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어준 생각 (352)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국민의당이 문준용 씨 동료 제보라며 공개했던 녹취록이 안철수 전 대표와 사제지간이며 지난 20대 총선 전남 여수갑의 예비후보였던 이유미 씨가 자신의 동생과 직접 녹음한 조작으로 밝혀졌습니다. 검찰은 물론 국민의당도 자체조사를 한다니 조만간 결과가 나오겠습니다만 현재까지의 내용만으론 납득 가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제보 파일을 처음부터 음성변조된 채 받은 게 아니라면 그 녹취의 이유미 씨의 본인 목소리가 등장하는데 그게 누구인지 당에서 아무도 몰랐다는 건가요? 최소한 이유미 씨가 이 파일을 건넸다고 알려진 이준서 최고위원은 이유미 씨 자신이 녹음한 파일이라는 걸 알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만약 처음부터 음성변조가 된 파일만 받았다면 최소한 당사자가 실재하는지 연락은 해봤어야 하..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최근 언론의 후보검증, 이해 안 가는 점들 많다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예를 하나 들어보죠. 지난 목요일 오세훈 후보는 한 토론회에서 소위 셀프보상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3월 18일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 "이 땅을 가지고 우리 처갓집에서 경제적 이익을 보는 그런 행동을 했다면 후보직 사퇴뿐만 아니라 영원히 정계에서 저 스스로 떠나겠습니다." 이 말 외에도 '오히려 손해를 봤다'는 말도 했었죠. 본인의 결백을 강조한 건데, 후보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은 이럴 때 검증을 해야 하는 거죠. SH공사가 내곡지구 개발용역에 착수한 게 이명박 시장 시절인 2005년도입니다. 이때부터 개발 기대심리로 일대 땅값이 오르기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천홍욱 관세청장이 취임 다음 날 서울 모식당에서 최순실을 만나 열심히 하라는 말에 최선을 다하겠다 답했다는 보도가 어제 있었습니다. 이에 관세청은 천 청장이 취임 이후 다양한 외부인사를 만나는 과정에서 최순실을 한 차례 만난 사실이 있지만 최선을 다해 직무를 수행해서 신뢰받는 관세청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그런 일반적인 언급이었지 충성 맹세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천 청장은 지난 2월 기재위 업무보고 때 최순실 관련 모든 의혹을 부인했었고,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최순실과의 만남 자체를 처음에는 부인했었습니다. 물론 기억이 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해명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여전히 이해 가지 않는 대목이 있습니다. 차관급인 관세청장이 국..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주말에 임신중단 합법화, 그러니까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집회가 있었습니다. 현행법은 여성과 의료인 모두를 처벌합니다. 그 주장은 간단합니다. '임신, 출산, 육아를 국가가 대신 해주지 않는데, 국가가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여성이 본인 만의 사유로 임신 중단을 원해도 처벌하는 건 임신한 이상 출산하라고 국가가 강제하는 거죠. 임신한 이상 출산까지 강제하려면 적어도 그 육아는 국가가 책임져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삶을 따로 관리해 줄 것도 아니면서 출산과 생명의 신성함만 강조하는 게 오히려 무책임한 거 아닌가? 세계보건기구가 임신중절을 여성의 기본권으로 보는 건 그래서입니다. 물론 앞으로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논의 되어야 할..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주 아일랜드에서는 인도 뭄바이 태생 이민자의 아들 버라드커(Varadkar)가 인도인 2세로는 최초로 총리가 됐습니다. 서른 여덟. 역대 최연소 총리면서 게이입니다. 세르비아에서는 지난 주 차기총리로 브르나비치(Brnabić)가 지명됐고, 레즈비언입니다. 스페인 여성 국방장관 차콘(Chacón)이 임신한 채 군사사열을 한 게 벌써 10년 전이고, 이제 NATO 회의에서는 여성 국방장관만 서너 명씩 모입니다. 그 나라들은 소수자의 인권이 원래 높았다? 아닙니다. 아일랜드인 아무에게나 물어보세요. 천주교가 사실상 국교인 나라에서 게이 총리를 몇 년 전까지 상상이나 했냐고 세르비아는 국민 85%가 동방 정교회입니다. 스페인은 마초이즘으로 유명하죠. 세상에 원래 그런 건 아무 것..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한 국내 매체가 일본 아사히신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보고를 받고 한국이 은혜를 모른다고 격노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뉴스는 수많은 국내 매체가 받아 썼는데요, 미국 주요 매체를 찾아봤습니다. 관련 기사는 없습니다. 문정인 특보 관련 기사 자체가 없습니다. 해서 아사히 신문을 찾아봤더니 관련 기사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당연히 워싱턴발 기사인 줄 알았더니 한국발 기사였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에 와있는 일본 특파원이 한국에서 한국 내 이야기를 듣고 워싱턴 기사를 쓴 겁니다. 그걸 다시 우리 언론이 일본 언론이 그랬다더라 보도한 겁니다. 국내발 기사가 일본 갔다가 다시 한국에서 외신으로 재인용되고, 그렇게 이 뉴스가 마치 국제적 이슈로 확인된 것처럼 외신의 껍데기를 쓰고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문정인 특보 발언으로 파장이 크다고 보도하는 언론들은 그 근거로 미국 정가 발언들을 거론했습니다. 예를 들면,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마이클 그린 부소장이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한국은 사드 배치를 위해 법적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는 말을 들면서 큰일 났다는 식으로 보도를 했습니다. 자유한국당과 청와대의 정치 논평은 남극과 북극 만큼 거리가 멉니다. 언론이라면 그 발언 당사자의 정치 성향,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그것부터 따지고 소개를 해야죠. CSIS는 군사외교 분야 싱크탱크로 그 친일본적 성향이 잘 알려져 있죠. 부소장인 마이클 그린은 일본어에 능통한 대표적 친일 전문가로 아베 정부가 표방하는 강경대북정책과 그 인식의 결을 같이 하는..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사드가 깨지면 동맹이 깨진다고 하는데 무기 체계 중 하나에 불과한 사드 때문에 동맹이 깨진다면 이게 동맹인가?' 문정인 특보의 이 발언을 TV조선은 막말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왜 이런 말도 못하나요? 환경영향평가에 4개월 걸린다니까 북한이 미사일 쏘는 엄중한 시국에 그럴 시간이 어딨냐고 합니다. 사드를 내일 배치하면 북한이 내일부터 미사일을 안 쏘나요? 미국은 괌에 사드를 배치할 때 7년이나 논의를 했습니다. 환경영향평가는 23개월이 걸렸습니다. 미국이 자국 땅에 배치할 때는 하는데 왜 우리는 안 합니까? 사드 관련해 조금만 다른 입장을 보이면 '미국이 화 낸다, 기분 나빠한다' 미국 당국자가 할 소리를 왜 우리 정치권이 먼저 대신 하는지요? '냉혹한 국제 정치에 자존심이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