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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생각 2021년 2월 17일(수) 뉴스공장 본문

김어준 생각/2021년 2월

김어준 생각 2021년 2월 17일(수) 뉴스공장

오늘부터 블로거 2021. 2. 1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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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독일 검찰은 지지난 주 금요일 95세인 여성을 살인방조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나치 시절, 수용소에서 속기사로 일했던 경력 때문입니다.

 

지난 주 월요일에는 나이가 100세인 남성을 나치 시설 수용소 경비원으로 일한 경력을 문제삼아 기소했습니다.

 

그들이 비록 속기사와 경비원에 불과했다 할지라도

 

수용소의 기능을 유지토록 도와서 살인에 일조했다는 거죠.

 

독일 검찰이 유사한 케이스를 여전히 수사 중인 건이 20건이 넘습니다.

 

이미 늙고 병들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100세 노인을,

 

어린 시절 당국에서 시킨 업무를 수행했을 뿐인 그들을,

 

독일 검찰은 왜 끝까지 법정에 세우려고 하는가.

 

자연인으로서 그들 개인을 문제삼는 게 아니라

 

반인류 전쟁범죄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역사에 교훈으로 삼으려는 거죠.

 

최근 위안부 문제 관련해 일본 극우의 주장을 지지하는 국내 극우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인류 전쟁범죄를 비호하는 건 학문의 자유가 아니라 수용소의 경비원 노릇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래서 그들의 행위는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단죄의 대상입니다.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

 

(1) 김어준의 첨언

 

이런 이야기하면서 학문의 자유를 계속 얘기하잖아요. 반인류 반인도 전쟁범죄를 옹호하는 건 학문의 자유가 아니라 범죄의 종범이 되는 겁니다.

 

수용소에서 속기사로 일했다고 해서 직접 살인을 한 건 아니잖습니까. 그런데 그 수용소가 애초 살인을 목적으로 지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 수용소 기능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살인의 종범이 된다고 지금 현재 독일에서 기소가 이어지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독일도 오래 전부터 그랬던 게 아니에요. 전쟁이 끝나고 한 60년이 지나는 동안에는 이렇게 안 했어요. 그러다가 이게 본격화된 게 이제 10여 년 밖에 안 됩니다. 여기에 사연이 있는데, 나치 수용소 경비원으로 일하다가 미국에 건너가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살던 데마뉴크(Ivan Demjanjuk, 1920-2012)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85년도에 이스라엘에서 기소가 되는데, 나치 수용소에서 '공포의 이반'이라고 불리던 어떤 악랄한 가스실 문지기가 있었다고 해요. 그 사람이 이 사람이다 해서 이 사람을 기소하고, 이 사람을 소환해서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아요.

 

그게 85년인데, 89년, 90년, 91년 구소련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KGB 문건이 공개되는데 그 문건의 공포의 이반의 실제 신분이 나오면서 이 사람이 아닌 걸로 결론이 나서 풀려납니다.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는데 이 사람이 수용소의 경비원이었던 것까지는 확인이 됐기 때문에 그 사람을 2009년에 다시 한 번 독일에서 기소를 하는 거예요. 몇몇 변호사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왜냐하면 경비원이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말씀드린 논리처럼 그 수용소는 애초 살인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살인의 종범이다. 그래서 결국 유죄를 받죠. 이게 2010년이 되어서야 독일도 이런 식의 기소를 계속 하고 있는 겁니다. 2010년이 돼서야.

 

저는 위안부 문제 관련해서도 우리가 같은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봐요. 일본의 지원을 받거나 받으면서 전쟁범죄를 옹호하는 인사들이 있잖습니까. 전쟁범죄의 종범으로 취급해야 하고, 나아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언제까지 이런 소리를 듣고 있습니까, 계속. 저는 그렇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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