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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선거 국면에선 의례 후보 검증이 본격화되기 마련이죠. 최근 언론의 후보 검증 행태 관련하여 저는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점들이 아주 많습니다. 예를 하나만 들어보죠. 박형준 후보와 자녀는 작년 각각 20억대 엘시티 두 채를 매입합니다. 박형준 후보는 서민적 모습을 보이지 못해 민망하고 송구하다고 사과했는데 사실 고가의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건 문제가 안 됩니다. 다들 자신들 형편에 맞게 사는 거죠. 문제는 작년 엘시티 17층 3호, 18층 3호, 바로 아래, 위 로열층을 거의 같은 시기에 매입하는데 초고가 아파트 경우 아래, 위 로열층이 이렇게 동시에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인데다, 더 드문 것은 부인은 분양가에서 1억, 자녀는 분양가에서 겨우 5백만 원의 프리미엄만 주고..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어제 (3월 16일) 북한의 강한 입장이 나왔다. 북한의 입장표명은 뼈때리기가 많다. (듣다보면 한글로 이렇게 뼈를 때릴 수 있구나 싶을 정도.) 남한에 대한 메시지는 '3년 전 봄날이 돌아오기 어려울 듯하다'. 뭐 그리 강하지 않다. 진짜 뼈때리기는 미국에 대한 입장. 김여정: "이 기회에 우리는 대양건너에서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마디 충고한다. 앞으로 4년 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실 뼈때리기의 정수는 조선중앙TV의 논평들이다. 가증스럽게 놀아대는 간악한 쪽바리들을 가만두어서는 안된다. 아직 정신을 덜 차리고 못되게 나오는 일본놈들에게 단단히 본때..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문 사저 796평 MB의 2.5배 경호동 건축비는 朴의 2.5배' 지난 월요일 문 대통령 사저를 문제삼은 조선일보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의도적으로 외면한 게 몇 가지 있죠. 먼저 가격. 개별주택 공시가격 기준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건물은 100억대. 땅값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76억대. 한 편 양산의 사저부지는 공시지가 기준으로 7억대. 땅값만 비교해도 10배 차이고. 건물을 포함해 비교하면 30배 차이는 족히 날 겁니다. 또 생략한 건 건물의 크기. 문 대통령이 살게 될 건물의 크기는 대략 110평대. 이명박 전 대통령은 360평대. 여기서도 3배 차이가 나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도 같은 방식으로 비교하면 문 대통령보다 최소 10배 이상 비쌉니다. 당연합니..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주요 관계국들 정상들의 축하와 정상회담 요청이 이어집니다. 언론에서는 미국, 중국 정상이 먼저 전화했다며 큰 의미 부여를 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전화해서 나 좀 축하해달라고 부탁하나요? 양쪽 모두 해결할 현안이 있으면 정상회담 요청도 당연한 거죠. 큰 뉴스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건 인도 모디 총리의 축하메시지입니다. 모디 총리는 문재인과 통화 후 축하메시지를 인도 공용어가 아니라 한글로 자신의 트위터에 알렸습니다. 인도 총리가 자국민에게 언론플레이를 한 게 아니라 한국의 국민들에게 자신을 어필한 거죠. 모디 총리의 트위터 메시지를 보는 순간 문득 깨달았습니다. 의례적인 전화 통화 몇 번 가지고 대단한 외교라도 한 것처럼 보..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 정지, 파면, 구속까지 이어진 무려 5개월 넘는 대통령 궐위 상태 기간의 국정 공백도 어마어마하고. 미국, 중국 사이에서 고차방정식으로 풀어내야 할 사드와 북핵부터 일본 정부와의 위안부 문제, 경제 문제, 취업, 복지, 재벌, 검찰, 세월호, 최순실, 사대강, 자원외교, 우선 순위를 따지기 힘들 만큼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대선 기간 각 후보, 지지자들 간 주고 받았던 거친 공방으로 인한 상처도 여전히 시립니다. 생각해보면 작년 가을부터 대한민국 전체가 촛불과 탄핵과 대선으로 숨고를 사이도 없이,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해서 이제 이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대통령도 국민도 이제 숨 좀 돌리고 합시다.한 템포만..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우리 손으로 근대를 맞이하지 못했다. 이 말을 처음 들었던 게. 그렇습니다. 우리 근대는 일본강점기 통치 편의를 위해서 강제로 이식된 거였죠. 프랑스 혁명이 세계사적인 이유를 가지는 이유는 왕이 백성 위에 군림하던 군주 시대를 시민들 자신의 손으로 끝내고 공화국 시대를 스스로 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들 역사가 많이 부러웠습니다. 백성이 시민이 되는 과정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했던 우리는 분단과 쿠데타와 군사 정권을 거치며 색깔과 지역에 흔들리는 시민이 아니라 백성에 머무르는 미숙한 민주주의를 최근까지도 겪어왔습니다. 이번 대선의 의미가 각별한 건 그래서입니다. 정치가 머뭇거리고 우왕좌왕 할 때 시민이 먼저 거리로 나섰고, 시민들이 길을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드디어 대선일입니다. 자신에 대한 지지호소가 아니라 다른 후보에 대한 지지를 두고 마지막 순간까지 구호가 오갔습니다. 주요 다섯 후보 모두 두 자리 수 득표가 가능할 수 있는 선거는 역대 처음인지라 '누구 찍으면 누구 된다', '내가 아니면 누굴 찍어라' 이런 말들 많이 등장했습니다. 1, 2번 후보가 사표 심리를 자극한다며 4, 5번 후보는 부당함을 이야기하고, 3번 후보는 4번, 5번 후보가 잠식하는 1번, 2번 표심을 응원하고, 복잡한 방정식이 그렇게 돌아갔습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결국 각자의 실력이다. 사표 심리를 아무리 자극해도 표가 흩어지면 그게 실력이고, 사표 심리 자극하지 말라고 아무리 외쳐도 표가 흩어지면 그 역시 실력이다. 누구의 어떤 호소에 어떻게 공..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내일이 대선일입니다. 투표는 왜 하는 걸까요? 국민의 권리, 민주주의, 민의, 심판, 여러 단어로 수많은 버전의 답변이 존재합니다. 여러분은 왜 투표하십니까? 민주주의, 주권. 다 맞는 말이죠. 제 이유는 좀 덜 거창합니다. 저는 일상 중 겪는 고충의 밑바닥에 정치가 있다는 걸 어렴풋이 깨닫게 된 어느 날부터 저를 위해서 투표합니다. 한 사람이 성장해 사회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 중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습니다. 입시, 취업, 결혼, 주택, 출산, 양육, 질병, 부양, 노년 그리고 세계관. 이 중 정치와 관련없는 영역은 하나도 없습니다. 내 일상적 스트레스의 근본에 정치가 있고, 그 정치로 인한 나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노력. 그 노력이 바로 투표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