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어준 생각/2017년 5월 (23)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 임을 위한 행진곡 ♬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어제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하에서 합창만 허용되고 제창이 금지됐었죠. 가사 중에 '임'은 김일성이고 '새 날'은 사회주의 혁명을 의미한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이 노래는 5.18 2주기 때 5.18 당시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의 총에 숨진 윤상원 씨와 공단의 야학강사로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박기순 씨의 영혼결혼식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겁니다. 북한에선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김상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되었습니다.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군요. 김상조 교수가 재벌개혁을 주장한 세월 참 깁니다. 하지만 그동안 그 주장은 그저 이론으로만 취급됐습니다. 그 주장이 합리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재벌의 힘은 김상조 주장 정도는 아주 간단하게 무력화시킬 만큼 아주 막강했습니다. 재벌들은 그동안 너무 힘이 셌죠. 힘이 센 게 무슨 죄냐. 죄가 됩니다. 그 힘은 정치와 거래하고 결탁한 댓가로 얻은 것이었으니까요. 일반 국민들은 재벌들 다 해체하고, 회장들 다 구속하고, 재산 다 환수하고, 그러길 바라는 게 아니죠. 한 마디로 조금 더 공정하길 바라는 겁니다. 그래서 재벌들이 다 먹고, 그 나머지 찌꺼기를 조금 나눠주는 것을 그걸 경제라고 부르는 불공정한 우리 사..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포스트트루스(post-truth)'라는 말이 있죠.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각자 나름의 세계관으로 그 정보를 재구성 해 자신만의 진실을 따로 구축하는 시대. 그런 정도의 의미입니다. 가짜뉴스가 그 첫 번째 징후였죠. 정보에서 맥락을 무시하고 단편적인 데이터를 편집해서 자기들만의 가짜진실을 별도로 만드는 거죠.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과 함께 도래한 이 세계적인 트렌드는 그러나 가짜뉴스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전통 미디어의 뉴스를 더이상 신뢰하지 않고 스스로 인터넷을 검색해서 사실 관계를 검증하고 그 정합성을 따져서 그 뉴스를 보완, 반박 때로 대체하는 사설 뉴스가 만들어지고, 그 사설 뉴스가 공감대를 담보할 때는 '다중'과 만나 거대한 유통과 공유가 시작됩니다. 그렇게 사..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 2인의 순직이 인정 받게 됐습니다. 학생들을 구하러 선실로 들어갔다가 희생됐는데도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규정상 순직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연금법 시행령을 개정하거나 또는 개정하지 않고도 처장이 희생된 두 분을 대상자로 지정하는 것만으로도 순직 인정이 가능하다 했습니다. 이렇게 간단했던 겁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지정을 못했던 게 아니라 안 했던 거죠. 박근혜 정부는 대체 왜 그랬을까요? 아이들을 구하다 희생된 사람들에게조차 왜 그렇게 야박하게 굴었을까요? 어떤 경우에도 규정은 예외 없어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특혜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 걸까요? 그러면 기소조차 되..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안토니오 네그리(Antonio Negri)라는 정치철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다중(multitude)'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국민이나 대중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나이, 지역, 직업, 성별 등 기존의 기준으로는 분류할 수 없는 불특정 다수로 이들은 단일한 지도부를 가지지 않고 물질이 아닌 가치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개방, 수평, 참여, 분산 네트워크다. 이 다중이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난 것이 촛불시위입니다. 기존의 정치가 촛불에서 지도부와 배후와 내막을 찾으려고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죠. 정보를 공유하며 스스로 학습하고 다시 자신이 자발적인 유포자가 되는 이 거대한 선순환 네트워크는 자기들만의 아젠다로 기획을 하고 프레임을 구축해 대중을 자신들이 원하는대..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주요 관계국들 정상들의 축하와 정상회담 요청이 이어집니다. 언론에서는 미국, 중국 정상이 먼저 전화했다며 큰 의미 부여를 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전화해서 나 좀 축하해달라고 부탁하나요? 양쪽 모두 해결할 현안이 있으면 정상회담 요청도 당연한 거죠. 큰 뉴스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건 인도 모디 총리의 축하메시지입니다. 모디 총리는 문재인과 통화 후 축하메시지를 인도 공용어가 아니라 한글로 자신의 트위터에 알렸습니다. 인도 총리가 자국민에게 언론플레이를 한 게 아니라 한국의 국민들에게 자신을 어필한 거죠. 모디 총리의 트위터 메시지를 보는 순간 문득 깨달았습니다. 의례적인 전화 통화 몇 번 가지고 대단한 외교라도 한 것처럼 보..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 정지, 파면, 구속까지 이어진 무려 5개월 넘는 대통령 궐위 상태 기간의 국정 공백도 어마어마하고. 미국, 중국 사이에서 고차방정식으로 풀어내야 할 사드와 북핵부터 일본 정부와의 위안부 문제, 경제 문제, 취업, 복지, 재벌, 검찰, 세월호, 최순실, 사대강, 자원외교, 우선 순위를 따지기 힘들 만큼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대선 기간 각 후보, 지지자들 간 주고 받았던 거친 공방으로 인한 상처도 여전히 시립니다. 생각해보면 작년 가을부터 대한민국 전체가 촛불과 탄핵과 대선으로 숨고를 사이도 없이,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해서 이제 이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대통령도 국민도 이제 숨 좀 돌리고 합시다.한 템포만..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우리 손으로 근대를 맞이하지 못했다. 이 말을 처음 들었던 게. 그렇습니다. 우리 근대는 일본강점기 통치 편의를 위해서 강제로 이식된 거였죠. 프랑스 혁명이 세계사적인 이유를 가지는 이유는 왕이 백성 위에 군림하던 군주 시대를 시민들 자신의 손으로 끝내고 공화국 시대를 스스로 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들 역사가 많이 부러웠습니다. 백성이 시민이 되는 과정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했던 우리는 분단과 쿠데타와 군사 정권을 거치며 색깔과 지역에 흔들리는 시민이 아니라 백성에 머무르는 미숙한 민주주의를 최근까지도 겪어왔습니다. 이번 대선의 의미가 각별한 건 그래서입니다. 정치가 머뭇거리고 우왕좌왕 할 때 시민이 먼저 거리로 나섰고, 시민들이 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