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생각 2017년 8월 10일(목) 뉴스공장 229회 권순정, 정세현, 김영창, 김진애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어제 YTN의 보도에 따르면 한 아파트 주민이 자비로 경비실에 에어콘을 설치해 줬는데 관리사무소가 반대해서 에어콘을 못 켜고 있다고 합니다. 관리사무소는 전체 경비실에 에어콘을 놔두든지, 아니면 모두가 에어콘을 쓰지 않든지, 그게 형평성에 맞다는 입장입니다.

 

형평성 있게 다 같이 더워라, 이거죠.

 

형평은 그럴 때 쓰라고 있는 단어가 아닙니다. 누군가 불공정하게 특혜를 입을 때 나머지 당하는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단어이지, 어떻게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같이 불공정하게 대우를 받자는 게 형평인가요?

 

그런 식으로 형평을 정의하면 관리사무소부터 에어콘을 꺼야죠. 

 

지자체에서 복지 정책을 한다니까 박근혜 정부는 다른 지자체가 그렇게 못하니까 형평에 어긋난다고 니들도 하지 말라고 했었죠.

 

배에 물이 들어오는데 몇 사람만 구할 수 없으니 다 죽게 그냥 둡니까? 몇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으면 구하고, 그리고 나머지도 어떻게든 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사람의 상식이죠.

 

폭염에 고생하는 경비아저씨를 위해서 주민이 직접 자비로 사다 준 에어콘을 형평성을 내세워 켜지 못하게 하는 관리사무소를 보고 있자니 우리가 비정상적인 시대를 너무 오래 살았구나 싶습니다. 

 

사람처럼 좀 삽시다.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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