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어준 생각 (352)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국정감사에 때로 방송 프로그램이나 출연진 이름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김제동 씨가 그랬던 것 같아요. 영광입니다. 제 이름도 국정감사에 등장했었습니다. 질타는 시민의 세금을 빌미로 공공성 기반의 방송을 보통 향합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제동 씨는 고액 출연료와 낮은 시청률 문제로 곤혹을 치르다 결국 방송을 떠나야 했습니다. 얼마 전 유시민 이사장은 결코 정치 비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비평은 자유로운 의견의 교환장인데 말만 하면 그게 머리, 꼬리, 몸통이 분리된 채 다른 맥락에 인용되어서 하지도 않은 말이 생산된다라며 안타까워 했는데요. 아, 유시민 이사장 역시 출연료 문제로 곤혹을 겪었습니다. 계약서를 썼네, 안 썼네, 말이 많았더랬죠. 주로 이런 이름을 꺼낸 쪽은 보수적 색채를 지닌 정당..
1947년생 배우 윤여정 씨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나이를 밝힌 이유는 일종의 희망을 봤기 때문인데요, '나이 들어 볼만하겠다' 위안을 주기 때문입니다. 윤여정 씨는 연기 원동력으로 열등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윤여정 씨가 말하는 열등감은 스스로에게 만족한 적 없고 누군가와 비교해서 우월감을 느껴본 적 없다는 겸손의 표현입니다. 끊임없이 나를 더 나아가게 하는 건전한 결핍감. 그걸 두고 '열등감'이라고 말한 거겠죠? 그런데 이 열등감은 잘못 쓰면 노예근성의 뿌리가 됩니다. 아예 넘을 수 없는 장벽을 만들고는 그 아래 고개를 숙여버리는 거죠. 이재용 부회장 앞에 우리 언론이 그렇습니다. '백신 구세주'라며 사면을 촉구하던 언론은 이제는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를 구원해 줄 ..
'말은 품격이고 인격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들었던 말입니다. 대선, 말 그대로 큰 선거가 가까워서인지 세상에 말들이 넘쳐납니다. 꼬붕, 아사리판, 똘마니 등.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종로, 충무로 활극에서 들었던 단어들인데요 2021년 신문에도, TV뉴스에도, 포털에도 가득합니다. 말이 곧 품격이라면 이런 말들이 대표하는 한국 정치의 격이라는 건 참담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갑자기 이런 말이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백신 거지'라는 표현인데요, 야당의 극단적 표현을 언론이 받아쓰더니 급기야 우리 모두를 백신 거지로 명명했습니다. 거지는 빌붙어 사는 사람들에 대한 멸칭입니다. 최근엔 상도덕을 어긴 염치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비하어로 쓰였구요, 계층적 차이를 비난하는 혐오어로 악용되기도 했습니다. 백신 수급..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보궐선거 이후 지난 2주간 정치권의 원톱 뉴스메이커는 누가 뭐래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었죠. 연일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야박하게 깎아내리며 온갖 험한 논평을 내놓았는데, 표현은 매번 다르지만 결국 그 핵심 메시지는 하나죠. '윤석열은 내꺼다.' ♬ 내꺼중에 최고 - 이현 ♬ 넌 내꺼 중에 최고 내 삶의 모든 것 중에 최고 눈이 멀었었나봐 미쳤나봐 왜 너를 못 알아봐 나 따위가 뭐라고 감히 너를 떠나 살 수 있다고 내겐 너무 과분한 사람이란 걸 이제야 알았어 넌 내꺼 중에 최고 == (1) 김어준의 인트로 김어준: 제가 2주간 지켜본 바로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메시지는 그거 하나입니다. 표현은 여러가지로 다르게 했는데 '국민의힘이 과거로 회귀한다',..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월요일 국민의힘 박태출 의원은 감사원에 미디어재단 TBS는 감사대상인지 묻는 서면 질의를 하고 감사원은 대상이 맞다는 답변을 합니다. 그러자 어제 감사원에서는 TBS를 방문했습니다. 정식 감사 이전에 사전조사 명목이라면서. 정식 감사 여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일개 라디오 진행자 때문에 감사원이 특정 기관을 감사한 사례가 감사원 역사상 있었나요? 어떤 단체는 문체부에 TBS에 과태료를 부과하라고 진정서를 내고, 모 변호사 모임은 저를 탈세 조사하라고 국세청에 진정을 하고,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소속 변호사였던 분이 이끄는 모 단체는 버스에서 뉴스공장을 틀면 버스 기사를 고발한다고 하고. 이게 그저 출연료 때문인가요? 출연료 문제면 뉴스공장이 한 해 거두는 협찬 광고 수익이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최근 청와대 방역기획관으로 임명된 기모란 교수에 대해 보수 매체의 폭격이 며칠 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공적인 인사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순 있죠. 그런데 이 임명에 대한 비판은 터무니 없는 지점이 많습니다. 먼저 코드인사 운운하는 대목.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대책위 위원장인 기모란 교수는 이미 2014년 박근혜 정부 때부터 대한예방의학회 메르스대책위 위원장이었습니다. 인정받는 예방의학자라서 그 자리에 간 겁니다. 그리고 방역보좌역 신설의 필요성은 청와대가 아니라 민간 전문가들이 작년부터 제기한 겁니다. 또 정은경 청장에 대한 불신임이라고 억지 보도들을 하던데, 사회수석을 보좌해서 의학적 전문 지식을 가진 기획관으로 하여금 각 부처 조율과 판단을 신속하게 하라는 겁니다. 올해도..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2019년 9월 6일 조국 인사청문회 당일 자정 무렵 검찰은 정경심 교수를 기소하죠. 바로 다음날 SBS는 단독을 하나 냅니다. '연구실 PC에서 총장직인 파일을 발견했다.' 소위 표창장, 총장직인파일과 관련된 첫 번째 보도입니다. 그런데 직인 파일은 그로부터 3일 뒤인 9월 10일 검찰이 동양대 정 교수 연구실을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휴게실 PC에서 발견됩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쏟아진 수많은 검찰발 조국 보도 중 저는 이 보도가 가장 이상합니다. SBS는 검찰이 3일 후 압수수색하고 나서야 확보하게 되는 직인 파일을 어떻게 그 3일 전 미리 알았을까? 검찰은 7개월 후인 1심 9차 공판에서 이 보도가 오보라고 했고, SBS 역시 오보라고 인정했으나 이게 어떻게 단순 오보입..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아파트 3억 급등' 지난 4월 2일 자 머니투데이 기사 제목입니다. 기사 내용 중 일부를 그대로 옮기면 '경기 시흥시가 최근 집값 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로부터 열흘 후인 4월 13일 같은 머니투데이에 부동산 관련 기사 제목 '오세훈 고맙다 강남 재건축 호가 3억 껑충'. 이 기사의 내용 한 줄도 그대로 옮겨보죠. '강남 등 주요 단지들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호가가 뛰는 분위기다.' 같은 매체가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 불과 열흘 사이에 이렇게까지 논조가 바뀝니다. 그런데 이렇게 상반된 논조의 두 기사를 쓴 기자가 같은 사람입니다. 같은 기자가 같은 매체를 통해 선거 이전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몸살'이라고 하다가 선거 이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