해서 서울시가 학년별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강남의 인강을 벤치마킹한 시스템을 도입하겠습니다.

 

 

김어준: 이 발언, 제가 보기엔 준비해 온 멘트인데, 캠프에서 걸러내지 못했다고 봐요. 저는 이게 큰 실수라고 보는데.

 

류밀희 기자: 강남 강북도 아니고, 강남 비강남.

 

김어준: 이거는 강남을 중심에 두고 다른 지역 전체를 강남이 아닌 곳으로 만든 거거든요. 세상에는 강남과 강남 아닌 곳이 있다, 이런 단어만으로 표현이 되는 겁니다. 강남이 아닌 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거든요. 왜 이런 멘트를 캠프에서 걸러내지 못하고 그냥 나가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이건 박영선 후보가 스스로 획득했어야 하는 점수인데, 오세훈 후보가 스스로 감점을 만들어낸 겁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있는데 시간이 다 되어 버렸네요. (웃음) 이 얘기만 제가 내일 한 시간 동안 할 수 있는데. 총평을 하자면 그래요. 총평을 하자면 서로의 전략이 완전히 달랐는데, 어제 토론이 오세훈 후보에게 플러스가 되지 않았다. 상대 후보 지지자의 지지 강도를 강화시켜 준 거죠. 제 총평입니다. 다른 기사들은 포털에서 확인해 보십시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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