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어준 생각 (352)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보수 인터넷 매체와 직무정지 이후 첫 인터뷰를 했습니다. 사실 인터뷰라고 부르기 민망합니다. 예를 들어, '최 씨와 대통령이 사실상 경제적 공동체라고 하는데 예금통장을 같이 사용하십니까?'라는 질문은 너무 유치합니다. 같은 통장만 사용 안 하면 경제공동체가 아닌 게 되는 건가요? 동네 잡범도 공범끼리는 같은 통장 사용 안 합니다. 그리고 최순실이 여러 회사 만든지 몰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몰랐다고 하면 당연히 후속 질문을 해야죠. '그럼 플레이그라운드라는 회사는 생기자마자 어떻게 알았느냐?' '누가 그런 회사가 있는지 알려줬느냐?' '아무 실적 없는 그 회사를 왜 KT의 광고대행사가 되도록 KT 회장에게 압박을 했느냐?' '대통령이 직접 이권을 챙겨준 회사..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항의하기 위해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전시회가 논란입니다. 문제가 된 작품의 원작은 인상파 마네(Manet)가 그린 '올랭피아(Olympia)'와 조르주네(Giorgione)의 '잠자는 비너스(Sleeping Venus)'입니다. 잠자는 비너스는 여신을 모티브로 한 전형적인 16세기 그림이고 올랭피아는 당시에도 큰 논란이 된 19세기 작품입니다. 올랭피아는 여성을 신화 속 여신이 아니라 현실의 존재로 그려서 당시의 비평가들은 똥배가 나온 여성을 그린 것이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냐며 공격을 했었고, 일반인들은 나신의 여성이 고개를 숙이지 않고 눈을 똑바로 뜨고 정면을 바라보는 게 발칙하다며 그림을 지팡이로 내려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게 1865년, 152년..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헌재심판에 임하는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은 어제 증인 39명을 추가신청해 결국 판결을 2월 말 이후로 지연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 기각과 최순실의 출석 거부로 특검은 대통령 조사 한 번 못하고 끝날 수도 있습니다. 2월 말 특검이 끝나면 검찰이 수사를 이어받게 됩니다. 황교안 체제 하에 검찰이 과연 특검 만큼 해낼 수 있겠는가.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그 어떤 것도 내려놓지 않고 있는 겁니다. 특검이 끝날 때까지 대통령 탄핵에 이를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게 하고 그 사이 헌재 판결은 최대한 지연시키기. 대통령의 전략입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 기각으로 다른 재벌의 소환은 시작도 못하고 있고, 불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한 최..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구속됐습니다. 그는 박정희 영구집권을 획책한 유신헌법의 초안 작성자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은 무려 50여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재일동포 간첩조작사건의 중앙정보부 공안부장, '좌경은 무좀같다'며 공안정국을 주도한 검찰총장,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을 지휘한 법무부 장관, 지역감정을 조장했던 초원복집사건의 주역이었던 그 긴 세월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법적책임을 진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그를 구속시킨 것은 무고한 사람을 간첩 만들어 수십 년 감옥에 보내고, 지역감정을 악의적으로 선동한 범죄에 비하자면 한참이나 가벼운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자신의 법 지식을 활용해 반 세기 동안 법망을 빠져나간 그를 결국 구속시킨 것은 복잡한 법리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대통령이 백신 먼저 맞아라' 최근 이슈입니다. 국가 정상이 백신을 먼저 맞는 경우 있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때는.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 가장 먼저 접종을 했습니다. 왜냐. 중국 백신 시노백 3상 임상을 인도네시아에서 했거든요. 그래서 가장 먼저 시노백이 도착했지만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같은 국제 신뢰를 아직 얻지 못한 백신이었거든요.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백신들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한 상황에서 변이 바이러스에 상대적으로 낫다는 존슨 앤 존슨 백신을 선택했지만 그 백신은 전 세계 어느 나라로부터도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도 그렇..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삼성이 영장실질심사에서 내세운 논리의 핵심은 한 마디로 박근혜, 최순실이 가해자고 자신들은 피해자라는 겁니다. 특검은 아니다, 돈 주고 혜택을 받은 거래. 뇌물이다 조의연 부장판사는 삼성 손을 들어줍니다. 과연 그러한가. 특검의 뇌물죄, 영장청구 근거 중 하나가 된 메모가 있습니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해 9월 27일 독일 한 호텔에서 최순실과 만나 작성한 건데요 이 메모에 따르면 야당의 문제제기가 시작된 당시 최순실 회사를 통하지 않고 말을 사주는 방법을 의논하고, 야당과 친분이 있는 최순실 회사 직원을 조심하라고 하고, 정유라는 페이스북을 못하게 하라며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최순실에게 당부합니다. 심지어 현 정권에선 문제가 없고 정권이 바뀌며 검찰 수사에 대비해야..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됐습니다.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따질 일입니다. 하지만 전 이 시점에, 특히 이 시점에 특검에게 큰 박수를 한 번 보내고 싶습니다. 지난 한 달여간 특검은 불의한 사건 앞에서 자기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때 국민들이 느끼는 안도감, 만족감이 어떤 것인지 절절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분들이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사람들이 아닙니다.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죠. 다만 이들에게 행사하라고 국민들이 위임한 정당한 권한을 제대로 쓰지 못하도록 권력이 막고 있었을 뿐입니다. 특검을 보고 있노라면 다음 정권이 누가 되든 이런 장면을 계속 보고싶다는 생각을 매일 하게 됩니다. 그 정도만 가능한 나라여..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반기문 퇴주잔'이라는 검색어가 어제 종일 화제였습니다. 선친 묘소에서 따라준 술잔을 본인이 마신 장면 때문인데요, 반 총장 측은 제례(祭禮)는 지역마다 다른데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했습니다. 제례가 딱 정해진 게 아니라는 건 맞는 말이고 전체 동영상을 보면 그 단계에서 소위 음복을 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구설수에 오른 행보는 이것만이 아니었죠. 단기간에 지지율을 올려야 하는 특수 상황. 급하다 보면 실수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럼 실수라고 하고 웃고 넘길 해프닝인데 그런데 정색하며 내놓는 해명, 예를 들어 지폐 두 장을 한 번에 공항 철도 매표기에 밀어넣는 장면에 대해서 그냥 실수라 하면 될 걸 '해외 시스템과 달라서 그렇다' 뉴욕에도 지폐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