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어준 생각 (352)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유럽연합과 독일 공정위가 독일 자동차 업체들의 카르텔 혐의를 조사 중입니다. 1990년대부터 폭스바겐, 다임러, BMW, 아우디, 포르쉐 등 세계적인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카르텔을 구축해서 엔진부터 배출가스 시스템까지 수시로 만나 담합해 왔다는 혐의입니다. 예를 들어서, 미세먼지 주범으로 알려진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한 탱크 규격과 화합물의 비율을 서로 담합해 제조원가가 더 커지지 않도록 탱크 크기를 몰래 합의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더 큰 탱크를 설치하는 노력을 어떤 업체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실제 이렇게 담합된 탱크의 규격은 질소산화물을 정화하는 데 충분치 않다고 합니다. 2년 전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사건으로 시작된 이 디젤 게이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어제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문체 비서관이 아니라 민정수석실에서 체육 분야, 그러니까 K스포츠 재단 관련 지시를 받아 당황스러웠다는 증언을 했습니다. 특히 작년 4월, 평창 동계 올림픽 개폐회식장 설치 공사와 관련해 스위스 누슬리(Nussli)사가 탈락하자 그 경위를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에 김종 전 차관은 동계올림픽 조직위로부터 자료를 받아 민정수석실에 보고했다고 하는데, 누슬리사는 최순실 씨가 실소유했던 더블루K와 독점 계약을 맺었던 회사죠. 민정수석실이 체육 분야를 따로 챙긴 것도 이상한 일이고, 외국 기업을 따로 체크한 것은 더 이상한 일이고, 그 외국 기업이 최순실 회사와 150억대 수주를 독점 계약을 맺은 곳..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증세 이야기가 나옵니다. 연 소득 5억 이상, 연간 순이익 2천 억 이상 재벌이 그 대상입니다. 야당은 연 소득 5억 소득세 인상은 표적과세이고, 대기업 법인세 인상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합니다. 소득 양극화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0.1% 최상위 소득자에게 2% 소득세를 인상해 복지에 쓰겠다고 하는 건 나머지 99.9%에겐 좋은 거죠. 99.9%는 좋아할 일이 왜 대등한 공방 속에 있는 것처럼 보도 되는가? 그 0.1%가 자기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만들어 배포할 힘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0.1%는 자신에게만 불리한 걸 나머지 99.9%도 불리한 거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걸 잘 하죠. 그리고 MB정권이 법인세 3%를 인하해 줬더니 기업투자가 대폭 늘어 소위 낙수효과가 폭증..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어제 허위 난민 신청을 대행해 준 국내 브로커 조직이 검찰에 의해 적발됐습니다. 난민 관련 국내뉴스는 이렇게 대부분 부정적입니다. 우린 난민을 대체로 잠재적 테러리스트, 불법체류자라고 간주하죠. 난민 지위에 관한 국제협약이 채택된 게 1951년이고 우리가 뒤늦게 126개 조인국 중 하나가 된 것도 이미 1993년이지만 그동안 인정된 난민 숫자는 터무니, 터무니 없이 적습니다. 작년 한 해 우리가 전 세계에서 받아들인 난민 총합이 100명이 안 되고, 그나마 가족 재결합을 제외하면 60여 명. 참혹한 내전을 겪은 시리아인은 1명입니다. 독일이 작년 한 해 수용한 난민이 28만 명. 스페인이 작년 17,000명 난민 수용을 약속했다 실제 1,100명에 그치자 올해 초 '우리 집이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환경부, 국립환경원과 미 NASA가 합동으로 수행한 대기질 공동조사 결과가 어제 공개됐습니다. 한국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의 52%는 국내에서 생산된 것이고, 그동안 미세먼지의 절대 원흉처럼 지목됐던 중국발 미세먼지는 34% 정도. 나머지는 북한과 그 외 지역발로 분석됐습니다. 박근혜 정부 초기 발표됐던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의하면 미세먼지 상당 부분은 중국 등 국외에서 유입된다고 설명을 했었죠. 실제로는 절반 이상이 국내에서 발생하고, 국내 요인은 우리 스스로 개선할 수 있다는 데 방점이 있어야 했지만 남 탓으로, 중국 탓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이후 미세먼지가 점점 심해지자 직화 조리시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며 고등어, 삼겹살 식당 규제 방안을 대책으로 거론했었고, 오히려 석탄 화..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수리온 헬기부터 F35 기종 변경 의혹까지 최근 방산비리 의혹들이 연일 보도됩니다. 방산비리는 거론되는 액수만 해도 몇백 억에서 몇 조에 달하고, 하나의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만 해도 규모가 대단한 종합비리죠. 어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기였던 장용진 방위산업청장이 감사원에 의해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가 의뢰됐습니다. 이런 대규모 방산비리와 더불어 동시에 척결되길 바라는 것은 아주 작은 것들, 그래서 누구도 크게 신경쓰지 않아 너무도 오랜 시간 그대로인 것들입니다. 3년 전 국방부 수통 구매 현황만 봐도 10년간 군은 127만 개의 수통을 구매해서 60만 장병 각자에게 2개씩 나눠줄 분량을 이미 확보했지만 새 수통은 창고에 두고 베트남전 때의 수통을 나눠줬었죠. 사병들이 매일..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다음 주 화요일 '미인도 토론회'라는 행사가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천경자 화백 본인이 이미 91년 '내 작품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으나 그 후로도 무려 26년째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미인도를 놓고 그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는 자리라고 하는데요. 위작 여부에 가장 권위있고 최종적인 판정 권한은 통상 작가에게 있죠. 작가가 가짜라면 더이상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미인도 만큼은 작가가 왕성한 활동을 할 때 생전에 이미 내 작품이 절대 아니라고 판정했음에도 여전히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참 이상한 사건이죠. 만약 그 그림이 진짜가 맞다면 그럼 천 화백의 성격, 기억력의 문제로, 하나의 해프닝으로 마무리가 되겠죠. 그런데 만약 그 그림이 가짜라면 작가가 살아 생전..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2010년 일본의 사사카와 재단 프랑스 지부가 카롤린느 포스텔 비네(Karoline Postel-Vinay)라는 프랑스의 한 일본학 학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프랑스-일본 수교 150주년 학술행사를 사사카와 재단이 후원했는데 프랑스 외무부가 공동 후원으로 참여하기로 하자 프랑스 학계는 A급 전범이 설립한 재단이 후원하는 행사에 정부가 참여하는 것에 반대성명을 냈습니다. 결국 프랑스 외무부가 참여를 철회하자 사사카와 재단은 이 성명을 주도한 카롤린느 박사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몇 개월에 걸친 공방 끝에 프랑스 법원이 이 소를 기각한 후 비네 박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학자의 책무는 두 가지다. 성실한 감시자. 그리고 용감한 고발자. 그 역할을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