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어준 생각 (352)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어제 이재용 삼성 부회장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재용 부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정유라 씨에 대해 변호인들은 그 증언이 특검팀의 강요와 회유에 의한 것이라며 증거로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특검팀은 정 씨가 먼저 연락했고, 이동 지원을 요청해 도움을 줬을 뿐 정 씨가 자의로 판단하고 자의로 출석한 것이라고 반박했고, 정 씨 본인 역시 자신의 판단으로 출석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공방의 진위를 저는 모릅니다. 다만 정유라의 진술은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지만 정유라 본인에게는 세 번째 구속영장청구를 피할 수 있게 만드는 유리한 진술 임에도 정유라 변호인들이 오히려 그 진술을 극구 무효화하려는 이유를 저는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정유라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월요일 부동산 문제는 어릴 적부터 사유 재산과 공동체 윤리라는 별도의 교과를 통해 관점을 만들어 줘야 하는 문제라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분이 그 이야기를 듣고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부동산과 공동체가 무슨 상관인가? 내가 부동산을 시작하는데 누가 돈을 보태준 것도 없고, 그 집값을 올리기 위해 인테리어도 내가 했고, 내 노력으로 내 돈으로 취득했고 세금까지 냈는데 내 재산을 놓고 나한테 아무런 도움도 준 적 없는 남의 상황을 왜 고려해야 하냐? 반만 맞는 말입니다. 그렇게 취득한 부동산의 가치는 본인의 노력과 그 집에 들어간 재료값의 합이 아니죠. 그 가치는 그런 노력과 재료에 더해 그 입지 등 주변 수많은 요소들의 복합된 가치가 만들어 낸 거죠. 그런데 그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최근 개고기 논쟁이 다시 한창입니다. 개인적으로 개를 키우게 된 이후 더이상 개고기를 먹지 않게 된 사람 중 하나로 개고기 반대론 진영의 비위생적 축산 환경, 비윤리적 도축 과정에 대한 지적, 크게 공감합니다. 그런데 개고기를 육류로 소비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 중 하나 임에도 여전히 동의가 되지 않는 주장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야만적이라 비난한다. 개는 특별해서 애초부터 식용이 아니다. 그런가요? 식문화는 그 지역 자연과 환경 하에서 사람이 적응해 가면서 오랜 세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거죠. 더 우월할 것도 더 부끄러울 것도 없는 거 아닙니까? 개는 특별한 동물이라 안 된다는 주장을 가만히 따지고 보면 대단히 이기적인, 인간 중심의 사고죠. 돼지한테..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얼마 전 'KBS 세계는 지금'에서 런던의 부동산 투기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부호들이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사들인 후 거주는 하지 않고 몇 년 째 비워둔 집이 런던에만 2만 호가 넘고, 그 덕에 집값과 월세가 폭등하자 서민들이 노숙자화 되고 있다는 리포트였습니다. 이에 한 시민단체가 그렇게 몇 년 째 빈 주택을 무단점거하는 이벤트를 벌였는데, 한 빈 주택에 임시 숙박하게 된 노숙자에게 기자가 묻습니다. '왜 남의 집을 무단점거 하느냐?' 그가 답합니다. '안 될 건 뭔가? 내가 이 집을 가져가는 것도 아닌데. 집은 사람이 살아야만 존재 가치가 있다.' 그는 사유재산을 무단점유하는 불법을 저질렀죠. 그리고 주택문제가 무단점유로 해결될 리도 없습니다. 국가의 주택정책과 복지예산이..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G20 정상회담이 끝이 났습니다. 이번에도 10만 명이 정상회담 내내 다양한 시위를 했습니다. 200개가 넘는 전세계 국가 중 겨우 20개국 정상만 모여 밀실에서 중대한 문제를 결정한다는 발상에 반대하는 거죠. 물론 G20은 그 GDP 합이 전 세계 90%에 이르는 국가들로 따로 모일 만합니다. 하지만 먼저 잘 살게 됐다고 해서 나머지 국가들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사안을 대신 결정할 권리가 있는가? 이런 문제 제기를 하는 거죠.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독일의 한 환경단체는 이런 주장도 했습니다. 지금 UN에서 130개국이 모여 핵무기폐기를 위한 조약을 준비 중인데, 정작 핵보유국들이 여기 따로 모여있어서 우리가 시위를 하는 것이다. 말이 되죠. G20의 시위대를 보며 그런..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사법부에서 사법부를 대상으로 하는 국회 국정조사를 스스로 요구하는 전례없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법관들의 정치 성향을 분류한 법관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에 대해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84%의 법관들이 추가적인 조사에 찬성했음에도 양승태 대법원장이 소뿔 바로 잡자고 소를 죽이겠냐며 추가 조사를 거부했고, 이에 더이상 사법부 자체조사만으로는 진실을 밝힐 수 없다고 일선 법관들이 입법부에 이 사안의 진상을 조사해 달라고 제안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겁니다. 사법부가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사법부의 수장이 거부한 상황이 됐습니다. 이 사태를 지켜보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헌법이 보장한 사법부의 독립을 사법부가 법관 블랙리스트로 무너뜨린 이유가 무엇일까? 자체 필요에 의한 것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오늘 있을 예정인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을 앞두고 북한이 ICBM까지 쏜 마당에 사드 배치가 더욱 필요해졌다는 논리로 중국을 설득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말들이 나옵니다. 양국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외교, 안보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죠. 정반대 논리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 명분은 간단하죠. 주한미군과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데 이런 논리는 아주 손쉽게 무너집니다. 북한 ICBM은 미국 본토에 떨어지는데 한국에 왜 포대가 필요하냐? 할 말이 없죠. 사드는 포대뿐 아니라 레이더가 중요한 거다. 이렇게 주장한다면, 레이더 탐색 범위에 중국도 들어가지 않냐? 결국 중국 ICBM 탐지용 아니냐? 그렇게 영내 전략적 균형을 무너뜨리는 장비 아..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북한이 다시 미사일을 쐈습니다. 이번에는 정점고도 2,800 킬로미터. 비행거리는 933 킬로미터라고 북한은 주장했습니다. 소위 ICBM이라는 겁니다. 일본 방위성은 군사적 위협은 매우 커졌으나 ICBM인지 결론내지 못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미사일 공격 경보 시스템이 북한 미사일을 추적했고, 533 킬로미터 고도에 비행거리는 510 킬로미터로 ICBM이 아니라고 발표했습니다. 미 태평양 사령부는 ICBM이 아니라 중거리 미사일이고, 북미항공우주사령부는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실 ICBM 기술은 새로운 게 아닙니다. 북한이 인공위성이 쏘아올린 순간부터 그 개발은 시간문제였죠. 이번 미사일이 설사 ICBM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나더라도 머지 않아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