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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생각 2021년 2월 1일(월) 뉴스공장 본문

김어준 생각/2021년 2월

김어준 생각 2021년 2월 1일(월) 뉴스공장

오늘부터 블로거 2021. 2. 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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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있었죠.

 

그로부터 6개월 후인 2019년 1월, 독감치료제 타미플루 20만 명 분과 민간단체가 기부한 진단키트 5만 개를 실은 남쪽 트럭이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북쪽으로 가질 못했습니다.

 

UN사가 화물을 실은 트럭이 대북제재 위반이라며 입북을 막았거든요. 약품을 싣고 간 트럭을 북한에 두고 오면 대북제재에 위반이 된다는 겁니다.

 

그럼 지게로 옮깁니까?

 

말도 안 되는 트집이죠. 작년에는 경기도가 도라전망대 남북교류의 의지를 담은 평화부지사의 집무공간을 마련하자 또다시 UN사가 막았습니다. 남쪽 땅인데, 군사시설도 아닌데, 경기도 내에서 지자체장이 국무의 일환으로 시설을 설치하려고 해도 UN사가 막았던 겁니다.

 

미국이 대북관계에 UN사의 이름으로 개입하고 통제하는 정도가 그 정도입니다.

 

야당의 원전북한상납 주장이 턱도 없는 건 그래서입니다. 감기약 하나 마음대로 북한에 건네주지 못하는 마당에 어떻게 원전 설비를 북한에 몰래 보내준다는 겁니까?

 

남쪽 땅에 전망대에 사무실조차 마음대로 못 짓는 마당에 어떻게 북한 땅에 원전을 몰래 짓습니까?

 

원전이 무슨 감기약 뚜껑 크기입니까?

 

아무리 선거가 코앞이라도 적당히 좀 하자.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김어준의 부연)--

 

이 뉴스가 지난 주말 계속 언론에 나오는데, 정치권은 그렇다고 쳐요. 정치권은 선거가 다가오니까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 그런 무리한 주장을 한다고 쳐도, 이걸 마치 1:1의 주장이 대립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는 정말 웃기는 겁니다.

 

이걸 가장 열심히 하고 있는 게 조중동인데, 조중동만 하더라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자고 기사를 계속 냈어요. 찾아보면 많이 나옵니다. 북한의 핵발전소 논의는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보상으로 경수로 원전사업 KEDO를 만들어서 경수로를 짓는 방안을 90년대에 추진했고, 그때 국민의힘 전신이 여당 시절인 김영삼 정부에서 추진을 했어요. 지금 주장대로면 국민의힘이 원조 이적단체가 되는 거 아닙니까. 그 이후에 정부가 공식으로 이 아이디어를 말한 게 이명박 정부 때예요. 이적행위의 원조가 되는 겁니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서 제안한 건 원전이 아니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런 구상이 뭐가 나오든간에 UN사 제재에 걸리는 것이, 지금 UN사가 이름만 UN이고 UN의 깃발을 사용하는 것이지 실제로는 UN이 보낸 UN군이 아니에요, 사실 미군이지. 미군이 UN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현재 한반도에 있는 겁니다. 어쨌든 UN사 체제에서 미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감기약도 통과가 안 돼요. 감기약을 막을 수 없으니까, 그건 명분이 안 되니까.. 왜냐하면 감기약 주는 건, 남북관계가 안 좋았던 이명박 정부 때도 감기약은 줬거든요. 그런데 싱가포르 회담 직후에 미국이 자신들이 대북관계를 더 타이트하게 통제하겠다고 하면서 감기약을 못주게 하면 명분이 안 되니까 트럭을 문제삼은 거예요. 그러면 사람이 이고 가야됩니까? 지게를 지고 가요? 그건 핑계죠, 핑계. 그건 그나마 북한에 들어가는 걸 막았다고 쳐요.

 

남쪽에 있는 도라전망대에 경기도에서 남북교류를 활성화 시키자고 사무실을 하나 지으려고 했거든요. 지자체장이 자신의 관할 내에 조그만 사무실 하나 짓겠다는데, 그걸 또 UN사가 막았어요. 남쪽에 시설도 마음대로 못 짓는데, 무슨 원전이 코딱지 만합니까, 원전을 어떻게 몰래 (지어준다는 것인지) 이 주장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주장 자체가. 그런데도 언론이 한창 실어나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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