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372)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월요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으로 피난민이 유입될 경우 보호해야 할 사람을 스크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일본은 피난민을 가려서 받겠다는 겁니다. 최근 부인 아키에 스캔들로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한반도 전쟁위기설을 이용하는 건데요, 만약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피난민이 발생하면 우리 정부가 '일본 피난민은 가려서 받겠다'고 미리 발표를 했다. 이랬다면 아마 우리 국민들로부터 먼저 지탄을 받았을 겁니다. 최소한의 양식도 없는 발언이니까요. 그런데 아베 정부가 지금 그러고 있습니다. 이게 나라냐 하는 시간을 몇 년 보내고 났더니 이웃에게 별 말을 다 듣습니다. 새로 탄생할 새 정부는 아베 정부와 박근혜 정..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안철수 후보의 포스터가 화제입니다. 혹자는 파격적인 의도에 감탄하고, 어떤 이들은 당명을 뺐다고 비판합니다. 대선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어느 순간 대선후보를 자신의 대리자로 감정이입하기 시작하고, 평상시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도 죽고 사는 문제가 되는 것처럼 격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럼 어느 순간 또 심판들이 등장하곤 하죠. '과열된 선거판, 난무하는 네거티브 자제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가장 나쁜 선거는 가장 차분한 선거다. 자신을 대리할 후보, 다음 세상을 함께 만들겠다고 감정이입할 후보를 갖지 못했다는 거니까요. 그건 불행한 일이죠. 사기치지 않고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걸로 싸우는 한 선거는 뜨거운 게 좋다. 다들 뜨겁게 각자의..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어제는 세월호 참사 만 3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1989년 4월 15일, 영국 셰필드(Sheffield)에 있는 힐즈버러(Hillsborough) 스태디움에서 FA컵 준결승전이 열렸습니다. 이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25,000 관중이 몰리면서 BBC가 생중계하고 있는 가운데 96명이 압사를 당했습니다. 당시 영국 경찰은 평소와 다르게 현장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고 이 사고에 직접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공권력은 이를 철저히 숨겼고 그 유가족들에게 독립적인 수사권이 부여되고 사고 진상이 밝혀지기까지 무려 20년이 소요됐습니다. 어쩌면 세월호 사고의 진상을 밝히는 데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온전한 조사권한으로 그 진..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내일이면 대선후보 등록이 시작됩니다. 이번 대선에서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이전 대선에서는 화제가 될 수 없었던 수준의 스몰, 작은 공방들입니다. 북풍, BBK, 정수장학회와 같은 대형 공방은 이번 대선에서는 없습니다. 대신 '쓰리디'냐 '삼디'냐를 두고 지도자의 자질을 이야기하거나, 우리 후보 딸이 우리말에 능통하냐 아니냐 하는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한편으로는 좀 우습기도 합니다. 삼디면 어떻고, 쓰리디면 어떻습니까? 후보 딸의 국어실력이 국정과 무슨 상관인가요? 이번 대선에 등장한 후보들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흠이 적어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듭니다. 정치가 우리 삶에 그만큼 바짝 다가와 일상의 눈높이로 내려온 게 아닐까? 그래서 거대한 공..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화요일 고영태 씨가 체포됐죠. 검찰에 의하면 고영태 씨가 연락을 끊고 잠적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고영태 씨는 그간 검찰과 특검에 출석해 조사받은 것만 10여 차례입니다. 지난 금요일에도 검찰과 통화를 했고, 지난 월요일에는 변호사는 선임해 출석일을 조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주말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요일 체포영장을 발부해 두었고, 월요일 선임된 변호인과 출석일 조율하기로 통화가 이루어졌음에도 미리 받아둔 영장으로 체포한 것입니다. 더구나 체포한 사유인 사기죄는 경찰이 지난 2월 무혐의로 송치한 사건입니다. 나머지 뇌물 혐의, 마사회법 위반 혐의 검찰이 따지고 수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몇 달에 걸쳐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사람을 하루 연락이..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안철수 "저는 유치원 과정에 대해서는 대형단설유치원 신설은 자제하고 (사람들 환호성) 지금 현재 사립유치원에 대해서는 독립운영 보장하고 (환호성)" 어제 하루 종일 포털 검색어에 올랐던 '안철수 유치원' 이 키워드의 발단이 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서의 안철수 후보 발언 내용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분명 '단설유치원'이라고 말을 했으나 이것이 '병설유치원'으로 잘못 보도되며 촉발되었던 이 논란을 지켜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대체로 사탕발림이라는 사실은 다들 익히 알고 있는 거 아닌가? 해서 공약 제대로 따져보는 사람들 별반 없지 않나?' 이게 통념이었죠. 그런데 안철수 유치원이라는 검색어가 그 내용을 떠나서 하루 종일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후보들의 공..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KBS와 연합뉴스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에 지난 일요일 발표한 안철수 후보가 모든 대결에서 크게 승리하는 여론조사의 조사개요가 이상하다고 어제 아침 저희가 방송에서 지적했습니다. 3월 같은 조사에서는 국번 8천여 개를 무작위를 사용했다가 이번 조사에서는 불과 60개의 국번만 사용했고, 결번 등의 이유로 비적격이 된 비율도 3월에는 60%가 넘었다가 이번에는 8%에 불과했습니다. 무작위로 걸었다고 하는데 90% 이상의 번호가 적합했다는 거죠. 중앙선관위 역시 이 여론조사가 이상하다고 판단해 업체에 데이터를 요청하고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의뢰자의 요구에 맞춰 의도를 담은 여론조사. 과거에 종종 있었습니다. 그 경우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을 왜곡하기 위한 조작이고 범죄죠. 이번 여..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대선이 한 달 남았습니다. 이번 선거는 여러모로 이례적입니다. 현직 대통령이 없다. 야권 단일후보도 없다. 영호남 대결도 없다. 이렇게 세 가지가 없다고 '3무(無) 대선'이라고들 합니다. 없는 건 더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없고 여당이 없자 통상 여권의 보수후보가 누리던 보수매체의 전폭적 지지도 없습니다. 대신 이번 선거에서는 과거 대선에선 없던 게 있습니다. '단일후보 만들기'는 이번엔 보수의 숙제입니다. 보수매체 지원이란 프리미엄을 야권후보가 누리는 현상도 처음입니다. 극우성향의 유권자들이 보수후보가 아니라 야권후보 중에 지지후보를 찾아나서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죠. 헷갈리는 대선입니다. 그저 매일의 뉴스만 따라가다가는 대선 끝나고 이게 무슨 일이었나 하겠습니다. 이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