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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한 아주 오래된 길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최순실 관련 의혹을 받는 많은 사람들의 답변이 이렇습니다. "지시를 따랐을 뿐이다." 2차 대전 후 수백 만을 학살한 전쟁범죄에 대해 전범들은 같은 논리로 자신을 변호했습니다. "지시를 따랐을 뿐이다." 그때 그 전범들에 대해 서구는 이렇게 판결을 했습니다. "공직을 맡는다는 것은 그 공직이 요구하는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자질을 전제한다. 그런데 범죄지시를 그냥 따랐다는 것은 그 공직에 요구되는 자질이 자신에게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자격요건의 위반을 스스로 자백하는 것이다. 자격이 없는 자가 공직을 맡아 사회에 중대한 해악을 끼쳤으므로 처벌한다." 이 판결은 이후 서구 법(法)정신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됩니다. 이제 다음 달이면 최순실 관련 재판이 시작됩니다...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문 대통령, 일본어 빼고 4개 국어로 새해 인사" 연휴 기간에 나온 조선일보 기사 제목입니다. 문 대통령 페이스북에 음력 설을 쇠는 이웃국가들 언어로 새해 인사를 했는데 일본어는 뺐다는 겁니다. 일본은 150년 전 메이지유신 때 음력설을 이미 없앴습니다. 음력설을 새해로 안 치는 나라에 어떻게 음력설 새해 인사를 합니까? 영국에서 석가탄신일 인사를 합니까? 아일랜드 세인트 패트릭을 우리가 기리나요? 기념하지 않는 날을 어떻게 축하해요? 그러니까 일본어가 빠진 게 아니라 일본어는 아예 넣으면 안 되는 겁니다. 일본어로 음력설 인사를 했다면 그게 오히려 사고인 거죠. 이건 가짜뉴스 축에도 못 들어가는 멍청뉴스인데 그런데 조선일보는 왜 제목을 저렇게 달았을까. 문재인 외교는 편협하..
예전에 정리해 둔, 또 정리하다가 그만둔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서 국정농단이 막 드러난 때의 일을 읽게 되었다. ★ 사건개요: 때는 바야흐로 2016년 11월 30일 수요일. 전날인 11월 29일 화요일 박근혜 대통령은 3차 대국민담화를 하고 국회에서 개헌을 통해 임기단축을 정하면 그에 따라 내려가겠다며 국회에 공을 넘긴다. 나름 정치적으로 잘 띄운 수라고 생각하는 바. 이를 두고 지금봐도 무릎을 치게 하는 비유가 있었으니, "학생이 잘못을 저질렀는데 자퇴하기도 싫고 퇴학당하기도 싫으니까 학칙을 바꿔서 조기졸업을 하겠다며 요구하는 거라고." (김어준 웃음) 보다 자세한 내용은 2016년 11월 30일 김어준 생각 참조.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최순실 씨의 언니 최순득 씨가 김치 몇 포기 건네면 연예인들이 현금을 상납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통상 대형 게이트에 주변부에서 연예인 관련 뉴스는 신변잡기성 가십으로 흘러서 사안의 본질을 잃게 만들 우려 때문에 경계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릅니다. 최순실 게이트 특징은 신변잡기가 곧 본질입니다. 자기 이익으로 연결될 수만 있다면 아무리 사소해서 대통령을 동원해 모조리 챙기려고 했습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최순실 씨 일가가 지난 수십 년간 축적한 최소 수천 억원이 넘는다고 하는 부(富)가 과연 정상적인 경제활동의 결과인지. 최순실 씨가 그랬듯 아무리 하찮은 영역에서도 그 금액이 아무리 적어도 불법이 드러나는 부분마다 모조리 환수조치 해야 합니다. 식민을 겪고도..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김무성 전 대표가 어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에 일익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이며 앞으로 양극단의 정치를 배제하고 협치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선언을 마무리했습니다. 여기서 양극단은 그동안의 이야기들로 미루어보면 친박, 친문을 의미하고 협치는 친박, 친문을 제외한 정치세력의 연대, 소위 제3지대를 뜻합니다. 그리고 제3지대의 공통분모는 개헌. 그 개헌이 지향하는 정치체제는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 그러니까 기자들은 김무성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만 그대로 받아적을 것이 아니라 이렇게 다시 질문을 던졌어야 합니다. '출마가 필요없는 내각제 총리도 안 하실 건가요?' 김어준의 질문이었습니다. == 1부 [이것만은 알아야 할 아침 뉴스]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최순실을 알지도, 만난 적도 없다는 김기춘 비서실장. 박정희 시절 유신의 초안을 마련하고 유신시절 가짜 간첩을 양산했던 중앙정보부대공수사국장을 거친 그가 언론의 주목을 처음으로 받았던 것은 92년 초원복집 사건 때입니다.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 김영삼 후보를 위해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목적으로 공무원을 동원시키기 위한 비밀 회동, 초원복집 사건. 이 정치공작으로 그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습니다. 요즘 언론들은 '2년 전 정윤회 문건 사건이 제대로 처리만 되었더라도' 그런 이야기 많이 합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2년 전이 아니라, 25년 전 김기춘 씨가 적어도 공직자로서는 다시는 중용되지 못하도록 당시의 정치공작에 대해 철저히 처벌했었더라면' 이렇게 바꿔 얘기하는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세월호 사고 당일에 대통령 행적은 2년 반이 지난 오늘까지도 명쾌히 해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순실 라인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은 세월호 사고 9일 후 이런 말을 기자들에게 했다고 합니다. "세월호에 빠지지 말고, 승마 빨리 빨리 취재해라." 김종 전 차관이 취재하라고 한 건 정유라의 국가대표 선발이 특혜라고, 문제 있다고 문제 제기한 모 대학 교수를 비리인사로 취재하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덧붙입니다. "대통령께서 세월호 바로 다음 날 체육개혁 확실히 하라고 오더 내려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바로 다음 날 가장 먼저 챙겼던 것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대학 진학 문제였던 겁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아이들 수백 명이 생으로 죽어가는 걸 보고도 ..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지난 주말, 교육부가 발표한 이화여대 특혜사건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특혜를 받고도 합격점수가 안 되자 정유라를 합격시키기 위해 앞 순위 학생 두 명을 탈락시킵니다. 입학 이후로는 모든 수업에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고, 시험에 응한 적도, 과제를 제출한 적도 없습니다. 대신 담당교수가 과제물을 만들어주고, 심지어 시험답안지도 대신 냅니다. 입학기준을 바꾸고, 앞 순위 수험생을 탈락시키고, 학칙을 변경하고, 교수가 대신 숙제하고 시험 봐 주고, 이런 일이 그저 학부모 한 사람의 힘으로 되나요? 대학이 지원하는 사안마다 승인이 되고, 담당교수 연구비는 수십 억씩 배정되고, 정부 예산은 쏟아지고, 이게 민간인 한 사람의 힘으로 됩니까?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는데, 됩니까 이런 게? ..