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어준 생각 (352)
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파면된 대통령에, 헌정사상 최초로 영장이 청구된 전직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 이전에 맺었던 최순실과의 사적관계를 최소한 대통령이 된 후에 공적자원으로 대체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누구든 불러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게 할 수도 있었고, 어떤 시스템이든 만들어서 자신의 판단을 돕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선 직후 당선자만 받아볼 수 있는 기밀부터 최순실에게 넘어갔고, 이후 4년 내내 국정을 최순실의 손에 맡겼을 뿐만 아니라 최순실의 이권을 위해 대통령 권한을 죄의식 없이 남용했습니다. 대통령은 가짜였던 겁니다.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영장.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하..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토요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준규 주일한국대사가 차기정권은 한일위안부합의를 준수해야 하고,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은 국제예양, 그러니까 예의 측면에서 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위안부 문제가 안보에 지장을 초래한 사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대사 맞나요? 차기정권의 외교정책을 왜 탄핵된 정권의 임명직이, 그것도 상대국가 언론을 통해서 주장합니까? 그리고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성을 부인하는 공식 입장을 작년 UN에 제출한 것은 국제예의에 맞는 겁니까? 소녀상 위치의 예절을 따지기 전에 일본 정부가 이 전쟁범죄를 전면 부인하는 역사적 무례부터 따져야죠. 그리고 그래야 하는 이유가 안보 때문이라뇨? 이렇게 명백한 사안에 대해서도 자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안보..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세월호 1차 고박작업이 시작된 어제 오전 7시, 그때부터 오전 모든 프로그램을 결방하고 특보를 편성한 방송사부터 국내 모든 언론사가 하루 종일 세월호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같은 시각,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용사들을 자택으로 불러 문제의 그 올림머리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본인의 재임기간 중 가장 많은 국민들이, 일시에, 그것도 대부분 아이들이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장된 사건입니다. 자신의 탄핵사유가 되기도 했고 국민 모두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그 엄청난 사건의 배가 무려 3년 만에 비로소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인데. 다른 일정 다 제쳐두고 숨죽이며 그 장면만 지켜봤을 것 같은데.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워서라도 추모의 의미에서라도 자기 치장을 일부러..
세월호가 드디어 인양됐습니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여러 의문이 듭니다. 탄핵 인용 불과 다섯 시간만에 인용 계획이 발표된 건 우연인가. 그리고 2주도 안 돼 인양될 수 있었던 배가 이렇게 오랜 시간 잠겨 있었던 건 정말 어쩔 수 없었던 건가.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참사를 암덩어리처럼 여겼습니다. 세월호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을 이어가는 유민아빠를 돕기 위해 동조단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국민적 비난이 가해지도록 언론지도를 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게 고(故) 김영환 업무일지를 통해 드러났었죠. 어버이연합은 단식 현장에 난입해 난동을 부리고 극우 커뮤니티에서는 단식 현장에 나타나 폭식 투쟁이라며 피자를 일부러 시켜먹기도 했죠. 최순실 국정농단은 결국 돈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하지만..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근 불거진 인터넷 강의업체 댓글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인강업체들이 조직적 댓글 부대를 운영했다는 건데요, 소송 규모도 수백 억에 달합니다. 조직적인 대규모 댓글부대 하면 원조는 국정원이죠. 지난 대선 '좌익효수'라는 아이디로 밝혀진 것만 3,450여개 댓글을 달았던 이 국정원 직원에 대해 검찰은 고발이 접수된 지 무려 2년 4개월이 지나서야 그것도 단 10개의 댓글만 공소사실에 포함했고, 법원은 모욕죄만 인정하고 선거개입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죠. 국가정보기관이 특정 후보를 위해서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헌정유린사태가 벌어졌는데 겨우 모욕죄로, 그리고 집행유예로 사건이 일단락되는 나라였습니다. 우리나라가 그런 나라였습니다. 다음 정부는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정부는 어제 4대강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며 보에 수문을 열어 물을 대량 방류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녹조현상에 대해 여름의 고온 때문이라며 4대강과의 관련성을 부인해 왔죠. 그러나 마침 이번에 연구용역 결과가 나와 물을 방류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보를 설치하기 이전부터 예견되었고, 매년 학계와 시민단체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했던 걸 이제야 마침 연구용역 결과가 나와서 발표하게 됐다는 식입니다. 물을 가두면 썩는다는 게 무슨 5년씩 따로 연구를 해야 알 수 있는 엄청난 자연의 비밀입니까? 그걸 정말 몰라서 여태 그냥 둔 겁니까? 대통령이 파면이 되고 다음 정권이 들어설 시기가 다가오니까 그러는 거 아닌가요? 저는 다음 정권에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여태 불가능했던 것..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주 한중일 연쇄방문 중 유독 우리 외무장관과의 만찬만 거절했던 틸러슨(Tillerson) 미 국무부 장관이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안보, 경제, 안전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며 수십 년 동안 그래왔다.' 반면 한국에 대해선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안보 분야에서 중요한 파트너다.' 이에 우리 외교부는 가장 중요한 동맹이냐, 중요 파트너냐 여부는 의미 부여할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이 무슨 의미 부여를 따로 해야 그 의미가 드러나나요? 아주 심플한 문장으로 일본이 가장 중요하다지 않습니까. 우리 외교부가 이 발언을 왜 해명을 하나요? 미국이 그렇다는데. 미국에게는 맥아더 이후 항상 일본과의 전략적 파트너쉽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2021년 3월 5일 TV조선 '[신동욱 앵커의 시선] 범이 내려온다' 중에서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는 말도 있습니다. 풍운아 윤석열이 비바람 몰아치는 광야로 나섰습니다. "영하 이십도 지상에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정치가 그를 정치판으로 불러들였으니 검사로서 보여줬던 기개와 용기가 빛을 발할 곳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겨울나무가 끝끝내 꽃 피는 봄나무로 서듯 말이죠. 3월 5일 앵커의 시선은 '범이 내려온다' 였습니다. 지난 3월 5일 TV조선 저녁 뉴스 '범이 내려온다' 앵커 브리핑인데 개인적으로 최근 1주일간 가장 재미있는 정치논평이었습니다. 범 내려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