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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삼성의 전현직 고위간부들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수갑을 찬 채 특검에 소환되는 이 부회장의 사진이 전 세계에 타전되어 삼성 브랜드 가치 백억 달러 정도 까먹었다. 기업들이 국내 환경이 어려워도 남아있는 것은 국가경제를 생각하기 때문인데, 기업 때리기가 계속되면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의 수갑 사진이 삼성 브랜드에 타격을 주긴 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래서요? 큰 아들이 범죄를 저지르다가 잡혀 수갑을 찼다고, 자기 집안의 평판을 걱정하는 걸 왜 우리가 들어줘야 하는 겁니까? 그 평판을 떨어뜨린 건 자기들 자신인데. 삼성은 죄를 지어도 브랜드를 걱정해서 봐달라는 건가요? 그리고 삼성 브랜드는 일시적 타격을 입어도 한국의 투명성과 신임도는..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JTBC가 최순실 태블릿을 보도한 당일 작년 10월 24일, 안종범 수석의 다이어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먼저 지시한 것은 특검 방지였습니다. 박 대통령이 1차 사과문을 발표하고 수 차례에 걸쳐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며 특검에 의한 수사도 수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만 실제로는 특검을 막겠다는 계획부터 세우고 있었던 겁니다. 1차 사과 후 4개월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는 물론 특검의 대면조사 역시 받지 않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조사받을 생각은 없었다고, 국민들을 그렇게 속였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입니다. 지난 주말 박 대통령 대변인단은 탄핵 심판 최종 변론을 3월 2일, 3일로 연기해 달라고 요쳥했습니다. 준비에 시간이 걸린다는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이건희 소장품 가격 평가 맡겼다, 감정가 조 단위' '이건희 초특급 컬렉션 해외 큰 손이 움직인다' '이건희 컬렉션 미술관은 무리일까' 지난 몇 주 동안 조용히 묻혀 있었으나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었던 기사들입니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미술 소장품 가치가 대단하다, 그래서 해외 큰 손들이 노린다, 이걸 해외로 내보내지 말고 미술관을 건립하자. 이런 내용들인데 그 뒤에 숨어있는 뜻은 '삼성일가의 상속세를 미술소장품으로 대신 내게 해주자 그리고 기증할 경우는 법정기부로 인정해 세액 공제 해주자 그런 후 미술품 전시할 미술관은 삼성이 마련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니까 이재용 회장은 현금을 안 내고, 세액공제를 받고, 그 미술품들은 다시 삼성의 품으로. 그런 시나리오가 아니겠는가.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2020년 7월 31일 미국 플로리다주 공군기지에서 아틀라스 5호(Atlas V) 로켓이 발사됐습니다. 이 발사체가 총알보다 5배 빠른 초속 5.5 킬로미터 속도로 화성 대기권에 진입한 것은 2021년 2월 19일. 무게 1,026 킬로그램의 탐사선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화성에 착륙한 것은 한국시간으로 그날 오전 5시 55분. 총 비행일 수 205일. 총 비행거리 4억 7천만 킬로미터. 착륙지점은 에제로(Jezero Crater). 물이 수백만 년 전 흘렀던 흔적, 삼각주 지형이 있는 곳. 3월에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다른 행성의 대기에 무게 1.8킬로그램의 헬기 인지니어티(Ingenuity인제뉴이티/인저뉴이티)가 뜨게 됩니다. 3개월 후 화성의 유토피아에 ..
화의 감정은 결국 주관적이다 사람마다 화를 내게 되는 지점이 있다. 주변 사람들이 '그래, 그건 화를 낼만 해'라고 공감하는 상황들도 있고,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설령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그 반응의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을 보면 여기서 '객관성'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이유로 심리학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만 객관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걸 두고 '통주관적'이라고 칭하게 되었을 거라 짐작한다. 화는 나에게 손해다 화를 내거나 욱하는 건 나에게 손해를 끼칠 때가 많다. 시간이 지나 화가 가라앉은 다음 돌이켜보면 '그때 그렇게 하지 말 걸'하고 후회도 하게 된다. 그러나 같은 상황이 주어지면 열에 아홉은 다시 화를 낸다. 마치 꼭두각시 인형에 실을 묶고 실을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2017년 2월 14일(화) 뉴스공장 김어준과의 인터뷰 中 "에버랜드 사건의 경우는 삼성 계열사와 투자자들만 손해를 본 사건입니다. 즉, 피해자들이 에버랜드의 주주들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보면 2100만 명이 넘는 국민연금 가입자 전체가 잠정적인 손해를 봤습니다. 그 수법을 보더라도 단순히 삼성 그룹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뇌물 공여까지 해가면서 국가기관을 총동원했습니다. 한 마디로, 손해의 범위는 국민 대다수로 굉장히 광범위해졌고, 수법 또한 매우 대담해졌습니다. 제가 예전에 에버랜드 사건을 수사했던 경험과 이번 언론보도를 통해 느껴지는 것은 재벌들을 처벌할 때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그 폐해, 손해는 더욱 커지고 그 수법 또한 아주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개업신고서가 결국 어제 자택으로 반송되었다고 합니다. 변호사 등록은 변협에서 의결해야 하지만 개업신고서는 신고하면 효력이 발생합니다. 반송한다고 해서 개업을 못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개업을 막을 수도 없는데 법적으로 의미도 없는 반송을 굳이 한 겁니다. 대한변협회장 개인 명의로 성명서를 내면서까지 아무 법적 실효도 없는 행위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하는 이유에 대해 전관예우 문제를 거론합니다. 정권에 의해 강제 퇴임되고 4년 동안 한 푼 수입도 없었던 사람에게 전관예우 때문에 변호사 개업을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런가요? 변협회장님은 전관예우에 관해 그렇게까지 높은 기준을 가지고 계신가요? 그럼 하창우 변협회장님께서는 퇴임하신 후에 변협회장이었다는 영향..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서울 디지텍고등학교의 곽일천 교장은 졸업식에서 대통령 탄핵이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정치적 음모라고 연설을 해 문제가 됐습니다. 보수진영은 그동안 전교조에 대해 학생들을 정치적으로 교화한다며 공격해 왔습니다. 그 논리대로라면 곽 교장 개인의 정치적 편향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화하는 것도 비난해야 합니다. 그래야 일관성이 있죠. 그런데 전국 학부모 교육단체연합은 어제 이 학교를 찾아 전교조를 규탄했습니다. 발언은 곽 교장이 했는데 왜 전교조를 규탄하는 거죠? 그리고 전국 학부모와 '오직 예수'라는 깃발은 무슨 상관이고, 왜 거기서 흔드나요? 게다가 성조기는 왜 같이 흔듭니까? 전국 학부모 교육연합이 기독교 계열인가요? 만약 그래서 그런 거라면 기독교 발원지인 이스라엘 국기를 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