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어준 생각/2017년 8월 (23)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삼성 미래전략실의 장충기 전 차장이 언론인들과 주고 받은 문자가 보도됐습니다. 문화일보 한 인사는 액수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광고 협찬을 읍소합니다. 서울경제 출신의 한 언론인은 사외이사 자리를 청탁하죠. 연합뉴스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보도를 자신들은 자제하겠다며 묻지도 않은 보도 통제를 먼저 자처합니다. 또다른 인사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을 통해 조선일보 지면과 TV조선이 이건희 회장 성매매 사건을 보도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보고를 합니다. 어떤 인사는 포털에 기사 노출을 막았다며 댓글 숫자를 언급하죠. 매일경제 한 기자는 매경이 어떻게 해야 삼성 면세점 사업을 도울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구걸을 합니다. 이렇게 언론인들이 삼성에게 각종 청탁과 충성을 맹세하..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매년 여름이면 반복되는 '폭염, 전력 예비율 바닥, 블랙아웃 우려' 기사가 올해는 없습니다. 작년 여름에도 예비율이 한 자리 수로 떨어졌다고 냉방기기를 가동한 채 문 열어놓고 장사하는 가게들을 지자체에서 단속하는 기사가 많이 났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전기 수요는 지난 해 최대 피크치와 차이가 없습니다. 그럼 왜 이렇게 전기가 남느냐? 산업통상자원부가 2년 전 예측한 전력 수급 계획상 2029년까지 예비율을 22% 확보하겠다고 했는데, 올해 이미 30%를 넘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전력 수요 예측을 잘못해서 목표치를 12년이나 앞당겨서 초과 달성한 건가요? 아니면 그동안 전기가 부족하지 않은데 부족하다고 과장을 했던 건가요? 그것도 아니면 부족했던 건 맞..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결정은 공론화 위원회를 거칩니다. 2만 명에게 세 차례 전화 설문을 하고, 시민참여단도 둬서 2박 3일간의 학습, 토론을 거친 후 역시 찬바 설문을 하게 됩니다. 정부 정책을 놓고 이런 전례 없는 실험을 하는 이유는 국가 에너지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많은 논점이 등장하겠죠. 특히 비용 문제가 가장 먼저, 많이 다뤄질 겁니다. 원전의 전기 생산 단가와 재생 에너지의 생산 단가가 비교되고, 재생 에너지의 단가가 몇 년 이내에 얼마나 저렴해질 것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을 겁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전시 작전권 환수 문제를 놓고 찬반 양론이 격렬하게 부딪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반대론자의 주장 골자가 그랬습니다. 전시 작전권을 우..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가장 최근에 육군 박찬주 대장과 부인의 갑질 논란부터 종근당 회장, 미스터피자 회장의 경우까지 갑질 논란은 사회 전 분야에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더 큰 권력,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돈이 있는 강자가 군림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 사고 방식이죠. 그 뿌리는 뭘까요? 어떤 이들은 인간 본성을 이야기하고, 어떤 이들은 유교, 어떤 이들은 군사 정권의 폐해를 말하기도 합니다. 다들 영향이 있겠죠. 저는 거기에 한 가지를 보태고 싶습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는 1등 일본 다음의 2등 국민이었습니다. 2등은 3등을 필요로 하죠. 그래야 1등에 굴종하는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3등을 멸시하며 보상받죠. 청일전쟁에 패한 중국은 그렇게 3등이 됐고, 그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1등 대..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화요일 미국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험(Lindsey Graham) 상원 의원은 미 NBC 투데이쇼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갖추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이 있어야 한다면 그곳, 그러니까 한반도에서 벌어질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면 그곳에서 그들이 죽는 것이지 미국에서 죽는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쇼의 진행자가 그럴 경우 한국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지역과 미국 본토 사이에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을 했습니다. 미국 본토가 안전해지기 위해서라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 수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해도 그건 그들이 죽는 거니까 그게 낫다는 거죠. 지난 미 대선에..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탈원전을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 됩니다. 향후 수십 년을 좌우할 국가 에너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방향 전환하는 일인 만큼 갑론을박 당연히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 진영은 자기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낙관적 예측을 내놓거나 또는 불리한 수치를 제시하거나 하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미래를 놓고 논쟁할 때 그리고 그 일에 거대한 이권이 연결되어 있을 때 어차피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이 정도의 과정은 의례 있죠. 그럼에도 그 정도가 어처구니 없는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며칠 전 한 언론은 이런 보도를 했습니다. '원전 백지화 후폭풍 연 600만 명 일자리는 어쩌나' 원전 신규 건설을 백지화하면 원전 건설에 하루 3천여 명이 동원되고, 주변 부지 공사까지 하면 연간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 정부, 미국 언론,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해결책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국을 통한 북한에 대한 압력'입니다. 중국산 철광 관세 부과 같은 경제 제재와 대만의 무기 판매 확대까지 거론하며 중국에게 북한 제재에 적극 동참하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중국 공산당 일간지 인민일보의 자매지로 중국 공산당이 하고 싶은 말을 보다 대중적으로 거침없이 풀어내는 환구시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쉽게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한 주장에 대해 '북한이 핵 개발을 결심했고 미국의 군사적 압력이 통하지 않는데 중국 제재로 어떻게 북핵을 해결하냐며, 북핵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풋내기나 할 말'이라고 받아쳤습니다.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