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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생각/2021년 2월

김어준 생각 2021년 2월 3일(수) 뉴스공장

오늘부터 블로거 2021. 2. 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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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단독] "문 생일 즈음 두 번이나 달님에 바친 노래 튼 KBS"

 

지난 1월 24일 KBS 열린음악회에서 'Song to the moon'이라는 오페라 아리아가 연주되었는데, 1월 24일이 마침 문 대통령의 생일이라 의도적으로 KBS가 선곡을 한 거 아니냐 하는 중앙일보 기사입니다.

 

KBS 제작진은 해당방송은 영화음악을 주제로 한 것이고, 그 곡은 영화 'Driving Miss Daisy'에 삽입된 유명 아리아라서 선곡된 것이라 설명을 하는데, 중앙일보는 또 2년 전인 1월 27일 열린 음악회에서도 이 곡이 공연된 적이 있었고, 그때도 생일이 3일 지난 정도니까 역시 같은 의도였던 거 아니냐 이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제작진은 당시 출연자가 선곡한 것으로 제작진이 개입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구요. 중앙일보 기사대로면 왜 지난 4년간 딱 한 번만 생일날에 맞춘 겁니까. 기왕 할거면 1년을 하지. 2년 전에는 어차피 몰래 생일을 축하할건데 뭐하러 3일이나 지나고 했답니까, 생일축하를.

 

그런 식으로 따지면 중앙일보가 기사를 낸 어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생일이라고 그런 기사를 낸 겁니까.

 

저자거리 시덥잖은 농담으로 소비될 소재를 거대 일간지가 정색하고 그것도 단독이라며 포털을 통해서 전국민에게 유포하고 있는 참 신선하게 웃기는 중앙일보에 제가 제보 하나 하겠습니다.

 

정월대보름에 달 보고 소원비는 시민들 아주 많거든요.

 

잠복했다가 다 고발하세요.

 

사전선거운동으로.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김어준의 부연)--

 

어제 본 기사 중에 제일 재밌는 기사라...

 

누가 오페라 제목에 Moon, 달이 들어갔다고 '대통령 생일 축하노래구나' 누가 이렇게 생각합니까. 과도하게 집착하면 뭐든지 다 연결되는 것처럼 보이는 수가 있죠. 그런데 그 정도 되면 건강한 정신상태가 아니에요.

 

그런 정신으로 보면 정월대보름날 비는 것도 사전선거운동으로 보일 수가 있어서 제가 제보를 하는 겁니다. 이런 건 취재도 아니고 탐사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게 실제로 기사가 되려면 예를 들어 청와대 홍보실에서 KBS에 전화를 해서 생일 노래 틀어달라고 하는 녹취가 나왔다든가, 아니면 문건이 나왔다든가, 아니면 제작진들끼리 몰래 논의를 한 SNS가 나왔다든가, 예전에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당시 (청와대)홍보수석이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해서 '해경 비판하지 말라'고 보도를 막았던 녹취가 있었죠. 그런 게 기사예요.

 

최소한의 근거라도 있어야지... 생일날 오페라 아리아 제목에 Moon이 들어갔다, 이게 무슨 기사입니까. 참.. 이게 우리끼리, 친구들끼리 피식피식 농담할 거리를 대표일간지가 '단독'이라고 기사를 써서, 그것도 턱하니 포털에 올라왔길래... 우리 언론이 여기까지 와있어요, 참.

 

 

(산자부 문서의 v와 오세훈)

 

류밀희: 산자부가 공개한 문서의 제목에 들어간 v를 두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대통령을 뜻하는 VIP에서 따온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김어준: 어제 하루 종일 화제였는데, 아래하 한글 문서 제목에 '추진방안 v1.1 v1.2' 이렇게 대개 버전으로 이해하는, 문서를 업데이트 할 때 그렇게 쓰잖아요. 그런데 이 v가 VIP아니냐는 이야기를 오세훈 전 시장이 본인의 SNS에서 한 거죠.

 

류밀희: 그렇습니다. 나중에는 주변에 그걸 버전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유감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김어준: 많은 게 아니라 VIP로 알고 있는 사람이 본인 혼자죠. (웃음) 이건 제가 보기엔 후보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초반 레이스인데, 오세훈 전 시장이 초반에 잔실수가 너무 많아요. 중요한 시기인데. 

 

이건 본인이 유감이라고 했으니까.. 제가 여기서 짚고 싶은 대목이 뭐냐면, 언론이 여기에 대해서 오세훈 전 시장이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박주민 의원이 SNS에서 v가 버전이라고 하는 공방이 있었는데, 언론은 이걸 'VIP냐 Version이냐' 이렇게 공방이 뜨겁다는 식으로 제목을 뽑아서 보도하는데, 저는 언론의 태도가 너무 웃겨요.

 

이념이나 가치가 달라서 서로 다른 주장을 할 때 병렬해서 제목을 달고 뜨거운 공방이 있는 것처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건 한 사람이 사실을 전혀 다르게 주장하는 거 아닙니까. 누구나 알고 있어요. 기자들도 알고 있고. 말도 안 되는 주장이거든요. 그걸 무슨 병렬배치를 합니까. 우리나라 언론의 고질적인 비겁함이기도 하고, 논란이 아닌 걸 논란으로 만드는 거예요. 이건 한 사람이 그냥 잘못 주장한 거거든요. 이렇게 제목을 뽑는 언론들 되게 많습니다. 자기들은 빠져나가고. 자, 다음으로 넘어가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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