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372)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G20 정상회담이 끝이 났습니다. 이번에도 10만 명이 정상회담 내내 다양한 시위를 했습니다. 200개가 넘는 전세계 국가 중 겨우 20개국 정상만 모여 밀실에서 중대한 문제를 결정한다는 발상에 반대하는 거죠. 물론 G20은 그 GDP 합이 전 세계 90%에 이르는 국가들로 따로 모일 만합니다. 하지만 먼저 잘 살게 됐다고 해서 나머지 국가들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사안을 대신 결정할 권리가 있는가? 이런 문제 제기를 하는 거죠.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독일의 한 환경단체는 이런 주장도 했습니다. 지금 UN에서 130개국이 모여 핵무기폐기를 위한 조약을 준비 중인데, 정작 핵보유국들이 여기 따로 모여있어서 우리가 시위를 하는 것이다. 말이 되죠. G20의 시위대를 보며 그런..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사법부에서 사법부를 대상으로 하는 국회 국정조사를 스스로 요구하는 전례없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법관들의 정치 성향을 분류한 법관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에 대해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84%의 법관들이 추가적인 조사에 찬성했음에도 양승태 대법원장이 소뿔 바로 잡자고 소를 죽이겠냐며 추가 조사를 거부했고, 이에 더이상 사법부 자체조사만으로는 진실을 밝힐 수 없다고 일선 법관들이 입법부에 이 사안의 진상을 조사해 달라고 제안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겁니다. 사법부가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사법부의 수장이 거부한 상황이 됐습니다. 이 사태를 지켜보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헌법이 보장한 사법부의 독립을 사법부가 법관 블랙리스트로 무너뜨린 이유가 무엇일까? 자체 필요에 의한 것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오늘 있을 예정인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을 앞두고 북한이 ICBM까지 쏜 마당에 사드 배치가 더욱 필요해졌다는 논리로 중국을 설득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말들이 나옵니다. 양국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외교, 안보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죠. 정반대 논리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 명분은 간단하죠. 주한미군과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데 이런 논리는 아주 손쉽게 무너집니다. 북한 ICBM은 미국 본토에 떨어지는데 한국에 왜 포대가 필요하냐? 할 말이 없죠. 사드는 포대뿐 아니라 레이더가 중요한 거다. 이렇게 주장한다면, 레이더 탐색 범위에 중국도 들어가지 않냐? 결국 중국 ICBM 탐지용 아니냐? 그렇게 영내 전략적 균형을 무너뜨리는 장비 아..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북한이 다시 미사일을 쐈습니다. 이번에는 정점고도 2,800 킬로미터. 비행거리는 933 킬로미터라고 북한은 주장했습니다. 소위 ICBM이라는 겁니다. 일본 방위성은 군사적 위협은 매우 커졌으나 ICBM인지 결론내지 못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미사일 공격 경보 시스템이 북한 미사일을 추적했고, 533 킬로미터 고도에 비행거리는 510 킬로미터로 ICBM이 아니라고 발표했습니다. 미 태평양 사령부는 ICBM이 아니라 중거리 미사일이고, 북미항공우주사령부는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실 ICBM 기술은 새로운 게 아닙니다. 북한이 인공위성이 쏘아올린 순간부터 그 개발은 시간문제였죠. 이번 미사일이 설사 ICBM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나더라도 머지 않아 이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마필 매매계약 해제 문서를 법정에 제출했습니다. 말세탁을 통해 정유라에게 말의 소유권이 이전됐다는 특검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그 증거로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말을 반환 받는다는 합의서를 제시한 겁니다. 한 마디로 말 판매 취소하고 내가 되돌려받았으니까 그 말들이 내 말이 맞다는 게 증명됐다, 이런 거죠. 저는 이 주장이 납득이 안 갑니다. 삼성의 주장대로 애초 최 씨에게 말을 빌려준 거라면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과 승마협회 박원호 전무의 보고서와 메모에 등장하는 이 건은 정권교체가 되면 문제가 될 거란 내용은 뭔가요? 그리고 줄곧 삼성 소유의 말이었으면 그 문서는 1차, 2차 영장이 청구됐을 때 그때 진작에 제출됐어야죠. 그랬다면 구..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많은 기사들이 쏟아졌죠. 문정인 특보의 발언으로 한미동맹이 위기에 처했고, 트럼프가 격노했다는 기사를 필두로 스티브 섀벗(Steve Chabot) 하원의원의 '사드와 주한미군 중 선택하라'는 발언의 소개 기사까지. 마치 한미정상회담의 성패는 사드에 달린 것처럼 구는 그런 기사가 넘쳤습니다.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에도 김정숙 여사가 패션 외교를 했는데 배려 차원에서 미국을 상징하는 옷을 선보였다면 좋았을 거란, 그래서 아쉽다는 기사까지 읽고 나니 참 재밌습니다. 문정인 특보가 했던 말은 정상회담의 정신과 결과에 고스란히 담겼고, 스티브 섀벗은 문 대통령과의 상하원 지도자 간담회에 참석도 못하는 의원이었으며, 미국을 상징하는 옷을 선보였으면 좋았을..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접할 때는 연대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기원전 3세기, 기원후 7세기 등등. 이때 머릿속에서 대략적인 연도를 가늠할 수 있으면 편하다. 서양 달력에서 기원전과 후를 나누는 기준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의 탄생. 기원전(BC)과 기원후(AD), 서기 기원전은 BC라고 쓰는데 'Before Christ', 문자 그대로 그리스도 탄생 전이라는 의미다. 그럼 기원후는 'After Christ'로 AC라고 써야할 것 같은데, AD라고 쓴다. 이는 중세 라틴어 'Anno Domini'를 줄인 말로 '주의 해(the year of the Lord)', 즉 신(의 아들)이 태어난 해라는 뜻으로 실제 after Christ와 같은 의미다. 다만, 기원후라는 말이 가진 종..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한 주간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3월 24일 JTBC 뉴스룸 인터뷰 중) 김종인 비대위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에 대통령 후보를 선출함에 있어서 본인이 또 장애요인이 될 것 같으면 결정적으로 정권 교체에 지장을 초래할 텐데, 그 짓을 할 수 있겠어요?" 서복현 앵커: 그럼 위원장님은 안철수 대표가 정권 교체의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가 보기에는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봐요. 며칠 전 JTBC 인터뷰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한 말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축적해 온 자신의 정치적 효용을 통째로 국민의힘에 안겨준 안철수 대표를 이제는 도리없이 오세훈 도우미로 전락한 그에게 선거를 돕는다는 약속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