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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생각 2021년 2월 2일(화) 뉴스공장 본문

김어준 생각/2021년 2월

김어준 생각 2021년 2월 2일(화) 뉴스공장

오늘부터 블로거 2021. 2. 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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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어제 존 마크 램지어(John Mark Ramseyer)라는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부였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관련 학술지에 발표한다고 한국경제를 비롯한 국내 언론이 크게 보도했습니다.

 

일본 극우의 전형적인 거짓 주장을 왜 하버드대 미국인 교수가 했는가.

 

해당교수의 하버드대 직책은 미츠비시 프로페셔 오브 재패니즈 리걸 스터디(Mitsubishi professor of Japanese legal studies) 일본법 연구의 미츠비시 교수, 그렇게 기업명인 미츠비시가 맨 앞에 공식적으로 들어갑니다.

 

이상하죠. 왜 이렇게 됐느냐.

 

1972년 9월 22일, 미츠비시가 하버드 법대에 100만불을 기부합니다. 일본법 연구 석좌교수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그래서 만들어진 교수 자리인 겁니다. 그리고 이 양반은 어린 시절 일본 미야자키에서 자라며 일본학교를 다녔고, 일본대학에서 강의도 했던 친일인사로 그 오랜 친일활동을 인정받아서 2018년에 일황으로부터 욱일장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전형적인 일본의 장학생으로 일본이 원하는 시점에, 일본이 원하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니 한국경제같은 재벌 기관지는 특히나 이런 일본 극우의 프로파간다 기사가 쿠션을 먹고 미국의 소리로 둔갑한 기사가 나오면, 이제 한국의 재벌들도 승계문제로 감옥가는 뉴스만 만들지 말고 이렇게 외국 주요대학에 한국법 연구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의 기사를 내야하는 겁니다. 그걸 번역이나 하고 있을 게 아니라.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김어준의 부연)--

 

이게 일본 언론이 보도한 것을 우리 언론이 받아쓴 거거든요. 아주 자세히도 받아썼어요, 아무런 비판도 없이.

 

저는 이 받아쓰기가 비판을 아주 크게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런 기사는 너무도 당연히 의도가 있는 거거든요.

 

왜 이 시점에 하버드대 로스쿨의 교수가 이런 논문을 냈을까. 그러면 찾아봐야 되는 겁니다. 이 교수에 대한 정보나, 이 교수가 과거에 한 인터뷰나. 찾아보면 직책이 미츠비시 교수라고 나와요. 딱 나와요 그렇게. 공식직함이 석좌교수란 말입니다.

 

찾아보면 1972년 9월 22일, 이 날짜가 특정되는 것이 당시 뉴욕타임즈가 이 기사를 실었어요. 아카이브 찾아보니까 나오던데, 법대에 100만불을 기부해서 일본법 석좌교수 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가 오고 간 거예요.

 

그리고 이 사람의 과거 인터뷰를 찾아보면 미츠비시 엄청 거론합니다. 미츠비시 강제징용에 대해서도 엄청나게 변호해요. 그런 강제징용 없었다고, (미츠비시는) 착한 사람들이라고. 미츠비시 사람들이 착한 사람들이란 인터뷰도 있어요. (웃음) 대학교수가 무슨 특정 기업 사람들이 착한 사람들이라는 인터뷰를 합니까. 장학생이니까 그런 거예요.

 

이 강제징용 문제를 미츠비시도 우리나라에서 배상판결을 받고 있죠. 이 양반은 전형적인 일본 장학생으로 일본의 이익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고 그 공로를 일본이 크게 인정해서 욱일장도 받고, 그래서 이 시점에 그런 논문도 내는 겁니다. 지금 한일 문제 이슈가 그거 아닙니까.미츠비시가 가장 대표적인 전범기업이기도 하고.

 

이 시점에 이런 논문을 하버드대에 있는 교수자리를 이용해서 내게 되면, 그걸 또 일본 언론이 객관적인 연구인 것처럼 기사화하면 그게 하나의 프로파간다가 돼서 한국에도 영향을 주고싶어 하는 거죠. 당연히 그런건데, 우리 언론이 그냥 하버드대라고 하니까 '어머' 그러면서 실어주는 거예요. 그 의도도 읽지 못하고. 특히 한국경제를 제가 거론하는 이유는, 한국경제는 재벌의 기관지 아닙니까. 그러니 이 기사를 더욱 예사롭지 않게 봐야 되는 거예요. 더욱이 한국 재벌의 초창기 롤모델이 미츠비시였거든요. 그러면 우리도 외국 주요대학에 석좌교수 자리를 만들어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도 그런 사람들을 통해서 반박을 해야되겠다는 생각을 해야되는 거 아닙니까. 바보같이 그냥 기사나 옮기고 있지 말고. 답답한.

 

어제 기사가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웃음) 이걸 뭘 그대로 실어주고 있나. 마치 하버드대 교수가 객관적인 논문을 낸 것이나 되는 것처럼. 직책을 찾아보세요. (하버드대 공식 홈페이지에 가보면) 미츠비시 교수라고 나와있습니다. 그걸 딱 보면 '아 그렇구나'하고 금방 이해가 가야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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